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만 특별한 술을 만들자는 계획으로 밀맥주 개발을 시작했다. 대한제분과의 계약이 끝난 후에도 우리 제품을 사랑해준 소비자들에게 끊임없이 제공하기 위해 힘쓰겠다"

김희상 세븐브로이 부사장(브루마스터)은 지난 12일 ‘숲속양조장’ 팝업 스토어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수제맥주 업체 세븐브로이는 이날 새롭게 출시하는 ‘대표 밀맥주’ 제품을 알리기 위해 서울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세븐브로이가 팝업 스토어를 연 것은 창립 20주년 만에 처음이다. 대표 밀맥주는 세븐브로이가 기존에 선보였던 ‘곰표 밀맥주’의 새로운 명칭이다.

서울 성수동 서울숲길에 마련된 세븐브로이 ‘숲속양조장’ 팝업 스토어. / 황혜빈 기자
서울 성수동 서울숲길에 마련된 세븐브로이 ‘숲속양조장’ 팝업 스토어. / 황혜빈 기자
세븐브로이는 지난 2021년 브랜드 ‘곰표’를 운영하는 대한제분과 협업해 곰표 밀맥주를 시장에 선보였다. 다만, 지난 3월 31일자로 상표권 계약이 종료되면서 곰표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대한제분은 수제맥주 2위 업체 제주맥주를 파트너사로 선정했다. 세븐브로이는 기존 곰표 밀맥주의 이름을 대표 밀맥주로 변경하고, 이번에 팝업 스토어를 열면서 브랜드 홍보에 본격 돌입했다.

이날 팝업 스토어에서 김희상 부사장은 밀맥주 개발 배경과 향후 계획 등을 소개했다.

김희상 세븐브로이 부사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황혜빈 기자
김희상 세븐브로이 부사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황혜빈 기자
세븐브로이는 2019년 대한제분으로부터 처음 컬래버레이션 제안을 받았다. 브루마스터인 김 부사장은 당시 새로운 컬래버레이션 맥주를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여러 가지 콘셉트를 고민했다. 고민 끝에 ▲밀맥주 ▲저도수 맥주▲‘맥알못’(맥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맥주 ▲특별한 향을 담은 맥주 등 네 가지 콘셉트에 착안해 곰표 밀맥주(현 대표 밀맥주) 개발을 시작했다.

김 부사장은 "2020년 1월부터 맥주 레시피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다"며 "당시 밀맥주는 독일식, 벨기에식, 미국식 등으로 나뉘었는데 한국식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밀맥주 스타일을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유럽식 밀맥주와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김 부사장은 "유럽에서는 밀맥아가 전체 맥아의 45% 이상이어야 하고, 미국의 경우 전체 맥아의 35% 이상 넣어야 밀맥주로 인정한다"며 "차별점을 둬야겠다고 생각해 당시 곰표 밀맥주의 밀맥아 함량을 전체 맥아의 45%로 맞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맥주의 향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유행하는 ‘하드셀처(Hard seltzer)’에서 방향성을 찾았다. 하드셀처는 알코올을 뜻하는 ‘하드’와 탄산수라는 의미의 ‘셀처’의 합성어로, 사탕수수를 주원료로 효모 발효한 알코올 음료다.

김 부사장은 "당시 미국에서 탄산수에 알코올을 넣고 다양한 과일향을 넣은 하드셀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며 "거기에 착안해 파인애플, 복숭아, 패션후르츠 등 3가지 천연 과일 추출물을 사용하기로 했다. 더 저렴한 합성향료를 쓸 수도 있었지만 더 좋은 원료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어떤 효모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고 전했다. 결국 그는 발효도가 가장 높으면서도 알싸한 후추향이 특징인 벨기에산 세종 효모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맥주는 발효도가 높을수록 드라이해진다.

김 부사장은 "과일향이 나는데 맛을 봤을 때도 단맛이 나면 여러 잔을 마셨을 때 너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대표 밀맥주는 입에 머금었을 때 달달함이 확산되면서, 삼킨 후의 끝맛은 드라이한 게 특징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수제맥주 시장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해한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곰표 밀맥주 출시 이후 다른 맥주 회사들도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을 출시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엔데믹 등으로 인해) 맥주 시장 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맥주 제조 기업들이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우리나라에 맥주 회사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대표 밀맥주의 매출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한제분과 컬래버레이션했을 때보다는 매출이 안 나올 수 있다"면서 "이번에 대표 밀맥주로 명칭을 변경해 출시한 이유는 이 맥주를 사랑해줘서 회사를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의 밀맥주 제품이 다시 세븐브로이 품에 안겼다는 것을 꼭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부사장은 대표 밀맥주 제품에 대해 자신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 부사장은 "편의점 채널에서 가장 주의 깊게 보는 것이 재구매율이다"면서 "처음 구매할 땐 상표 때문일 순 있지만, 재구매 시엔 상표 때문이 아니다. 맛이 괜찮아서 재구매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대표 밀맥주의 초도 물량은 12~13만캔이다. 세븐브로이는 2차 발주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앞으로 대표 밀맥주의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