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하루천자’ 글감은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의 글 쓰기 지침서 《문장강화》(文章講話) 중에서 골랐습니다. 필사의 최종 목적은 나의 글을 쓰기 위한 훈련일 것입니다. 오래 전 나온 책이지만 글을 쓰고자 하는 이에게는 이만한 책이 아직 없습니다.

《문장강화》는 그 내용도 그렇지만 글 자체로 문장의 깊은 맛을 음미하기 좋습니다. A4 크기의 종이에 천천히 필사를 하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하루천자 태그를 붙여 올려주세요. /편집자 주

수연산방 마당에서의 이태준 일가. 이태준은 1946년 월북하여 활동하다가 숙청되어, 남·북 모두에서 외면당했다. 1988년 해금(解禁) 조치로 남한에서는 일부 이름을 되찾았다.
수연산방 마당에서의 이태준 일가. 이태준은 1946년 월북하여 활동하다가 숙청되어, 남·북 모두에서 외면당했다. 1988년 해금(解禁) 조치로 남한에서는 일부 이름을 되찾았다.
문장강화 ④ 결사(結辭)에 대하여
(낱말풀이 제외한 글자 수 714 / 공백 제외 548)

글의 최후 1행은 무대를 닫는 막과 같다. 제의(題意; 제목의 뜻)가 아직 충분히 드러나기 전에 끊어지는 글은 연행(演行) 중에 막이 닫힌 연극이요, 종점을 얻지 못하고 지리방황(支離彷徨; 지루하게 방황함)하는 글은 연극은 다 했는데 막이 안 닫기는 추태다.

결사를 제대로 못하는 몇 가지 원인을 찾는다면,
① 제의에의 분명한 인식과 통일 부족이다.
평양까지 갈 것을 분명히 작정하고 나섰으면 거침없이 평양까지 가는 차표를 살 것이요, 평양행을 샀으면 평양이 종점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경성에서 평양까지’ 혹은 ‘평양에서 부산까지’ 이렇게 끝이 똑 떨어져야 될 것이니, 우선 제의를 분명히 인식해서 문맥의 경로와 한계선을 분명히 가지고 그 곬(한쪽 방향으로 트이어 나가는 길)으로만 몰아나가야 할 것이다.
② 과분한 표현욕에서의 탈선이다.
형용과 기상(奇想; 별나거나 기발한 생각)에 끌리다가 주맥(主脈; 주된 맥락)에서 멀어나가면 그 글의 멈출 자리를 놓치고 만다.
③ 종결감에의 야심이 너무 강한 때문도 있다.
끝을 맺는다고 해서 연단에서 주먹을 치듯, 박수갈채를 기대하는 식으로 무리한 심각미를 내려 해서는 안 된다.
④ 종결감에의 야심이 너무 약한 때문도 있다.
이것은 반대로 너무 끝이 허해지고 만다.

아무튼 모든 글의 결사는 다소의 점정(點睛; ‘화룡점정’의 준말) 작용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일편의 글을 형식으로만 맺을 뿐 아니라 내용으로도 완성하는 최후의 일선(一線)이 되는 동시에 번쩍! 하고 그 글 전체에 생기를 끼얹는 이채(異彩; 특별히 눈에 띄는 별다른 색채), 신운(神韻; 신비롭고 고상한 운치)을 지녔어야 묘를 얻은 결사법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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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는 한 작품을 5회로 나누어 싣고, 토요일에는 한 편으로 글씨쓰기의 즐거움을 십분 만끽할 수 있는 텍스트를 제공합니다. 지난 필사거리는 IT조선 홈페이지(it.chosun.com) 상단메뉴 ‘#하루천자'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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