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24) 그리스인 조르바 ④… 거덜난 사업, 춤으로 화(化)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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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3.26 05:00
이번 주 ‘#하루천자’ 글감은 해외 작가의 장편소설입니다.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20세기 문학의 구도자’라 불리는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의 《그리스인 조르바》(Vios ke politia tu Aleski Zorba) 중에서 다섯 대목을 추천받아 게재합니다. 고(故) 이윤기 선생이 번역한 열린책들 출판본을 참고했습니다.

카잔차키스가 자기 삶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으로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다음으로 꼽은 사람이 조르바입니다. ‘위대한 자유인’ 조르바를 즐거이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A4 크기의 종이에 천천히 필사를 하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하루천자 태그를 붙여 올려주세요. /편집자 주

2017년 영화 <카잔차키스>의 한 장면. 사업체를 들어먹은 두 사람이 해변에서 춤추고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 ④
(언론인 출신 손관승 작가가 추천한 #하루천자 / 글자수 1052, 공백 제외 791)

조르바가 춤추는 것을 보고 있으니, 인간이 자신의 무게를 이기기 위해 펼치는 그 환상적인 몸부림이 처음으로 이해되었다. 나는 조르바의 끈기와 그 날램, 긍지에 찬 모습에 감탄했다. 그의 기민하고 맹렬한 스텝은 모래 위에다 인간의 신들린 역사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는 춤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흩어진 케이블 선과 무너진 철탑 더미를 바라보았다. 해가 저물면서 그림자가 길어졌다. 조르바는 나를 돌아보며 특유의 몸짓을 해 보이며 자기 입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두목, 아까 불꽃의 소낙비 보았소?"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조르바는 내게 달려들어 끌어안고 키스했다.

"두목, 당신도 그게 우습소? 당신도 웃어요? 응, 두목? 좋았어!’

우리는 웃고 뒹굴면서 한동안 장난으로 씨름을 했다. 그러다 바닥에 널브러져 자갈밭 위에 네 활개를 뻗었고 이윽고 서로의 팔을 베고 곯아떨어졌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해변을 따라 마을로 향했다. 내 심장은 가슴속에서 벌렁거리고 있었다. 내 생애 그 같은 기쁨은 누려 본 적이 없었다. 예사 기쁨이 아닌, 숭고하면서도 이상야릇한,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 같은 것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과 극을 이루는 그런 것이었다.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돈, 사람, 고가선, 수레를 모두 잃었다. 우리는 조그만 항구를 만들었지만 실어 내보낼 물건이 없었다. 깡그리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그렇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마치 어렵고 어두운 필연의 미로 속에 있다가 자유가 구석에서 행복하게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 같았다. 나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놀았다. 모든 것이 어긋났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적 ─ 혹자는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혹자는 악마라고 부르는─ 이 우리를 쳐부수려고 달려온다. 그러나 우리는 부서지지 않는다. 외적으로는 참패했을지라도 내적으로는 승리자일 때 우리 인간은 말할 수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낀다. 외적인 재앙이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다.


▶하루천자 캠페인은?

IT조선은 (사)한국IT기자클럽, (주)네오랩컨버전스, (주)비마인드풀, (주)로완, 역사책방과 함께 디지털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하루천자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캠페인은 매일 천자 분량의 필사거리를 보면서 노트에 필사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주중에는 한 작품을 5회로 나누어 싣고, 토요일에는 한 편으로 글씨쓰기의 즐거움을 십분 만끽할 수 있는 텍스트를 제공합니다. 지난 필사거리는 IT조선 홈페이지(it.chosun.com) 상단메뉴 ‘#하루천자'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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