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팬과 아티스트 관계는 일방적이다. 팬은 아티스트를 위해 소비만 한다. 별다른 보상은 없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21년간 몸 담았던 주상식 비트블루 대표는 이런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팬 역시 보상을 받아야 공정하다는 판단이다. 그가 2010년부터 구상해 온 서비스 노우 유어셀프(Know Yourself)를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이려고 한 이유이자 비트블루를 설립한 배경이다.

주상식 비트블루 대표는 과거 SM 엔터테인먼트에서 IT사업실장으로 근무하며 엔터 업계뿐 아니라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잔뼈가 굵다. 그런 그가 대체불가토큰(NFT) 기반 웹3 스타트업 비트블루를 차리고 NFT 기술로 엔터테인먼트 판을 바꿔 놓겠다 선언했다.

그렇게 개발 중인 서비스가 ‘노우 유어셀프(Know Yourself)’다. 노우 유어셀프는 한 인물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NFT를 발행하고 이를 통해 그 사람의 가치를 시각화하는 개인 가치 시각화 서비스다. NFT 거래와 차트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IT조선은 최근 주상식 대표와 만나 노우 유어셀프가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계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주상식 비트블루 대표 / 이상훈 기자
주상식 비트블루 대표 / 이상훈 기자
NFT 서비스 통해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성장

현재 팬들의 ‘덕질’은 주로 아티스트가 SNS, 유튜브 등 플랫폼에 올린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으로만 이뤄진다. CD 등 아티스트 관련 굿즈를 구매해 덕력을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덕질을 통해 열심히 서포트한다 해도 팬들에게 돌아가는 실제 이익은 없다. 주 대표는 아티스트와 팬의 현 관계에서 팬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그는 "현재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가 공정하지 않다"며 "팬은 시간, 노력, 돈을 제공해서 아티스트를 서포트하는데 막상 받는 것은 정서적 만족에 그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노우 유어셀프를 개발하는 이유다. 그는 노우 유어셀프가 일방적인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바꿔 놓을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강조한다. 노우 유어셀프를 통해 아티스트의 NFT를 구매한 팬은 아티스트의 성장에 따라 경제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아티스트가 성장하면 NFT의 가치가 올라가고, 팬이 추후 이를 판매하면 수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팬과 아티스트가 함께 성장하는 셈이다. 또한 대체불가 토큰은 말 그대로 대체불가하기 때문에 그 희소성도 나날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주 대표는 이처럼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성장하면 아티스트에 대한 팬의 관심이 더 깊어지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아티스트가 성장할수록 이득을 얻는 구조가 형성되면 팬들이 아티스트 성장 가능성에 더 주목하게 된다. 이는 곧 그 사람에게 더 집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팬과 아티스트는 하나의 우주…한번 맺은 인연 끝까지

노우 유어셀프에 특이한 점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행성(플레닛)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행성과 행성, 즉 아티스트와 다른 아티스트가 맞물려 하나의 은하계(갤럭시)를 구축하고, 그 은하계를 팬들이 여행한다는 의미다.

은하계는 한 명의 아티스트 중심으로 구성돼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기준으로 다른 아티스트들이 그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주 대표가 구상하는 노우 유어셀프의 우주,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다.

주 대표는 특히 노우 유어셀프가 국내 아티스트와 팬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지식재산권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재 한국 내 아티스트들은 여러 소속사를 거치며 브랜드 네임, 지식재산권(IP) 등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고는 한다. 예를 들어 최근 걸그룹 브레이브걸스는 소속사를 옮기며 ‘브브걸’로 개명했고, 보이그룹 비스트는 ‘하이라이트’로 개명했다.

주 대표는 한 아티스트의 브랜드 가치가 노우 유어셀프에 등록되면 해당 아티스트가 다른 소속사로 옮긴다 해도 그 브랜드는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티스트의 브랜드 가치를 저장해 그것을 한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는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런 역할은 팬덤(fandom)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아티스트가 소속사를 옮기면 팬들도 여러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이브에 소속된 A 그룹을 좋아한다면 A 그룹이 다른 소속사로 이동할 시 팬들도 함께 팬덤 플랫폼을 이동해야 한다. 하이브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자체 팬덤 플랫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팬덤 플랫폼을 옮기면 전 플랫폼에 있는 아티스트 관련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아티스트의 데이터가 노우 유어셀프에 등록돼 있다면, 팬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 대표는 "팬들이 플랫폼을 옮겨야 하는 상황에는 아티스트 관련 데이터가 유실돼 엄청난 손실이다"라며 "아티스트의 데이터가 노우 유어셀프에 등록돼 있다면 해당 데이터가 아티스트에게 귀속돼 어디든지 가져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기자 lees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