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방지법 통과’, ‘요금인가제 폐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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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18 19:05 | 수정 2020.05.19 19:04
업계와 시민단체 반발 변수

‘n번방 재발 방지법’과 ‘요금인가제 폐지’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18일)와 본회의(19일) 통과를 앞둔 직전까지 인터넷 업계와 시민단체의 거센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다.

시민단체 오픈넷은 18일 전기통신사업법 등의 각종 이슈에 반발하기 위한 기자설명회를 열고 20대 국회 입법 막차를 탄 방송통신3법(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추진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박경신 오픈넷 이사(가운데)가 오픈넷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설명 중인 모습/ 류은주 기자
박경신 오픈넷 이사는 "현재 통신3사의 과점 체제로 요금 통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는 통신요금 인상을 가져올 것"이라며 "현재도 이미 요금을 낮추는 것은 가능한 상황이므로, 인가제 폐지는 결국 요금을 낮출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요금을 올릴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고제가 되면 SK텔레콤의 요금 인상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강력히 반대했다.

이어 "요금인가제 폐지 찬성 측에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밖에 없는 규제라고 반박하지만, 발신제 종량제(상호접속고시) 역시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는 발신자 종량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접속료가 외국보다 비싸진 상황이기 때문에 다르게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오픈넷은 공공재를 이용하는 망사업자들에 대한 공적 통제의 마지막 보루였던 인가제를 폐지하는 것은 통신비 인하 공약과 어긋나며, 비싼 인터넷접속료 때문에 국내 업체들로부터 좋은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표했다.

"실효성 없는 법, 21대 국회서 충분히 논의해야"

오픈넷은 부가통신사업자의 의무를 강화하는 이른바 ‘n번방 방지법'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박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비공개대화방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n번방은 불법촬영물이 비공개대화방에서 공유돼 피해가 발생한 사건인데 비공개대화방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국회의 ‘N번방 재발방지' 의도가 무색해진다"고 꼬집었다.

또 해당 법이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에 적용되는 것이라면 기술적으로 똑같이 접근가능한 모든 전기통신사업자(통신3사)에게 적용하지 않고 왜 ‘부가통신사업자'에만 적용하는지, 기술적 조치 적용 시 예방효과가 더욱 뛰어난 망사업자들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박 이사는 "국회는 넷플릭스 등 해외 업체들에 안정적인 망 운영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특정 조항을 입법하려 하지만, 실제 조항은 국내 부가통신사업자에게만 적용돼 국내 업체들의 인터넷접속료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며 "오히려 망 사업자에 의무를 지우는 것이 더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행령으로 부가통신사업자 대상을 선정하고,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박 이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 1항은 반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2항은 비공개 대화방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제한 문구가 없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기술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이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법의 해석은 행정기관이 아닌 검찰이 하는 것인데,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법 해석에 ‘비공개 대화방’을 적용해 형사처벌을 내리려던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2014년 카카오 이석우 전 대표는 비공개그룹을 통해 유포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사전에 발견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기소됐었다.

김가연 변호사는 "‘행정청이 우리가 이렇게 해석할 것이다’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게 사업자들에 이용자 감시를 부추기는 조항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기술적 조치라는 것은 결국엔 대화내용과 공유하는 모든 정보를 알아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 카톡 사찰법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불법정보를 사후적으로 차단하고 삭제하는 것에는 책임을 지울 수 있지만, 이미 올라온 정보에 대해서 매개자에 책임을 지우기 시작하면 사적 검열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프라이버시를 넘어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국제 인권법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방통위 "무해한 법, 반드시 처리돼야 할 법안"

방송통신위원회는 n번방 방지법 우려에 대해 적극 해명하며, 입법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15일 "사적 검열 우려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 위한 브리핑에 이어 18일을 별도의 입장자료도 냈다.

방통위는 18일 입장자료에서 "개정안은 공개된 인터넷 공간에서의 디지털성범죄물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의 규제를 재정비하고 강화하는 취지다"라며 "사적 대화방에서 디지털성범죄물을 제작‧유포하는 행위는 신고포상제 등을 운영해 신속히 찾아내어 조치하고, 유포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형사처벌을 통해 억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방통위는 텔레그램에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법안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방통위는 "해외사업자에 집행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해서 모든 국내․외서비스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를 정부가 방치할 순 없다"며 "이용자보호의 주무부처로서 불법정보의 유통을 방지할 책임이 있으며, 해외뿐 아니라 국내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서도 디지털성범죄물이 유통되고 있다는 현실도 고려할 필요가 있고, 규제 집행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조사와 행정제재를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고 부연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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