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지만, 주요 금융지주들이 올해 1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냈다. 이자이익 뿐만 아니라 비이자이익에서도 나름 성과를 냈고, 은행외에 증권과 보험 등 전반적으로 고른 실적을 보였다. 보통 연말에 많이 쌓는 대손충당금을 넉넉하게 잡아두는 등 이례적인 모습도 보였다. 1분기 금융지주 실적 이모저모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가 올 1분기에도 꾸준한 이익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의 주요 이유가 이자 장사였다면 올해는 좀 사정이 다르다.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면서 전체 이익을 끌어올리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5대 금융지주의 전체 영업이익은 16조3169억원이다. 이 중 비이자이익이 4조4398억원으로 30%에 육박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비이자이익 비중이 늘었음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지난해 1분기 5대 금융지주의 총 영업이익 합산 금액은 14조638억원, 비이자이익 합산 금액은 2조9751억원으로 21% 수준에 그쳤다.


KB금융지주는 올 1분기 비이자이익 1조5745억원을 달성, 5대 금융 지주 중 가장 많은 비이자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8861억원 대비 77.7%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1분기 712억원의 손실을 냈던 그룹 기타영업손익이 6561억원을 기록, 비이자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과 증시 반등에 대한 대응,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증권의 세일즈앤트레이딩(S&T) 운용손익과 보험사의 유가파생 및 보험금융 손익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결과"라고 했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선전했다. 올해 1분기 비이자이익은 1조329억원으로 전년 동기 8827억원에서 17% 증가했다. 금리하락에 따른 유가증권 이익이 기폭제였다. 그룹 영업이익 비중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전년 같은 기간 26.2%에서 올해 28.9%로 올랐다.

수수료이익은 6034억원으로 전년 동기 7015억원 대비 14% 감소했지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신용카드, 증권수탁, 리스수수료 선전으로 18.1% 증가하는 등,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그룹은 7788억원의 비이자이익으로 전년 동기 5094억원 대비 52.9% 증가, 최근 5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전분기 3751억원과 비교하면 107.6%나 늘었다. 외환매매익과 주요 관계사의 유가증권 등 트레이딩 실적이 크게 늘면서 매매평가익이 지난해 1분기 2030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4801억원이 됐다.

수수료이익은 4452억원으로, 전년 동기 4535억원 대비 1.8% 감소했다. 그러나 전분기 3753억원 대비로는 18.6% 증가한 수치다. 퇴직연금·방카슈랑스 등 자산관리 수수료와 운용리스 및 외환 관련 수수료 증가에 기인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NH농협금융지주 역시 올해 1분기 비이자이익 호실적을 냈다. 올해 1분기 비이자이익은 7216억원으로 전년 동기 3139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유가증권 운용손익은 58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52억원보다 세 배 이상 크게 증가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전년 동기 대비 이자이익은 감소한 반면, 유가증권 운용손익 증가로 인한 비이자이익 확대로 꾸준한 실적 개선세를 기록했다"고 했다.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비이자이익이 줄었다. 전년 동기 3830억원에서 올해 3320억원으로 13.4% 감소했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증권사나 보험 포트폴리오 없이 우리은행만으로 버티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은행 중심의 이자이익은 지난해 1분기 1조9880억원에서 올해 1분기 2조2190억원으로 11.6% 증가했다.

수수료이익은 유가증권 관련 이익의 개선으로 전년 동기 4060억원 대비 3.1% 증가한 4180억원을 올린 반면, 외환·파생(960억원), 예보료·기금출연료(2160억원), 리스자산감가상각비(1090억원) 부문에서는 적자를 냈다.

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 선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금리하락 분위기에 기댄 요인이 크다. 이것이 채권이익을 포함, 매매평가이익 등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1회성 요인으로 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지금의 금리하락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올 한해 나쁘지 않다는 예상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보험사 역시 IFRS17로 전환되면서 일부 이자이익 항목이 비이자이익으로 분류가 변동돼 이익이 늘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호실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