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몰고 온 인공지능(AI)의 열풍은 2016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바둑 AI 프로그램 ‘알파고’와 무엇이 다를까. 전세계적으로 AI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차상균 서울대학교 교수는 "이제는 대중이 사용하는 AI가 되고 있다"는 표현으로 지금의 AI를 설명했다.

20일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스파크랩(SparkLabs)은 성장한 스타트업들의 성과를 보여주는 ‘데모데이 20’을 개최했다. 이번 데모데이에서 아마르 아와달라(Amr Awadallah) 벡타라(Vectara) 최고경영자(CEO), 차상균 서울대학교 교수, 이한주 스파크랩 공동대표는 ‘기업을 위한 AI’라는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참고로 벡타라는 아마르 아와달라 CEO가 공동 창업한 대형 언어 모델(LLM) 기반의 검색 서비스 기업이다.

(왼쪽부터) 아마르 아와달라 벡타라 CEO, 차상균 서울대 교수, 이한주 스파크랩 공동대표가 ‘스파크랩 데모데이 20’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스파크랩
(왼쪽부터) 아마르 아와달라 벡타라 CEO, 차상균 서울대 교수, 이한주 스파크랩 공동대표가 ‘스파크랩 데모데이 20’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스파크랩
대중 앞에 선 AI

최근 AI는 서비스 플랫폼 측면과 엔진 기술 측면 모두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오픈AI의 챗GPT는 공개한지 두 달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넘기며 대중이 사용하는 AI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줬다.

차상균 교수는 "최근 AI 기술이 보내온 메시지는 AI 기술이 변곡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특정 영역에만 존재하는 AI가 아니라 대중이 사용하는 AI가 되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AI의 상품화가 시작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큰 변화에는 이전의 AI와 다른 한 가지가 있다. 아마르 아와달라 CEO는 "AI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까지의 AI가 대량의 데이터 학습에 기반한 정확한 판단에 초점을 두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AI는 언어의 이해를 통해 인간과의 교류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아마르 아와달라 CEO는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력만 놓고 보면 아이폰이 세상에 나왔던 때보다 크면서 산업혁명에 가까울 정도"라고 지금의 AI를 설명했다.

기업의 판도가 바뀐다

AI는 기업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인터넷이 세상을 새롭게 열었던 시절 당시 설립한지 10년 안된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현 메타) 등의 기업들이 미국 시가총액 1, 2위를 다툴 정도가 됐던 때를 연상케 한다.

차상균 교수는 "AI 연구 분야에서 구글에 뒤쳐진 것으로 인식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와 협력함으로써 갑자기 선두주자로 부상한 것에서 알 수 있듯, AI는 기업의 판도를 크게 바꾸고 있다"며 기업에게 미치는 AI의 영향력을 가늠케 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를 주도할 것이지만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에서는 다른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차상균 교수는 "조선업을 예로 들어보면, 배 한 척을 설계하는 데 1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모든 설계에는 이력이 남기 때문에 AI 기술을 활용하면 선박 설계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선박 설계나 구축 과정을 단축할 수도 있고, 제조 공정 또한 AI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조, 물류, 의료, 에너지, 통신 등의 다양한 산업 분야는 물론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는 AI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기업에게 AI는 위협이자 좋은 기회

기업에게 AI는 분명 품고 가야할 ‘위험한 혁신’이다. 최근 불거지는 할루시네이션(잘못된 데이터 학습으로 인해 일어나는 AI 오류)이나 여전히 문제의 핵심에 있는 AI의 편향성이나 윤리성 문제에 AI를 도입하는 기업은 자유로울 수 없다.

아마르 아와달라 CEO 또한 할루시네이션을 비롯해 개인 정보 보호 문제와 데이터 손실을 우려했다.

그는 "개인 또는 기업 고유의 데이터를 오픈했을 때 이를 기반으로 학습이 이뤄지고 더 향상된 데이터가 나오게 되는 구조다. 가령 선박의 설계 데이터가 공개되면 AI가 선박을 더 잘 설계하게 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데이터를 공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오픈AI와 같은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AI 역량을 구축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