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산업의 흐름과 트렌드가 끊임없이 달라진다. 그 변화에 따라 시장이 성장하고 또한 쇠락한다. 갓 생긴 스타트업이라도 그 흐름을 잘 읽고 타면 성공 확률이 높다. 성장 산업에 어떤 스타트업이 도전할까. 어떤 접근법을 펼칠까. 이를 살펴보면 거꾸로 시장과 산업에 대한 통찰력(인사이트)도 생긴다.

하이메디는 2011년 12월 창업한 의료관광 스타트업이다. 오프라인에서 의료관광객을 위한 접객(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한 회사다. 지난해 10월, 20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완료했다. 온라인 의료관광 플랫폼으로의 도약도 꿈꾼다.

중동 의료관광 수요를 정조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중동 부국으로 부르는 이른바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가입국 고객을 최우선 타깃으로 삼았다.

./하이메디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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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메디가 중동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는 시장 규모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가 지난해 발표한 의료관광 사업 분석 자료다. GCC 국가에서 한해 63만 명이 해외로 의료관광을 떠난다. 이들이 해외에서 의료관광에 쓰는 돈만 연간 22조 원 달한다.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GCC 의료관광객은 대부분은 미국과 독일, 태국을 향한다. 이들이 점차 한국을 향한다. 한국에서 쓴 진료비가 지난해 약 440억 원 정도다. 하이메디는 거대한 GCC 의료관광시장에서 한국이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수한 의료진, 상대적으로 저렴한 의료비, 중동 지역에 빠르게 확산하는 한류 열풍이 그 근거다.


이정주 하이메디 대표. / 자료 하이메디
이정주 하이메디 대표. / 자료 하이메디
"한국 의료 서비스가 글로벌 최상위 수준에 근접한 반면 비용은 경쟁국 대비 30% 가량 저렴합니다. 중증 치료 외에 성형과 뷰티, 웰니스 시장은 한국 인지도가 워낙 높고요. 최근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빠르게 상승합니다."
이정주 하이메디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 중동 VIP 고객이 늘고 있다. 올 초 ‘만수르 처남’으로 알려진 UAE 부통령이자 두바이 군주의 아들 셰이크 함단 왕세자 가족이 한국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중동은 왕족이 대중 트렌드를 이끈다. VIP 고객 증가는 중동 대중의 관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GCC 시장 공략을 위해 하이메디는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온라인 의료관광 플랫폼 개발에 집중한다. 의료관광은 환자 유치부터 의료진 선정과 예약이 대면과 전화, 이메일로 이뤄진다. 중동 현지에서 대면 중심으로 한국 의료관광 상품을 알린다. 관심을 가진 해외 환자가 한국에 전화로 문의하면 아랍어를 잘 하는 인력이 개별 상담을 진행한다. 이메일로 의료진 정보와 예상 비용을 전달한다. 이런 식이다.

환자 한 명을 유치하려고 수십 번의 통화와 이메일 교환이 필요하다. 과정이 길고 복잡한 건 물론이고 수요가 증가해도 쉽게 서비스를 확대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무엇보다 국내에선 중동 환자를 응대할 아랍어 능통자를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하이메디는 온라인에서 환자가 직접 의료진을 선택하고 진료비와 체류 비용을 뽑아보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하이메디가 그동안 독자적으로 쌓은 데이터와 또한 협력관계를인 상급 종합병원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맞는 의료진을 추천한다. 예상 진료비와 일정에 따른 전체 의료관광 비용을 제시한다. 일반적인 문의라면 챗봇을 통해 대응함으로써 인력 투입을 효율화할 계획이다.

온라인 플랫폼이 미래 경쟁력이라면 풍부한 오프라인 경험은 하이메디의 최대 강점이다.
중동은 언어도 종교도 음식도 우리와 너무나 다르다. 2011년 말에 창업해 지금까지 오프라인에서 중동 환자만을 상대하며 쌓은 노하우가 그래서 중요하다.
"의료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객 경험이에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의료진을 선택해도 결국 치료를 오프라인에서 하잖아요. 중요한 고객 경험 대부분이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거예요. 하이메디는 그동안 중동 의료관광에만 집중해 왔어요. 이 경험은 다른 어떤 곳도 쉽게 베낄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주 하이메디 대표의 말이다.

중동 의료관광객에게 전문적인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메디./자료 하이메디
중동 의료관광객에게 전문적인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메디./자료 하이메디
지난해 36억 원의 매출을 올린 하이메디는 올해 매출 100억 원을 예상한다. 향후 타깃 시장을 GCC에서 동남아 무슬림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동남아 무슬림 인구가 100만 명에 육박한다. 그만큼 의미 있는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2년 매출 800억 원, 유치 환자 1만 4000여 명을 달성한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