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뚝심경영' ...LG화학 이차전지 사업은 25년째 '유망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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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01 14:59
구본무 LG 회장의 '뚝심경영' 기조 아래 25년 동안 집중 투자가 이뤄진 LG화학의 이차전지 사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만년 유망주' 신세다.

올해 초 구본준 부회장이 LG화학 등기이사로 합류하면서 이차전지 등 비화학 사업부문의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관련 업계는 올해도 LG화학의 전지 사업부문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이차전지 사업부문, 그룹 오너가 힘을 실어줘도 '만년' 유망주로

이차전지는 구본무 회장(사진)이 1991년부터 LG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25년째 밀어붙이고 있는 사업이다. 구 회장은 당시 영국 출장길에서 우연히 접한 충전식 이차전지에서 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계열사였던 럭키금속에서 이차전지 연구개발(R&D)에 돌입했다. 럭키금속의 이차전지 연구 업무는 1996년 LG화학으로 이관됐다.

하지만 시제품 개발에만 5년이 걸렸을 정도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이차전지 종주국으로 불리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 원천기술이 부족했던 탓이다. 그럼에도 LG화학은 중단하지 않고 투자를 진행했지만 2005년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투자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자 그룹 안팎에서는 이차전지 사업을 그만두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구 회장은 장기적 안목을 갖고 뚝심 있게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라고 지시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같던 LG화학의 이차전지 사업은 2009년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전기차용 이차전지 공급 계약을 맺었다. 2013년에는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네비건트 리서치가 선정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경쟁력 평가'에서 1위로 선정되는 등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전기차용 이차전지는 LG가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로 제시한 전장 사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LG의 전장 사업에는 LG화학의 이차전지와 LG전자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 LG이노텍의 차량용 모터·센서·무선통신 모듈, LG하우시스의 자동차 원단·경량화 소재 등 주요 계열사의 핵심 역량이 집결되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이 올해 3월 LG화학 비상근 등기이사로 등재된 것도 LG가 전기차용 이차전지를 신성장동력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구 부회장은 LG화학 이사회에 합류하기 전 LG 신성장사업 추진단장직을 수행했다. 관련 업계는 LG그룹이 2017년도 정기 임원 인사에서 구 부회장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계열사 사업 및 경영 전반을 총괄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손익분기점 돌파 언제쯤?…발표 때마다 "내년엔, 다음분기엔" 공수표 날려

구본무 회장(사진 가운데)은 이차전지 공장 기공식마다 참여하며 사업에 애정을 보이고 있지만, 실적은 녹록지 않다. 사진은 올해 10월 LG화학의 폴란드 전기차용 이차전지 공장 기공식 현장 모습. / LG화학 제공
하지만 이차전지 사업은 현재까지도 LG화학의 실적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의 핵심 사업부문은 석유화학 등 기초소재와 이차전지,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 사업으로 나뉜다. 이 중 기초소재 사업부문이 LG화학을 지금껏 먹여살려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까지 15조147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중 기초소재 사업부문에서만 전체의 69.8%에 달하는 10조5638억원을 거둬들였다. 이차전지 사업부문은 2조5022억원(16.5%),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 사업부문은 1조8064억원(11.9%), 공통 및 기타부문에서 2751억원(1.8%)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기초소재 사업부문의 흑자로 이차전지 등 나머지 비화학 사업부문의 적자를 메꿨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5302억원을 기록했는데, 기초소재 사업부문이 1조6325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106.7%를 벌어들였다. 이차전지와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사업, 공통 및 기타부문은 각각 456억원, 388억원, 179억원의 적자를 냈다.

LG화학의 이차전지는 크게 모바일용과 전기차용으로 구분된다. 매출 비중만 놓고 보면 모바일용이 약 60%, 전기차용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LG화학은 2009년 이후 8년째 전기차용 이차전지에 역량을 집중해왔으나, 여전히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의존도가 높은 상태다.

급변하는 시장 판세도 LG화학 이차전지 관련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재빠르게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을 선점했고,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급부상하면서 이차전지 강국으로의 비상을 꾀하고 있다. 아직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한 전기차용 이차전지 사업이 일본에 치이고, 중국에 쫓기게 된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시장 점유율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4년 20%였던 LG화학의 세계 이차전지 시장 점유율은 2015년 19%, 올해 3분기에는 17%까지 떨어졌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올해 초 전기차용 이차전지 사업의 성장을 자신하면서 이 부문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LG화학의 장밋빛 전망에는 연내 중국의 전기차용 이차전지 모범규준을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었으나, 중국이 인증 기준을 대폭 높이면서 내년 이후에나 성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추가 투자 및 생산 시점을 감안하면 LG화학의 전기차용 이차전지 사업의 손익분기점 달성에는 2~3년의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이번 전기차용 이차전지 모범규준 강화로 국내 이차전지 3사(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중 중국에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를 이어온 LG화학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됐다"며 "매번 다음 분기에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겠다고 공언해온 LG화학의 신뢰도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LG화학은 11월 28일 LG생명과학과의 합병안 통과로 내년부터는 바이오 사업부문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바이오 사업은 중장기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반면, 단기 성과는 불확실한 전형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고위험·고수익)' 사업으로 꼽힌다. LG화학은 25년 이차전지 사업의 결실도 채 거두기도 전에 또 다른 신성장동력 키우기라는 숙제를 스스로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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