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도입이라는 승부수는 ‘역시 현대카드’라는 입소문을 타기에 충분했다. 신규 회원 수가 급증, 8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한 달간 신규 회원수 20만명을 넘겼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현대카드는 20만3000명 신규 회원으로 받아 전월 11만6000명의 2배다.

다른 경쟁사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서비스 확장 측면에서는 매력적이지만, 애플페이의 수수료 이슈와 자체 페이의 수익성 문제 등을 고려,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애플페이 손잡은 현대카드, 회원수 증가 효과

현대카드는 애플페이를 통해 회원 수, 시장점유율 확대 등에 열심이다. NFC 단말기 도입 비용을 지불하고, 애플에 수수료를 내면서 애플페이를 국내에 들여왔지만 회원수 증가에다 화제성까지, 이미 적지 않은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이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애플과의 계약에서 일정 기간 독점 제공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으나 금융당국의 유권 해석을 받는 과정에서 국내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게 됐다.

눈치를 보는 기색도 역력하다. 애플의 비밀유지 계약에 따라 애플페이 서비스의 모든 과정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홍보에 있어서도 온도차가 존재했다. 애플페이가 출시된 지난 3월 21일부터 4월 25일까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신의 개인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10건에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 정작 현대카드가 낸 애플페이 관련 공식 보도자료는 1건뿐이다.

정태영 부회장은 최근 "애플페이 효과로 신규가입이 늘어나는 것도 맞지만 시장점유율 경쟁은 우선 순위가 아니다"라며 "회사 전체로는 오히려 작년부터 자산과 손익이 감소하더라도 건전성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카드사들 발목 잡는 애플페이 결제 수수료의 산

애플은 애플페이와 제휴한 금융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다. 현대카드가 애플에 내는 수수료는 건당 0.15%로 애플페이를 도입한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0.03%)의 5배 수준이다. 향후 애플페이가 간편결제 시장의 15%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되면, 카드사들은 하루에 160억원 이상(2022년 기준)의 수수료를 애플에 줘야 한다.

지난해 4분기 카드업계 시장점유율(신용카드 이용 실적 기준)을 보면 신한(19.6%), 삼성(17.8%), 현대(16.0%), KB국민(15.4%) 순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인 3분기 4위였던 현대카드가 3위로 올라섰다.

현대카드의 업계 3위 부상에 애플페이 영향이 있었을 거란 해석에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 제휴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하나금융연구소는 '간편결제 시장 동향과 애플페이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애플페이 수수료 문제 때문에 카드사가 애플페이와 제휴를 맺어도 수익을 확보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삼성페이는 카드사와 가맹점, 소비자에게 별도의 결제 수수료를 받고 있지 않지만, 최근 카드사들과 유료화 전환과 관련해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삼성페이는 애플페이가 현대카드로부터 받는 것과 동일하게 0.15%의 수수료를 받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삼성전자 측은 "삼성페이 유료화와 관련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속내 복잡한 경쟁사들 ‘약일지, 독일지’ 몰라 전전긍긍

국내 주요 금융사들은 자체 카드사와 연계한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 시장점유율 높이기에 공을 들여왔다. KB와 신한카드는 자체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으며, 삼성카드도 삼성 금융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내세워 모니모를 출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하루 평균 이용금액은 7231억원에 달한다. 이 중 KB페이·신한페이 등 금융사의 간편결제가 26.1%(1886억원)을 차지했다.

애플페이 도입 전 아이폰 이용자들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 전자금융업자나 금융사가 서비스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다. 애플페이 상륙으로 금융사 간편결제 서비스 점유율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애플페이와 제휴를 맺자니 금융사 입장에선 기존 서비스 이용 고객의 이탈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KB국민카드는 "아직까지 애플페이 도입에 관해선 결정된 바가 없으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도입된 ‘오픈페이’도 축소되는 기색이다. 오픈페이란 한 카드사 결제앱으로 다른 회사 카드를 간편하게 등록·사용·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 현재 신한·KB국민·하나·롯데카드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BC카드, 우리카드도 올해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나 시기는 미정이다. 카드업계가 애플페이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을 맺었지만, 단순 상호 연동에 그치다 보니 고객을 유인할 요인이 없다는 해석이다.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