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국내 게임 업계가 들썩인다. 엔씨는 표면적으로는 지식재산권(IP) 저작권 침해를 방어하고 국내 게임 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업계는 엔씨가 주력 장르인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자사의 성과를 사수하기 위함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웹젠의 ‘R2M’(위쪽),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 /각 사사
웹젠의 ‘R2M’(위쪽),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 /각 사사
10일 엔씨가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자사의 핵심 타이틀 입지를 위협하는 경쟁작을 견제하기 위한 소송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엔씨는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에 소송을 제기하며 "이번 법적 대응은 엔씨의 IP 보호뿐 아니라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게임 콘텐츠 저작권 기준의 명확한 정립을 위해 필요한 조치다"라며 "본 사안과 관련한 두 회사의 책임 있는 자세와 입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엔씨가 주도하던 국내 모바일 MMORPG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 이번 소송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아키에이지 워 순위(10일 구글플레이 매출 기준)는 2위다. 카카오게임즈의 전작인 PC·모바일 MMORPG ‘오딘:발할라 라이징’은 3위를 기록했다. 엔씨의 리니지M이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기록했으나 지난달 30일 넥슨이 출시한 ‘프라시아 전기’가 구글플레이 매출 4위에 오르며 리니지2M은 매출 5위, 리니지W는 6위로 밀려났다.

여기에 아키에이지 워, 프라시아 전기 외에도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 컴투스홀딩스의 ‘제노니아’ 등 기대 신작으로 평가받는 대형 MMORPG 4월부터 출시될 예정이어서 국내 MMORPG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출시가 예고됐던 MMORPG 신작 ‘쓰론앤리버티(TL)’의 정확한 출시 시점이 미지수라는 점도 엔씨의 성과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증권가는 엔씨가 TL 출시 시점을 올해 3분기로 미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엔씨는 리니지 IP 기반의 모바일 MMORPG 수익으로 실적을 유지해야 한다.

엔씨의 국내 입지 사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용자 이탈과 수익 분산 등 리스크를 최대한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송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MMORPG 시장은 엔씨가 주도했지만 이를 위협할 신작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며 "결국 엔씨는 수익 측면에서 힘겨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웹젠 소송도 이렇다할 결론을 내지 않고 있는 만큼 이번 소송도 사실상 경쟁작들의 견제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엔씨는 이번 소송에 앞서 2021년 웹젠을 상대로 리니지M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없는 공방전만 이어지고 있다.

송가영 기자 sgy0116@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