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치료제가 없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시장에 수많은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최초 신약’ 자리를 노리기 위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NASH 치료제 시장은 2029년 36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어떤 기업이 신약개발에 성공해 글로벌 빅파마로 급부상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전세계적으로 미충족 수요가 높은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개발에 의미있는 성과들이 등장하면서 어떤 기업이 신약을 완성해 상용화까지 성사시킬지 여부가 주목된다. / 화이자
전세계적으로 미충족 수요가 높은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개발에 의미있는 성과들이 등장하면서 어떤 기업이 신약을 완성해 상용화까지 성사시킬지 여부가 주목된다. / 화이자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NASH 치료제 신약 개발에 성과를 내면서 머지않아 미충족 수요가 높은 NASH 환자들에게 희망이 찾아올 전망이다.

NASH는 음주와 상관없이 간에 중성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현재 6000만명이 이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상 악화 정도에 따라 간경화·간부전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할 경우 간암까지 유발한다.

간세포에 지방이 쌓이면서 염증이 조직 손상과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데 이때 발생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FLD)이 중증 형태로 발전하면 NASH가 된다. 전 세계 NAFLD 유병률은 25.24%이며, 이 인구 중 생검(biopsy)으로 확인된 NASH 환자 수는 59.1%에 달한다.

문제는 NASH 치료제 개발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 현재까지 미국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국(EMA)의 승인을 받은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상태다. NASH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체중 감소와 당뇨병 및 고혈압 같은 합병증 치료가 전부이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제약바이오 기업이 NASH 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상당한 진척을 이뤄내고 있다.

미국 바이오텍 바이킹 테라퓨틱스는 최근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인 ‘VK2809’ 2b상 중간 연구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 이번 2b상 연구에서 200명 이상의 환자에게 VK2809를 12주 동안 투여한 결과, VK2809을 투여받은 85%의 환자에게서 간 지방 함량이 최소 30% 감소했다.

특히 VK2809 10㎎을 이틀에 한 번씩 복용한 피실험자들은 평균적으로 간 지방이 51.7% 줄었다. 바이킹은 내년 상반기 생체검사 결과에 대한 52주 데이터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2월 미국 바이오벤처 마드리갈이 NASH 치료제 후보물질 ‘레스메티롬(THR β 작용제)’의 임상 3상을 완료한 바 있으며, 같은 해 아케로 테라퓨틱스도 임상 2b상에 성공하면서 이번 바이킹까지 3사가 최초 상용화 NASH 개발에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에 다소 후발주자인 한국의 경우 한미약품이 가장 앞서고 있다. 최근 한미약품은 독립적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로부터 독자 개발 중인 NASH 신약 후보물질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의 글로벌 임상 2상시험을 계획 변경 없이 계속 진행하라는 권고를 획득했다.
IDMC는 진행 중인 임상에서 환자의 안전과 약물 효능 등을 독립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전문가 그룹이다.

이번 IDMC 평가 목적은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 NASH 대상 임상 2상에서 평가 중인 3개 용량 중 유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용량군을 제외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였다. IDMC는 중간결과를 보고 무용성 기준에 포함되는 용량군이 없어 특정 용량군을 제외하지 말고 임상을 계속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는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 인슐린 분비,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인슐린 분비 촉진과 항염증 작용을 하는 GIP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작용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이다. 한미약품의 바이오의약품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 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번 중간 분석 결과와 IDMC 권고를 통해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 나아가 글로벌 신약 개발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희망을 주고, 관련 기관과 의료진에게는 향후 연구 과정들에 더욱 주목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LG화학, HK이노엔, 일동제약 등도 NASH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NASH 신약 후보물질 'DA-1241'을 개발 중으로, 올해 4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FDA)로부터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유한양행은 2019년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길리어드에 각각 NASH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했다. 베링거인겔하임으로 이전된 후보물질 ‘YH25724’는 유럽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다.

LG화학은 NASH 신약 후보물질 ‘LG303174’과 ‘LG203003’을 개발하고 있다. LG303174는 임상 1상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으며, LG203003은 미국 보스턴에 있는 LG화학생명과학혁신센터에서 개발되고 있다.

HK이노엔은 바이오기업 퓨처메디신으로부터 NASH 신약 후보물질 ‘FM101(IN-A010)’을 도입해 공동개발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7월 FDA로부터 NASH 신약 후보물질 ‘ID119031166M’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아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NASH 치료제 개발은 너무 까다로워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프랑스 젠핏을 비롯해 얀센, 화이자 등도 모두 개발을 중단할 정도로 어려운 영역이다"며 "하지만 최근 굉장히 흥미로운 성과들이 쏟아지고 있어 머지않아 상용화 단계까지 완료한 신약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