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몰들이 이용률이 저조한 ‘제로페이’를 아예 도입하지 않거나 손절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제로페이는 한국간편결제진흥원(한결원)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로, 계좌를 연동해놓고 결제 시 금액이 빠져나가는 방식의 간편결제 서비스다.

제로페이 QR코드를 촬영하는 모습. / 뉴스1
제로페이 QR코드를 촬영하는 모습. / 뉴스1
IT조선 취재 결과, 네이버·쿠팡·11번가·SSG닷컴·G마켓·롯데온·위메프·티몬·인터파크 등 상위 e커머스 업체 9곳 중 네이버만 빼고 모두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놓지 않고 있었다. 위메프는 지난달까지 제로페이를 운영하다가 이달부터 제휴를 종료했다. 롯데온은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대형 e커머스 기업들이 제로페이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이용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로페이를 설치해놓고 한 번도 활용하지 않은 가맹점은 60% 이상이었다. 제로페이를 설치한 가맹점 138만3305곳 중 누적 결제액이 0원인 곳이 87만2792곳으로 전체 중 63.1%다. 또한, 전체 가맹점 중 누적 거래액이 100만원 이하인 곳은 83.4%에 달했다.

제로페이는 결제 수수료가 0%대로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제 방식이 번거롭고 신용카드 혜택을 볼 수 없다. 결제 시 직불·상품권 중 결제방식을 선택해야 하고 QR코드 촬영 후 결제 금액을 입력해야 한다. 다른 카카오페이 등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가 QR코드나 바코드만 스캔하면 되는 데 비해 과정이 추가되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로페이 플랫폼 이용료를 부과하기 시작해서다. e커머스 기업들 입장에선 운영을 효율화해 수익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이용률이 저조한 제로페이를 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e커머스 기업뿐 아니라 핀테크 기업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티머니, NHN페이코, SK플래닛의 시럽 월렛 등이 제로페이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종료한 상태다.

한국결제진흥원은 제로페이 이용자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결원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다각화를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