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징 업체들의 연합인 TIPA 어워드 2016 수상작이 공개됐다. TIPA 어워드는 매년 세계 각국의 사진 영상 전문지 담당자들이 모여 이미징 기기 신제품 부문별로 선정, 시상하는 국제적인 행사다. 올해는 세계 15개국, 27개 사진 영상 전문지 담당자들이 수상작을 결정했다. TIPA 어워드 2016 시상 부문은 총 40개로, 수상 부문과 제품은 아래와 같다.
 
 
40개에 달하는 TIPA 어워드 2016 시상 부문
40개에 달하는 TIPA 어워드 2016 시상 부문
해마다 TIPA 어워드를 시작으로 EISA 어워드, 카메라 그랑프리 등 각종 시상이 발표된다. 하지만 이들 어워드의 효용성과 신뢰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장 많은 지적은 시상 종류가 너무 많고 분류 기준도 모호하다는 점이다. 

시상의 기본은 ‘많은 제품 가운데 우수한 소수 제품’을 선정하는 것이다. 많은 제품이 저마다 상을 하나씩 나눠 받는다면 시상의 가치는 떨어진다. TIPA 어워드는 디지털 이미징 시장 전성기인 2000년대 중후반에도 30개 남짓이었다. 시장 규모와 제품 라인업이 상당 부분 축소된 2010년 이후, 경합 제품은 줄었는데 수상 부문이 오히려 40개로 늘어난 점은 의아하다.

시상 분류 기준도 애매하다. 전문가와 프로페셔널, 프라임과 프리미엄은 통합해도 무방한 부문이다. 프로페셔널 카메라 시상 부문을 굳이 액션/해상도로 나눈 것도, 광각·망원 줌 렌즈를 시상하면서 판매량이 가장 많은 표준 줌 렌즈 시상을 제외한 것도 어색하다. 중형 카메라와 35mm 콤팩트 카메라 부문은 경합 모델이 1~2종에 불과하다. 이는 우수한 제품에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맞춰 상을 만드는 격이다.

시상 발표 시점에 정식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 버젓이 TIPA 어워드 수상작에 오른 것도 문제다. 물론, 이들 제품은 객관적으로 본체 성능이 높고 소비자들로부터의 반응도 좋다. 하지만 출시 후 신제품이 어떤 평가를 받을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출시 전에 제품의 완성도와 성능을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상을 하는 것도 별반 의미가 없어 보인다.
 
디프리뷰 사용자가 TIPA 2016 선정 결과를 비판한 게시물 (사진=디프리뷰)
디프리뷰 사용자가 TIPA 2016 선정 결과를 비판한 게시물 (사진=디프리뷰)
업계 관계자는 “TIPA 어워드 시상 부문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가의 심사와 추천을 거쳐 선정된 만큼 권위는 충분하다. 또한 제품 홍보에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의견은 사뭇 다르다. 디프리뷰, 이미징 리소스를 비롯한 해외 디지털 이미징 커뮤니티에서 TIPA 어워드의 선정 결과와 기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1991년부터 시작된 TIPA 어워드는 올해 26회를 맞았다. 이 기간 동안 디지털 이미징 시장은 급변했지만, 정작 시장을 평가하는 시상 기준과 분류는 그대로다. TIPA를 포함한 각종 디지털 이미징 어워드가 역사에 어울리는 공신력을 갖추려면, 새로운 시장 트렌드를 반영하고 시상 기준과 부문을 다듬어야 할 것이다.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