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획일적인 아파트 속 누구나 나만의 다큐 하나 품고 살 수 있도록"

입력 2020.03.22 06:00

윤소연 아파트먼터리 대표 인터뷰
"주거공간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겠다"
인테리어 가격은 ‘부르는게 값’
예산 맞추면 취향은 무시…잡지 속 인테리어 디자인 가격은 ‘언감생심’
겉은 같은 아파트일지언정 실내는 ‘취향저격’

아파트는 한국 사회의 다층적 의미가 함축된 공간이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해당하는 의식주 중 하나이면서도, 실물 경제의 상징이자 소유자 개인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증표다. 하지만 막상 어느 집을 들어가도 집 안은 별반 다를게 없다. 한 건설사가 대규모로 지어놓은 아파트 단지이기 때문에 집 구조는 다를 수 없다.

최근 아파트 실내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아파트를 단순한 재산증식 수단이 아닌 개인의 개성과 삶, 가치가 반영된 공간으로 바라보려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3040대를 중심으로 아파트 인테리어 수요가 높아진다.

아파트멘터리는 2015년 MBC PD 출신 윤소연 대표가 만든 스타트업이다. 다양한 주거공간 중 아파트 인테리어에만 집중한다. IT조선은 지난 17일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아파트멘터리 본사에서 윤소연 대표와 인터뷰를 했다.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 아파트멘터리 제공
방송사 PD가 스타트업 대표 되기까지

아파트멘터리는 아파트와 다큐멘터리를 합친 이름이다. 아파트가 개인 삶의 가치와 스타일을 반영하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주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모든 이의 삶은 한 편의 다큐가 될 만큼 스토리와 의미, 가치를 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주거 다큐를 찍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목표다.

윤소연 대표는 MBC PD 시절 ‘칼슘두유'라는 필명으로 블로그를 운영했다. 그가 직접 경험한 아파트 인테리어 노하우를 꼼꼼하게 정리해 인기를 끌었다. 그는 인테리어 원북이라는 책도 냈다. 건축이나 인테리어 전공자도 아니었던 그가 삶의 방향을 전환한 계기였다.

그는 결혼 전까지 원룸을 전전하며 불안정한 거주공간에 머물렀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를 장만했다. 정작 집 내부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총 3000만원을 예산으로 책정하고 주거공간을 꾸밀 계획을 세웠다.

윤 대표는 "인테리어 잡지를 들고 전문가에게 이대로 해달라고 하니 1억원은 필요하다고 했다"며 "동네 인테리어 가게에선 내 취향을 무시하고 예산에만 맞추기 급급했다"고 회상했다.

원하는 인테리어 업체를 찾지 못한 그는 직접 하자고 마음을 바꿨다. 하나하나 인테리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찾고 그 기록을 블로그에 올렸다. 결국 윤 대표는 예산 안에서 원하는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블로그를 본 누리꾼들은 윤 대표에게 ‘우리 집도 인테리어 해주시면 안되겠냐’고 부탁했다. 그렇게 아파트멘터리를 창업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윤 대표는 고객과 인테리어 전문가 간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로 간의 오해가 기존 시장이 안고 있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고객 눈엔 별 반 차이가 없지만 자재마다 내구성이나 촉감 등은 확연히 다르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고객 모르게 저렴한 자재를 가져다 시공해주고 비싼 가격을 부르는 경우도 발생한다. 반대로 고객은 인테리어 시공 과정을 정확하게 모르다보니 다소 무리하게 요구를 하기도 한다.

아파트멘터리는 도배와 마루, 커튼, 조명, 필름시공(문틀이나 벽 등에 나무무늬 등이 그려진 필름을 붙이는 시공방식) 등 5가지 영역을 모듈화한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딱 다섯 가지 분야 시공만으로도 충분히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이용자는 인테리어 지식이 많지 않아도 아파트멘터리가 제안하는 색과 디자인, 자재 옵션 중 고르기만 하면 된다.

윤 대표는 "마루 자재 중 하나인 강마루는 종류만 500개다"라며 "우리는 인테리어에 적절한 30여개만 골라 옵션으로 제안하고, 고객은 그 중 원하는 스타일의 자재를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파트멘터리에는 인테리어 전담 매니저만 10명이다. 시공 의뢰가 들어오면 매니저는 고객과 원하는 디자인을 상담한 뒤 시공 전문가와 협업해 인테리어 시공을 진행한다. 인테리어 시공업체와 고객을 중개하는 플랫폼이라기보다는 고객과 시공사 사이에서 인테리어 소통을 직접 도와주는 연결자 역할에 가깝다.

"한국 주거공간 상징 브랜드로 성장 목표"

아파트멘터리는 5년 차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현재 총 300건의 인테리어를 진행했다. 블로그에서 윤 대표를 눈여겨 봤던 고객들이 창업 직후 꾸준히 의뢰한 결과다. 첫 해 매출은 8억원이었다. 창업 다음 해인 2016년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시드투자를 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2018년 추가투자를 단행했다.

윤 대표는 "처음부터 모든 일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창업 후 첫 의뢰 고객은 블로그를 통해 소개 받았다. 마감 결과물을 본 고객은 마음에 들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빨간 포스트잇으로 인테리어가 끝난 곳마다 수정사항을 적어 붙였다. 그렇게 붙은 포스트잇만 백개였다. 회사 원칙 상 고객 불만은 1년 간 무상으로 지원해야 했다.

그는 "빨간 딱지가 붙은 걸 보니 그냥 그대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매 건 조금씩 인테리어 의뢰를 수행하며 쌓은 노하우를 기록했다. 그렇게 만든 고객대응 매뉴얼북만 100페이지가 넘는다. 인테리어 시공 후 1년 간은 무상 수리도 지원한다.

아파트멘터리는 2018년부터 이불과 휴지 등 아파트멘터리만의 리빙 브랜드 상품도 론칭했다. 올해도 상품 가지 수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공간을 재구성하는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공간을 채워넣을 가구와 리빙상품 브랜드까지 모두 만들겠다는 목표다.

윤 대표는 "올해 증강현실(AR) 등 IT기술을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더 쉽게 인테리어를 구상할 수 있는 플랫폼도 도입하겠다"며 "이케아처럼 아파트멘터리가 주거공간을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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