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가 일상이 된 지금, 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진다. 디지털 기술 도입을 주저하던 기업들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찾아온 급격한 비대면 업무 전환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로드맵’을 주제로 디지털 전환(DT)의 필요성, DT에 대한 공감대 형성 전략, DT 실행 방법 등을 담은 이노핏 파트너스의 글을 연재한다. 첫 이야기는 ‘사람 중심의 디지털 혁신'이다. [편집자 주]

윤정원 이노핏파트너스 대표 겸 한양대 특임교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비대면, 비접촉이 일상이 된 현재 업무환경, 교육, 쇼핑 등 일상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팬데믹 발생 이후 필수 서비스가 된 화상회의는 최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올해의 서비스로 기억될 화상회의 솔루션 기업 줌(zoom)은 일일 사용자 3억명을 돌파, 30배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4배 이상 증가한 매출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한편, ‘부동산계의 우버’라 불리던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는 테크 기업임을 주장하며 한때 기업가치 470억달러(약 54조)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IPO(기업공개) 철회 등 여러가지 이슈로 기업 가치는 8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고, 임직원은 1만4000명에서 5600여명으로 줄었다.

실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위워크가 디지털 기술 기업이 아닌 부동산 회사에 가깝다는 평가를 했다. 사실 수요자와 공급자를 중개해 주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른 공유 비즈니스와 달리 위워크는 대형 사무실을 임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며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회사였기 때문이다.

‘무늬만’ 디지털화는 고객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스트리밍 영화 관람 등의 디지털 사회가 익숙해지고, 고객(사용자)의 디지털 친숙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업 경쟁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하 DT)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2019년 IDG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도입한 조직이 91%였을 만큼 ‘DT’는 이미 많은 기업의 화두다. 코로나19는 확실히 DT를 가속화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지난 5월 빌드 2020 기조 연설에서 "2년 걸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지난 2개월 만에 이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DT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실패의 원인

베인앤컴퍼니가 2017년 전 세계 1000개 기업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디지털 전환 노력에 참여한 기업 중 스스로 설정한 기대치를 달성 또는 초과했다고 답한 기업은 단 5%였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맥킨지가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DT 도전 기업의 70%가 실패했다고 한다. 이렇듯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된 DT는 많은 기업의 노력에도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가 됐다. 이노핏파트너스는 2017년부터 DT 교육·컨설팅을 실행하며 얻은 결과물, 많은 기업과의 인터뷰를 통해 3가지 이유를 도출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사람’이다. CEO의 과감하고 명확한 목표가 없을 때, 직원들의 참여, 주도, 실행이 부족할 때, 변화에 대한 저항 등 여러 가지 ‘사람’의 이유가 있었다. 두 번째는 ‘개념의 혼동’이다. 많은 이들이 DT를 디지타이제이션, 디지털라이제이션과 혼동해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디지타이제이션 vs 디지털라이제이션 vs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개념 / 이노핏파트너스
디지타이제이션 vs 디지털라이제이션 vs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개념 / 이노핏파트너스
세 번째는 ‘실행에 대한 혼동’이다. DT는 완료될 수 없고, 지속해서 진행해야 하는 운동과 같다. 트렌드와 같이 반짝하는 것도 아니며, 프로젝트 개념으로 완료할 수 없는 것이다. 테드 채들러 포레스터 연구원은 어떤 업종도 미래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DT는 완료될 수 없다고 말했다.

DT 성공을 위한 로드맵

앞서 DT가 왜 기업생존에 필수인지, 그리고 실패하는지에 대해 다뤘다. 그렇다면 DT는 과연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여러 컨설팅사, IT기업 등에서 얘기한 정의와 공통으로 말하는 키워드를 토대로 DT를 정리했다. DT는 디지털 핵심기술과 세상을 움직이는 신기술을 발굴해 상품, 서비스,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성과를 창출하고, 디지털 기반 신사업을 개발하는 지속적인 프로세스다.

DT를 시작할 때 시스템을 먼저 바꿀 것인가, 사람을 먼저 바꿀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업이 많다. 앞서 언급한 DT 실패의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었다. 개념과 실행에 대한 혼동 역시 사람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CAI(Forrester Consulting and Accenture Interactive)의 연구에 따르면, DT를 하는 데 있어 기업 문화와 조직은 프로세스와 기술에 뒤처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DT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변화와 교육 측면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사람중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성공 로드맵 / 이노핏파트너스
사람중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성공 로드맵 / 이노핏파트너스
사람 중심의 DT를 위해 구성된 로드맵의 첫 번째 단계는 ‘DT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2000년 이후 포춘 500대 기업 중 52%가 사라진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된 DT는 기업 입장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인식하는 것이 첫 단추이다.

두 번째 단계는 ‘정렬된 DT 공감대’이다. DT 컨센서스의 부재는 중요한 실패의 이유이다. 최고경영자가 드라이브를 걸어도 DT 공감대가 정렬되지 않는다면, 실행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사람을 간과하고 기술 도입에만 치중하는 경우도 그렇다.

세 번째 단계는 ‘DT 전략 수립’이다. DT 필요성도 인지하고, 공감대 형성도 완료했으나 당장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하다는 기업들이 대다수다. 전략 수립을 위해 우리 기업이 어떤 상황과 어떤 역량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임직원이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단계별 실행전략이 필요하다.

네 번째 단계는 ‘DT 실행’이다. 기업의 문제를 외부 또는 IT부서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을 확보하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실행도 가능하다. 고객의 경험만큼 직원의 경험을 혁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직원 만족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직원의 생산성과 고객의 만족도가 높다고도 하지 않은가. 기업의 문제는 임직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DT is a Movement, Not a moment

DT는 기업의 상품, 서비스, 프로세스,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 관리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DT 성공사례로 주로 회자되는 아마존, MS, 구글 등의 선두기업들이 있다. 그들의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 도움은 될 수 있으나, DT 전략을 수립할 때 아마존, MS, 구글이 될 필요는 없다. 우리 기업다운 DT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 기업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진단하고 우리의 상황에 맞는 전략을 수립 후, 실행을 위한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DT가 가져올 미래 사례처럼 우리 팀이 인공 지능을 사용해 가치를 창출하고, 직원들이 로봇으로 교체되는 일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람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는 10주 동안의 연재를 통해 DT에 성공하기 위한 로드맵에 따라 각 단계별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약 4년간 실제로 여러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얻은 결과물이다. 디지털 혁신에 대한 여러 사례를 통해 이미 들었던 이야기와는 다를 것이다.

DT는 지속적인 프로세스이며, 순간이 아닌 움직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진만이 움직이거나 IT부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전사가 같이 움직여 조직이 성장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 중심의, 우리 기업다운 DT를 실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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