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디지털화’된 콘텐츠 제작 환경에서 높은 생산성을 갖춘 ‘좋은 PC’는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 하지만 그래픽과 영상 처리에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비중이 높아지고,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이동성까지 고려하면 콘텐츠 제작을 위한 ‘좋은 PC’를 정의하기는 꽤나 까다롭다. 높은 성능은 생산성에 직결되지만, 성능을 우선하면 일정 시점 이상부터는 에너지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양대 CPU 제조사의 접근 방법은 사뭇 다른 모습인데, AMD는 이 시장에서 좀 더 효율적인 마이크로아키텍처 기반의 더 많은 코어,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에 있는 프로세서 내장 GPU 성능을 내세운다.
이 가운데 이동성을 함께 고려하는 고성능 모바일 플랫폼에서 AMD의 라이젠 7, 9 H시리즈 제품군은 35~45W 정도에서 8코어 16스레드 구성과 제법 훌륭한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AMD의 ‘라이젠 9 6900HS 크리에이터 에디션’은 크리에이터들이 언제 어디서에서나 창의력을 표현할 수 있는 충실한 디지털 기반 환경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 프로세서와 플랫폼의 레퍼런스 모델로 ‘레노버 슬림 7 프로 X’ 모델을 꼽는다. ‘레노버 슬림 7 프로 X’는 AMD ‘라이젠 9 6900HS 크리에이터 에디션’ CPU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50’ GPU를 통한 성능, 이동성을 강조한 폼팩터와 배터리 사용 성능의 균형이 돋보인다.
고성능 노트북을 위한 APU 제품군인 AMD ‘라이젠 6000 시리즈’는 코드명 ‘렘브란트(Rembrandt)’로 알려졌다. 젠3+(Zen3+) 마이크로아키텍처와 RDNA2 아키텍처 기반 GPU가 결합되고, TSMC의 6나노미터(nm) 공정으로 생산된다. 라이젠 5 브랜드부터 라이젠 9 브랜드까지의 제품이 선보이며, 이 중 라이젠 7 브랜드 이상부터 ‘8코어 16스레드’와 12개 CU 구성의 ‘라데온 680M(Radeon 680M)’ 내장 그래픽 구성이다. 열설계전계전력은 U시리즈가 15~28W, HS가 35W, HX가 45W 기준이다.
라이젠 6000 시리즈에 사용된 ‘젠3+’ 아키텍처는 기본적으로 라이젠 5000 시리즈에 사용된 ‘젠3’ 아키텍처의 개선판이다. ‘젠3’ 아키텍처는 등장 이후부터 특유의 성능 효율로 시장에서 제법 호평을 받았고 현재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성능을 갖춘 아키텍처다. ‘젠3+’ 아키텍처 기반의 라이젠 6000 시리즈는 이전 세대인 라이젠 5000 시리즈와 비교하면, 코어 수 구성 자체는 변화가 없지만, 최대 동작 속도가 전반적으로 더 올랐다. 사용된 공정 또한 TSMC의 7FF에서 6nm로 바뀌었다.
한편, 이 ‘젠3+’ 아키텍처는 라이젠 7000 시리즈에서도 사용된다. 라이젠 7000 시리즈 중 ‘7035 시리즈’는 코드명 ‘렘브란트-R’로, 실질적으로는 라이젠 6000 시리즈와 거의 동일한 구성이다. 물론 ‘젠4’ 아키텍처 기반의 모델들과 간섭을 피하기 위해 7035 시리즈에서는 라이젠 7 제품군까지만 마련됐으며, TDP 구성 또한 15~28W의 U 시리즈, 35~54W의 HS 시리즈만 존재하고 동작 속도도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라이젠 6000 시리즈의 세대간 변화는 프로세서 자체보다는 함께 사용된 IP와 패키징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일단 프로세서 내장 GPU가 RDNA2 세대로 크게 업그레이드 됐다. GPU 구성도 기존의 8CU 수준에서 1.5배 가량 확장된 12CU 구성을 갖췄다. 이로 인해 제법 큰 폭의 그래픽 성능 향상을 제공한다. 메모리 지원 또한 이전 세대의 DDR4 기반에서 DDR5 기반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PCIe 지원도 3.0에서 4.0으로 올라갔다.
라이젠 9 6900HS 크리에이터 에디션 프로세서에 탑재된 내장 그래픽 코어는 ‘라데온 680M’으로, RDNA2 세대의 12CU 구성을 갖춰 작업 환경에서부터 캐주얼 게이밍에 이르기까지 제법 기대 이상의 성능을 제공한다. 라데온 RX 6000 시리즈에서 활용된 이 RDNA2 아키텍처는 ‘다이렉트X 12’와 하드웨어 레이 트레이싱 등의 최신 기술을 지원한다. 또한 미디어 지원 측면에서도 최근 고화질 영상의 스트리밍이나 제작을 위한 주요 코덱들의 하드웨어 가속 처리 기능을 제공한다.
라이젠 9 6900HS 프로세서 기반 플랫폼의 기본 메모리 유형은 ‘DDR5’로, DDR5-4800과 LPDDR5-6400 메모리의 듀얼 채널 구성을 지원한다. 이전 세대의 DDR4 대비 메모리 대역폭이 제법 높아졌으며, 프로세서 전반의 성능과 함께 내장 그래픽의 성능에서도 제법 기대할 만한 특징을 제공한다. 확장성 측면에서는 총 16레인의 PCIe 4.0을 제공해, NVMe SSD와 외장 그래픽 등을 모두 연결하는 데도 어려움 없는 구성을 갖췄다. NVMe SSD의 RAID 구성도 지원된다.
