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C + AI 월스트릿(Wall Street) 참석기


9월 15일, 블록체인, 초단타매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위험관리 등 핀테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전문가의 발표를 듣고 의견을 교류하는 ‘HPC + AI 월스트릿(Wall Street)’ 행사가 열렸다.

여러 영화의 배경이던 뉴욕 맨해튼의 ‘뉴요커(New Yorker) 호텔’에서 예정된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강연, 전시, 네트워킹으로 구성됐다. 2개 트랙에서 진행된 10개 발표 중 흥미 있는 내용만 골라봤다.

 ‘HPC + AI Wall Street’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행사장처럼 구성하여 직관적으로 행사 내용에 접속할 수 있다.
‘HPC + AI Wall Street’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행사장처럼 구성하여 직관적으로 행사 내용에 접속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인터섹트360리서치(Intersect360 Research) CEO인 에디슨 스넬(Addison Snell)은 금융산업에서 슈퍼컴퓨터의 중요성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슈퍼컴 활용분야로 보면 금융은 13.0% 점유율로 정부(25.4%), 교육기관(17.1%)에 이어 세번째다. 특히, 산업분야 중에는 금융이 가장 활발하게 슈퍼컴, AI 등 최신기술을 활용한다.

활용 내용을 보면 최대예상손실액(VAR, Value-at-Risk) 산정, 계량경제 모델링,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등 위험관리가 있다. 또 파생상품 및 차익거래의 가격책정, 초단타 및 알고리즘 매매 등에도 적용된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AI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미국 증권사인 TD 아메리트레이드(Ameritrade)에서 디지털자산 및 블록체인을 맡고 있는 수나이나 투테자(Sunayna Tuteja)는 현장의 디지털자산 분위기를 전했다. 고객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전통자산과 비교하면 디지털자산은 아직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지만 그 간극은 빠르게 줄고 있다.

현재 TD 아메리트레이드는 비트코인 등 암포화폐를 고객 투자상품의 하나로 거래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존 방법으로 불가능한 시장에 접근할 수 있고, 현재 자산군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대중에게 익숙지 않은 상품인 만큼 단순한 판매에 그치지 않고 개인 및 기관 투자자, 자문사 등을 대상으로 활발한 교육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영국계 글로벌 은행 HSBC에서 디지털기반기술을 총괄했던 리데시 자인(Ritesh Jain)은 오픈뱅킹(Open banking)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고객에게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리라 기대되는 오픈뱅킹 구현의 핵심적인 문제는 고객의 정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오픈뱅킹 진행은 지역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가장 앞선 곳은 EU, 영국, 인도, 호주 등이다. 호주의 경우 ‘고객정보권리 (CDR: Customer data rights)’사업 틀에서 관련 제도를 정비, 금년 11월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국가적 제도가 확립되지 않아 고객정보의 교류를 기관 간 협력에 의지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 위원은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바라보는 감독기관의 시각을 개인 입장에서 설명했다. 기술 변화에 따라 제도와 규정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증권거래위원회도 AI 등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업무의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피어스 위원은 최근 고민하는 주제들에 대한 생각도 공유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상대적으로 기존의 틀에서 흡수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로보 어드바이저 등 AI를 이용한 투자 자문 및 결정은 보다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

감독기관 관점에서는 어떤 일에 대해 결정을 책임질 수 있는 ‘문지기(gatekeeper)’가 핵심 개념이다. AI에 의한 의사결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지기는 과연 누구일까? 프로그램 개발자?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결정을 내린 투자자?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탈중앙화 금융(DeFi, Decentralized Finance)의 경우 책임소재가 분산되면서 기존의 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

미국 스타트업 멤버지(MemVerge) CEO인 찰스 팬(Charles Fan)은 대규모 메모리 컴퓨팅 수요를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오픈뱅킹이 보편화되면서 기업들인 다뤄야 하는 고객 데이터는 빠르게 증가한다. 현재 고객 1명당 1TB의 데이터를 다루고 있고,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1초에 100만번 규모의 처리가 필요하다.

발표에서는 인텔(Intel)의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옵테인(Optane)을 이용해 결제처리, 이상거래탐지, 초단타매매 등의 업무를 보다 빠르게 처리하면서도 시설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참석하면서 온라인 행사의 형식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녹화된 발표영상을 제공하고, 메신저를 통해 발표자와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이제 기본이다. 발표자와 참석자 간 심도 있는 토론과 네트워킹 기회도 있었고, 전시업체의 자료를 검토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다.

메인 화면을 행사장처럼 구성해 직관적으로 다양한 내용에 접속할 수 있던 것은 신선한 시도였다. 25달러(약 3만원)과 하루의 투자가 아깝지 않은 가성비 높은 경험이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지수 소장은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물리학 박사를 했고 독일 국립슈퍼컴센터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 센터장, 사단법인 한국계산과학공학회 부회장, 저널오브컴퓨테이셔널사이언스(Journal of Computational Science) 편집위원, KISTI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소장을 거쳐 현재는 사우디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KAUST) 슈퍼컴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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