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인증 뭐길래'…이슬람 시장, 제약 새 수요처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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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1.09 10:22
이슬람 시장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새 수요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약 20억 인구를 자랑하는만큼 시장성이 뛰어난데다 의약품 시장 규모 또한 80조원으로 추정되는 만큼 성장이 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소위 이슬람 국가 내 사업자등록증이나 마찬가지인 ‘할랄 인증’ 획득 절차가 까다롭지만 무시못할 성장 잠재력에 국내 제약사들이 이슬람 국가 진출에 서두르는 모습이다.

./셔터스톡 제공
높은 진입 장벽이 오히려 블루오션

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이 인도네시아를 교두보 삼아 할랄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할랄은 아랍어로 ‘신이 허락한 좋은 물건’이라는 뜻이다. 이슬람 율법에서 인정하는 방식으로 생산한 식품과 의약품, 화장품 등에 할랄 인증이 붙는다.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은 할랄 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 동안 국내 제약업계는 이 시장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 할랄 인증이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키는 알약에 자주 활용되는 연질캡슐 원재료는 동물성 젤라틴이다. 대부분 돼지 피에서 추출·생산한다. 할랄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제조 과정에 돼지고기는 물론 돼지 피가 섞여서는 안된다.

할랄 인증 과정은 거대한 벽과 같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현지 할랄 인증기관에 생산 과정을 증명하는 수십건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제조 과정 실사도 필수다. 특히 현지 의약품 유통·판매를 위해서는 생산설비를 갖춘 현지회사와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 또 5년 내 해당 의약품 기술을 이전해 현지에서 제조하도록 서면 승인을 얻어야 하는 등 진입 장벽이 높다. 기간도 최소 6개월에서 2년정도 소요된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현지 시장조사를 떠났다가 포기하고 돌아온 업체도 수두룩하다. 원료부터 공정 과정, 시설까지 손을 대야 하다보니 제약사가 떠안아야 하는 금전적 리스크가 큰 탓이다.

할랄 사업을 포기한 업계 한 관계자는 "캡슐형이 아닌 제품은 그나마 할랄 인증 받기가 수월하다"면서도 "제약사에서 일부러 할랄을 위해 기존 제품 제형을 변경하기에는 금전적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할랄 인증을 받으려면 원료부터 바꿔야 한다"며 "비용을 포함해 물리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할랄 시장 돌파 교두보

하지만 최근 이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어려운 인증 제도를 피하고 포기하기에는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오히려 까다로운 인증 절차 덕분에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현지화 전략을 통해 시장 선점에 성공한다면 가늠할 수 없는 규모의 매출이 한 제약사로 소위 ‘몰빵’될 수 있는 시장인 셈이다.

그 중심은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국내 제약업계가 할랄 진출을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할 국가로 꼽힌다. 약 2억7000만명에 이르는 인도네시아 인구 중 80%가 이슬람 신자다. 할랄 사업을 추진하기에 적합한 국가일 뿐 아니라 시장 공략에 성공할 경우 타 무슬림 지역까지 진출하기에 용이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도네시아 제약시장 규모가 2023년 약 13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여기에 인도네시아는 최근 정부가 국민 건강보험 가입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약품 시장은 더욱 빠르게 확대된다.

물꼬 튼 일동제약…뒤따르는 대웅제약·종근당

할랄 인증 물꼬를 튼 국내 제약사는 일동제약이다. 일동제약은 2015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한국이슬람중앙회(KMF)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았다. KMF는 세계 3대 할랄 인증기관 중 JAKIM(말레이시아)와 MUIS(싱가포르)와 교차 인증이 가능하다. 당시 일동제약이 인증을 이끌어낸 제품은 유산균 소화정장제 비오비타다.

최근에는 대웅제약이 두각을 나타낸다. 2014년 설립된 대웅제약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대웅인피온이 2019년 공장 실사를 거쳐 빈혈치료제 ‘에포디온’의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2017년 10월 할랄 인증 신청 이후 2년 만이다. 대웅인피온은 이에 상피세포성장인자와 성장호르몬 제제 등을 현지에서 생산해 할랄 인증 효과를 톡톡히 누리겠다는 복안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지에프라는 상피세포성장인자와 케어트로핀이라는 성장호르몬 제제가 올해 안으로 현지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2019년 2월 인도네시아 내 이슬람 최고의결기구 울레마협의회(MUI)로부터 할랄 인증을 획득한 종근당도 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종근당은 이미 인도네시아 최초 할랄 인증 항암제 공장을 준공하고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항암제 시장은 현재 2300억원 규모로 연평균 38% 이상 성장세를 보인다. 잠재력에 비해 항암제 주사제 시설은 공정 난이도가 높아 현지 생산업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공장 준공으로 선점한 종근당에 기회가 있는 셈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향후 이슬람 국가를 비롯해 아세안경제공동체까지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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