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에 5번째 노조가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에서 설립됐다. 관련업계는 이에 게임 산업 종사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 요구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특히 엔씨는 동종업계 내 노조와 상호 연대를 외쳤다.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오른쪽부터 송가람 엔씨 노조 지회장과 이정미 수석부지회장, 윤남경 사무국장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오른쪽부터 송가람 엔씨 노조 지회장과 이정미 수석부지회장, 윤남경 사무국장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엔씨소프트 지회는 4월 10일 출범 선언문을 발표하고 노조 설립을 공식 선언했다. 엔씨 노조의 이름은 우주정복으로 ‘우리가 주도적으로 정의하는 행복한 회사’의 줄임말이다. 우주정복은 엔씨 내 관료적 조직문화, 불법 연장근로, 권고사직, 대기발령 등을 문제로 꼬집으며 상후하박 조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우주정복은 넥슨,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 웹젠 등 게임사 노조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한글과컴퓨터, SK하이닉스, 포스코DX, ASML 등의 민주노총 산하 화섬식품 내 노조와 연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적극적인 모습은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그 동안 IT·게임업계 노조는 다른 업계에 비해 직원들의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불공정관행에도 이렇다 할 개선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정치권을 향한 직접적인 요구도 적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들은 높은 결속력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최근 정부는 근로시간을 주 69시간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게임 업계 노조는 과거 만연했던 크런치 모드 부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만나 정부의 근로시간 확대 정책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초에는 웹젠 노조 ‘웹젠 위드’가 김태영 웹젠 대표에게 대화를 요구하며 게임 업계 첫 파업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정치권의 개입까지 끌어내면서 국내 게임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업계는 국내 게임 업계 노조 활동이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 형성은 노동자의 권리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다"라며 "최근 게임 종사자들의 노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추가 노조 출범을 비롯해 활발한 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가영 기자 sgy0116@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