BAYC로 유명한 유가 랩스(Yuga Labs)가 최근 새로운 형태의 NFT를 내놨다. 트웰브폴드(TwelveFold)라 불리는 비트코인 NFT를 발행한 것이다. 댑레이더(Dappradar)에 따르면 유가 랩스가 지금껏 발행한 NFT가 이더리움 100대 NFT 컬렉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43%에 달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81억달러, 원화로 10조원이나 된다.

그런 유가 랩스가 이제 세상에 등장한 지 3개월 밖에 안된 비트코인 NFT를 내놓는다고 하니 시장에선 퍼스트 무버의 무모한 욕심인지, 아니면 새로운 밈의 시작인지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 비트코인과 NFT는 그동안 뭔가 안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지난 1월 21일 비트코인 메인넷에 오디날스(Ordinals)라 불리는 NFT 프로토콜이 출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프로토콜을 개발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공개 문서를 통해 ‘NFT’ 대신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특화된 ‘디지털 아티팩트(digital Artifact)’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어지는 설명은 이렇다. 이 디지털 아티팩트는 비트코인의 가장 작은 단위인 sats(사토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사진이나 문서, 동영상, 음악 등의 데이터가 개별 사토시에 저장되는 것. 이 디지털 아티팩트는 사토시 상에 영구적으로 각인된다. 그 후 움직임과 소유권을 시간에 따라 추적할 수도 있다. 거래, 증여도 물론 가능하다.

이더리움 기반의 NFT와 오디날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저장 방식이다. 이더리움이 오프체인에 메타데이터로 NFT를 저장하는 것과 달리 오디날스는 모든 데이터를 체인에 직접 새겨넣을 수 있다. 이 개발자는 "디지털 아티팩트는 NFT지만 모든 NFT가 디지털 아티팩트인 건 아니"라고 했다.

디지털 아티팩트가 NFT보다 블록체인에 더 가깝다는 말도 덧붙인다. 블록체인의 기본 개념처럼 분산되고, 불변하며, 온체인이면서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오프체인으로 저장돼 분실될 수 있고, 중앙집중식 체인에 있으며, 스마트 컨트랙트라서 사안별로 감사를 받아야만 하는 이더리움 NFT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비트코인 블록 용량이 커진 것도 한 몫했다. 비트코인 상의 NFT 발행 한계로 지적됐던 블록당 용량이 2021년 말 탭루트 업그레이드 덕에 4MB까지 늘어난 바 있다. 스마트 계약이 있는데 굳이 비트코인 NFT를 발행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물음도 존재한다. 비트코인 블록의 저장공간이 이미지 파일 등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소모되면 비트코인의 기본 철학을 깨뜨리는 것이란 주장도 있다. 비트코인이 글로벌로 더 광범위하게 쓰이는 데 방해요소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허나 시장 반응은 일단 그린 라이트인 듯 하다. 블록체인닷컴의 자료에 따른 비트코인의 평균 블록 크기가 2009년 등장 이래 최고치인 것은 비트코인 NFT 출시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NFT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고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살아있다는 이야기다.

갤럭시 디지털은 3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NFT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비트코인 NFT의 시가총액이 2년 안에 약 5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NFT 시장 전체 가치가 200억달러임을 감안했을 때 적지 않은 수치다.

다만 비트코인 NFT는 수천개의 발행량을 자랑하기 보다 원장의 충실도에 비례하는 하이엔드(High-end) 예술작품으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는 전망도 덧붙였다. 글래스 노드 또한 오디널스의 등장을 두고, "금전적 목적으로 분류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 활동이 나타난 혁신의 순간"이라고 짚었다.

비트코인이 NFT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설사 게임체인저가 아니라 역사 속에 잊혀질 하나의 시도인들 어떨까. 혹자가 말하듯, 이 시장은 느리지만 혁신을 거듭하고 있고 그 혁신의 와중에 하나의 마중물로는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지은 작가 sjesje1004@gmail.com
서강대 경영학 학사, 국제통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0년 이상 경제 방송 진행자 및 기자로 활동했다. 유튜브 ‘신지은의 경제백과’를 운영 중이며 저서로 ‘누워서 과학 먹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