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간호법과 관련된 논란이 범의료계 안팍에서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연대와 간호계가 이번 사태를 두고 각각의 직능에 불리한 입법행위를 행사한 정당을 총선때 표심으로 복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더불어민주당 심판론을 들고나왔으며, 대한간호협회는 여당인 국민의힘을 향한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13개 단체 보건의료복지연대가 서울프레스센터에서 22대 총선기획단 출범식을 갖고 간호법·의료인면허취소법에 대한 규탄을 결의했다.

최근 13개 단체 보건의료복지연대가 22대 총선기획단 출범식을 갖고 단체가 제안한 보건복지의료정책을 추진할만한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 의협
최근 13개 단체 보건의료복지연대가 22대 총선기획단 출범식을 갖고 단체가 제안한 보건복지의료정책을 추진할만한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 의협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특정 집단을 위한 일방적인 법 제정 추진으로 인해 보건복지의료직역은 두 동강 났다"며 "대한간호협회가 주도한 간호법 제정 절차에서 ‘원팀’으로 일해 왔던 보건복지의료직역은 분열됐고 극심한 반목을 겪고 있다. 이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장은 "정부와 여당에서는 지속적으로 중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간협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우리는 분열과 반목을 원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대화와 협의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의 건강권 수호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정부와 여당 중재안을 수용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 총선기획단은 국민을 위한 8대 정책을 제안했다. 이 같은 정책 추진을 위해 1인 1정당 가입 운동 등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합리적인 보건복지의료정책을 제시하는 정당과 후보를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22대 총선에서 보건복지의료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경륜을 가진 후보자들이 선택하도록 연대하고 지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그간 정치권 내 보건의료에 대한 전문성보다 당론을 앞세운 과시성 정책들만 쏟아져 나오면서 의료계는 전문성을 지닌 정치인에 힘을 실어야한다는 여론이 급부상하는 데서 나온 결정이다.

이번 보건복지의료정책에는 의료직역의 전문성 향상으로 국민이 받는 의료 서비스가 더 향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각 직역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복지연대 총선기획단은 다음 달 세부 조직 구성 및 활동 계획을 세우고 7월부터 정책 개발에 나선다. 향후 각 단체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총선기획단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6월부터 총선기획단 조직 구성 및 활동 계획을 세우고 7월부터 모든 직역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 개발에 나서겠다"며 "내년 총선이 끝나더라도 우리가 내세운 통합과 연대 등과 같은 가치는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총선기획단은 각 직역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항구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영경 대한간호사협회 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 일대에서 열린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김영경 대한간호사협회 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 일대에서 열린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대한간호협회(간협)도 19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대회’를 열고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간호법을 파괴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단죄하겠다"며 "우리는 그간의 모든 진실을 국민들께 소상히 알릴 것이며,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끝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간협은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인 간호법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는 입법독주법, 의료체계 붕괴법, 신카스트 제도 등 어처구니없는 허위사실로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고 강조했다.

면허 발급 기준 간호사는 45만7000여명으로, 이들은 투표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간협 역시 의료연대처럼 전국 62만명 간호사 및 간호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1인 1정당 가입하기 운동을 전개한다.

더불어 간협은 표심을 통해 정치권에 힘을 얻어 간호법 원안 국회 통과를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간협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국회에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심의의결된 간호법은 애석하게도 좌초됐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의 진실과 역사적 맥락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4년 4월에 열리는 제22대 총선을 대비해 총선기획단을 출범하고, 후안무치한 탐관오리들이 다시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없도록 심판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치적 투쟁이 최근 여야 관계처럼 보건의료계가 둘로 쪼개져 갈등의 골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간협 소속 간호사는 "의사와 간호사는 병원내에서 한팀으로 움직여야 시너지가 나지만 이번 갈등으로 서로가 의심하고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며 "직역을 위한 투쟁도 중요하지만 매 순간 응급상황이 펼쳐지는 병원 내에서 협업에 어려움이 생기면 안된다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의료계 관계자도 "쟁점화된 갈등은 수내부에 밀어두고 국민 보건 일선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역할은 분명히 수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지난해부터 너무 많은 싸움을 펼치느라 의료 직역간의 관계가 만신창이가 된 만큼 서로 진료환경 내에서는 이전처럼 협동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 일대에서 열린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 현장. / IT조선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 일대에서 열린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 현장. / IT조선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