레노버 ‘요가 슬림 7 프로 X’는 시스템 구성에서 ‘게이밍’보다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성능 지원에 좀 더 집중한 모습이다. 시스템 전체의 전력 소비와 발열 관련 디자인은 최대 외부 전원 공급량인 100W 정도에 맞춰져 있다. 이 중 지포스 RTX 3050이 55W TGP(전체 그래픽 소비전력) 설정이며, CPU는 35~45W 정도의 ‘표준 설정’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대 32GB까지 선택 가능한 메모리는 LPDDR5 메모리가 메인보드에 실장되어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
이 제품은 크리에이터를 위한 ‘비주얼’에 강점을 제공한다. 이동성과 작업 공간의 절묘한 절충점으로 꼽히는 14.5인치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는 3K(3072x1920)이며, 120Hz 주사율과 100% sRGB 색영역 지원, 돌비 비전 인증,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으로 뛰어난 표현력을 제공한다. 여기에 프로세서 내장 라데온 그래픽 뿐 아니라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 3050 외장 GPU도 갖추고, 엔비디아 스튜디오 인증도 받았다. 힌지는 180도까지 열리며 터치스크린 옵션도 있지만 펜 옵션은 마련되지 않았다.
◇ 성능과 이동성이 적절히 조화된 ‘올라운더’
프로세서의 연산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긱벤치 5(Geekbench 5)’ 테스트 결과는 제법 인상적이다. 결과값 자체만으로도 제법 훌륭한 수준인데, 35~45W 정도의 프로세서 TDP 설정임을 감안하면 이 성능의 가치는 더욱 각별해진다. 특히 8코어 16스레드 구성이라 저전력에서도 훌륭한 멀티스레드 성능이 인상적이다. 한편, 배터리 사용시에는 25~35% 정도 성능이 떨어지는데, 멀티 스레드 성능이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배터리 사용시 전력 효율을 위해 동작 속도 부스트에 지연 설정이 들어가 있는 경우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전문 작업 환경의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블렌더(Blender) 3.4.0’ 기준 벤치마크에서도 제법 준수한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테스트에서 시스템의 전원과 쿨링 정책을 ‘인텔리전트’에서 ‘익스트림 퍼포먼스’로 바꿀 경우에는 좀 더 적극적인 쿨링 정책 적용 등으로 12% 정도 향상된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세서 내장 ‘라데온 680M’ iGPU를 렌더링에 사용할 경우 제법 큰 성능 향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프로세서 내장 GPU 사용시 전원 정책 변화에 따른 성능 차이는 테스트에 따라 편차가 있었다. 한편, 이 테스트에서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50과 라데온 680M의 성능 차이도 제법 크게 나타난다.
내장 그래픽을 사용하는 경우, 주요 테스트에서 ‘CPU’ 성능 점수가 다소 떨어지는 것도 눈에 띈다. 이는 그리 넉넉치 않은 프로세서의 TDP와 쿨링 설정 속에서 전력 사용량과 쿨링 자원 사용의 경합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을 사용하는 시스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외장 그래픽을 사용하는 경우 전원 정책에 따라 성능 차이가 다소 나타나는 점도 특징이다.
배터리 사용 시에는 전체 점수가 대략 23% 정도 떨어진다. 특히 ‘에센셜’과 ‘생산성’ 영역의 성능 차이가 두드러진다. 한편, 배터리 사용시에는 전원 정책에 따른 성능 차이도 거의 보이지 않는 모습이며, 전체 테스트 1회 수행시 배터리 소비는 15% 정도였다.
PC 사용 환경에서 주로 활용되는 실제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UL 프로키온(Procyon)’ 테스트 결과도 제법 흥미롭다. 먼저, 외부 전원 연결 시 전원 정책에 따라 성능 차이가 나타나는데 상대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오피스 생산성’ 영역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의외로 ‘비디오 편집’ 쪽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내·외장 GPU 사용시 모두 성능 차이는 없었다. 배터리 사용 시의 ‘사진 편집’ 시나리오에서는 외부 전원 대비 30% 정도 성능 차이가 있고, 테스트 1회 수행시 배터리 소비는 13~14% 정도였다.
고성능 노트북을 위한 AMD의 라이젠 6000 시리즈 프로세서와 플랫폼은 크리에이터에 필요한 다양한 요구 조건을 골고루 적절히 맞춘 ‘균형’이 돋보인다. 특히 8코어급 프로세서와 제법 괜찮은 성능의 프로세서 내장 GPU를 갖추고도 35~45W 정도의 TDP로 높은 효율까지도 잡은 것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프로세서와 플랫폼의 장점은 성능과 이동성이 조화된, 크리에이터를 위해 더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레노버의 ‘요가 슬림 7 프로 X’ 모델은 라이젠 6000 시리즈 프로세서와 플랫폼의 매력을 잘 살린 패키징이 돋보인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기능과 성능, 높은 수준의 이동성을 모두 잡은 이 모델은 특히 뛰어난 표현력의 ‘디스플레이’와 얇고 가벼운 폼팩터에 제법 훌륭한 성능을 담은 ‘이동성’이 인상적이다. 제품에 탑재된 ‘라이젠 9 6900HS 크리에이터 에디션’ 프로세서의 ‘크리에이터 에디션’에 담긴 의미가 더욱 특별해 보이기도 한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