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자동통번역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의 인공지능 번역 기술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번역기로 채택되는 등 최근 빠른 기술발전을 보이는 자동통번역 기술의 서비스 상용화가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김슬기 연구원이 발표한 '인공지능으로 날개 단 자동통번역 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IT기업과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인공지능 자동통번역 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자동통번역 기술은 텍스트 입력 기반의 자동번역에서 나아가 인공지능 기술이 음성을 알아듣고 실시간 자동 통역을 수월하게 해주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앞 다퉈 이어폰과 같은 웨어러블 형태의 통번역기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구글 픽셀버드. / KT경제경영연구소 제공
구글 픽셀버드. / KT경제경영연구소 제공
자동통번역 서비스는 1990년대에 처음 등장했지만, 번역 품질이 매우 낮아 실제 상황에 쓰이기 힘들었다. 2016년 하반기부터 인공지능(AI)이 적용된 신경망 기계번역(NMT) 기술이 널리 확산되면서 통번역 번역 품질이 급격히 향상됐다.

자동통번역 기술은 '규칙기반 기계번역'에서 '통계기반 기계번역'으로 발전했고, 최근에는 사람의 뇌가 학습하는 과정을 본뜬 '신경망 기계번역'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원어민의 언어구사능력을 100점으로 볼 때, 전문 통번역사는 90점, 신경망 기계번역은 60~70점, 통계기반 기계번역은 30~40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번역 시장을 선전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은 2007년 통계기반 기계번역(SMT)을 적용한 '구글번역기(Google translator)'를 선보인 후, 현재까지 서비스를 발전시켜 가고 있다. 현재 전세계 5억명 이상이 103개 언어로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고 있다.

2014년에는 카메라 기반 번역 앱 '워드렌즈(Word Lens)'를 개발한 퀘스트비주얼을 인수했고,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춰진 글자를 즉시 영어로 전환해 번역하는 기술을 앱에 적용한 상태다. 2016년 10월에는 '구글 신경망 기계번역(GNMT)'으로 시스템을 전환해 번역 품질을 대폭 개선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3년 6월 윈도용 빙(Bing) 번역기를 출시한 후, 2015년 8월에 번역 앱 'Microsoft translator'를 출시했다. 2014년 11월에는 스카이프(Skype)를 활용해 실시간 음성번역서비스 프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MS는 현재 50개 언어 텍스트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7개 언어는 음성번역도 지원한다. 2016년 11월 신경망 기계번역(NMT)을 적용해 영어, 독일어, 아랍어, 한국어 등 11개 언어의 번역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개발자의 경우 추가비용 없이 통번역 API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 파파고 이미지. / 네이버 제공
네이버 파파고 이미지. / 네이버 제공
페이스북도 스카이프 실시간 음성번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 앱 내 번역을 위한 기술을 개발해 매일 45억개의 문장 번역을 처리하고 있다. 속어나 은어, 오타, 문맥을 고려한 단어 등도 원활하게 번역할 수 있는 수준으로, 2017년 5월 페이스북 인공지능 연구소는 컨볼루션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 CNN)을 이용한 번역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개발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국내 사업자 중에는 네이버가 2016년 8월 자동통번역 서비스 '파파고' 베타버전을 출시해 자동번역 경쟁에 뛰어들었다. 2016년 10월 한-영 번역 시 N2MT(Naver Neural Machine Translation) 기술을 적용했고, 라이브스트리밍 브이(V)앱, 웹툰, 쇼핑 등 데이터를 수집해 NMT 고도화에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 파파고는 현재 6개 언어를 지원하는데, 앞으로 베트남어와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등을 새로 추가할 예정이다. 2017년 8월에 출시한 네이버의 인공지능 스피커 '웨이브'에도 관련 기술이 탑재된 상태로, 2018년 중 동시통역 이어폰 마스(Mars)를 출시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다른 국내 기업인 한글과컴퓨터도 번역 시장 후발 주자로 참여해 선두 추격에 주력하고 있다. 한컴인터프리는 2008년부터 '지니톡'을 기술이전 받아 '한컴 말랑말랑 지니톡' 서비스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2017년 2월에는 NMT 기술 적용 계획을 밝혔고, 같은 해 진행된 MWC2017에서 넥밴드 형태의 통역기 '한컴 말랑말랑 지니톡 웨어러블'을 출품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재 지니톡 웨어러블은 4개 언어의 번역을 지원하고 있다. 서로 다른 단말기를 가진 사용자 간 거리가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연결돼 마치 말하듯 자연스러운 번역 서비스를 가능케 했다.

한글과컴퓨터가 개발한 번역 로봇. / 한글과 컴퓨터 제공
한글과컴퓨터가 개발한 번역 로봇. / 한글과 컴퓨터 제공
현재 이 기술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통번역 소프트웨어 선정된 상태로, 8개 언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퓨처로봇과 협력해 '통역하는 안내로봇'을 공동 개발해 올림픽 기간 동안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 역시 2017년 9월 NMT 기술을 적용한 AI 번역 베타 서비스로 자동번역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카카오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아이(kakao i)의 번역 엔진을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김슬기 연구원은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를 위한 기기 다변화 및 음성인식 기술 발전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세계 주요 업체 간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AI 스피커 붐이 일면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어, 관련 기술 발전을 위한 기업 투자 및 정부의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