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전고점 대비 75% 폭락...‘삼중고’에 추풍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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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6.14 11:52 | 수정 2022.06.15 06:12
이더리움(ETH)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주요국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루나(LUNA) 사태의 후폭풍으로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DeFi) 시장이 위축돼 이더리움 수요가 크게 줄었다.

게다가 비채굴 전환인 이더리움 2.0의 핵심 단계가 연기되면서 직격타를 맞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기준 이더리움은 142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전고점 대비 약 75% 빠진 수준이며 강력한 저항선이었던 2018년의 지지선 1450달러 보다도 24% 가량 낮은 가격이다.

이더리움1.0, 해시값 도출하는 지분증명 한계

이더리움은 1초에 최소 20건의 거래기록을 담을 수 있다. 이를 20TPS라고 한다. 블록이 15초마다 만들어지기 때문에 블록 당 약 300개의 거래기록을 담을 수 있다.

블록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기존의 이더리움 1.0은 암호를 풀어 답을 찾으면 블록이 생성되는 방식을 사용했다. 여기에 해시함수가 사용된다.

해시함수란 어떤 데이터를 일정한 길이의 숫자와 대문자로 바꾸는 코드다. 함수의 결과는 해시값이다. 예를 들어 ‘안녕’이라는 단어에 해시함수를 적용하면 ‘E8F817F3’이라는 해시값이 나온다.

여기서 문제가 나온다. 해시값 첫 자리에 ‘0’이 나오게 하려면 ‘안녕’에 어떤 숫자를 붙여야 할까? 답을 찾으려면 안녕1, 안녕2, 안녕3 등 숫자를 대입해봐야 한다.

정확하지 않지만 안녕에 200을 붙였더니 0EE79FD8이라는 해시값이 나온다고 가정해보자. 다른 채굴자보다 빨리 200을 찾으면 거래기록을 새 블록에 저장·공유하고, 새 블록을 기존 블록에 연결할 수 있다. 그 대가로 코인을 받는다. 이러한 채굴 방식을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이라고 한다.

POW에서는 성능 좋은 연산 장비를 돌려야 코인을 빨리 캘 수 있다. 전기세가 많이 들어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컴퓨터의 성능이 정해져 있어 TPS를 높이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는 평가다.

‘머지’ 핵심 단계, 난이도 폭탄으로 POW 가동 중단

이더리움 2.0은 더 많은 트랜잭션을 처리하기 위해 블록 생성 방식을 바꾸는 업그레이드다. 고가의 장비로 연산을 풀 필요 없이, 일반 컴퓨터로 이더리움 스테이킹(Staking)에 참여하면 된다.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하는 주체를 검증인(Validator)이라고 한다. 이들은 코인을 맡기는 방식으로 블록 검증에 참여해 이더리움을 받는다. 이를 지분증명(POS, Proof Of Stake) 이라고 한다.

이더리움 2.0의 메인넷은 비콘체인(Beacon Chain)으로 지난 2020년 12월에 가동했다. POS 전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현재 이더리움은 POW와 POS가 모두 가동되고 있다.

이더리움 2.0을 완성하려면 이더리움 1.0 가동을 멈춰야 한다. 해시값을 찾는 조건의 난이도를 높이면 되는데 원리는 다음과 같다.

‘난이도1’은 해시값의 앞자리부터 최소 하나 이상의 0이 도출돼야 한다는 의미다. ‘난이도10’은 10자리 이상 연속으로 0이 나와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를 ‘난이도 폭탄’이라고 한다.

난이도가 높으면 블록을 만들기 어렵다. 모든 채굴자들이 이더리움 채굴을 포기하면 POW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채굴비용이 보상보다 많이 들어도 마찬가지다. 이더리움 1.0이 멈추면 이더리움 플랫폼을 이더리움 2.0으로 통합할 수 있다. 이 업그레이드 작업을 머지(Merge)라고 한다.

이더리움 스테이킹 파생 코인 등장

스테이킹에 참여하려면 총 32개의 이더리움이 필요하다. 14일 오전 7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 기준 이더리움은 16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스테이킹에 참여하려면 약 5200만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소액투자자를 모아 스테이킹 검증에 대신 참여하는 서비스가 여럿 등장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도 이더리움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스테이킹 보상 이자의 일부를 수수료로 챙기는 식으로 수익을 낸다.

올 1월 초 기준 이더리움 2.0에 스테이킹 한 노드는 총 20만개로 추정된다. 이들 노드는 이더리움 2.0이 완료돼야 스테이킹한 이더리움을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하는 이용자에게 파생코인을 지급하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그중 디파이 서비스 리도(Lido)가 제공하는 ‘스테이킹된 이더리움’, 에스티이더(stETH, Lido Staked ETH)가 대표적이다. 대신 리도는 유동성 풀을 활용해 이더리움과 에스티이더를 1:1로 고정시킨다.

이용자들은 이더리움 2.0이 완료되기 전에 에스티이더를 팔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가상자산 대출 기업 셀시우스(Celsius)에 에스티이더를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는 방법도 있다. 이더리움 2.0이 완료되면 에스티이더를 이더리움으로 1:1로 바꿀 수도 있다.

이더리움-에스티이더 1:1 고정 깨지면서 ‘뱅크런’ 우려

투자자들은 리도에 이더리움을 맡기고 에스티이더를 받는다. 에스티이더를 셀시우스에 담보로 맡겨 이더리움을 빌린다. 빌린 이더리움을 또 다시 리도에 맡기는 과정이 반복됐다. 문제는 이더리움 가격이 하락하거나 이더리움과 에스티이더의 고정 가격이 붕괴할 때 발생한다.

올해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얼어붙으면서 이더리움은 지난해 전고점보다 4분의 1수준으로 고꾸라진 상태다. 가상자산 통계 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기준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156조원으로, 작년 11월 3823조원 대비 30% 수준까지 쪼그라 들었다.

가상자산 집계 업체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14일 디파이 시가총액은 377억달러로 지난해 11월 전고점 1832억달러 대비 4분의 1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와중에 루나(LUNA) 폭락으로 디파이 시장이 위축되면서 이더리움 수요는 더욱 줄었다. 가상자산 집계 업체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14일 디파이 시가총액은 377억달러로 지난해 11월 전고점 1832억달러 대비 4분의 1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파생코인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루나 사태 직후 이더리움과 에스티이더의 페깅이 깨진 후 괴리율이 커지고 있다. 14일 오전 10시 기준 이더리움과 에스티이더는 6.4%의 괴리율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이더리움과 에스티이더가 5%의 괴리율을 보이면 연쇄청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루나 사태 직후 이더리움과 에스티이더의 페깅이 깨진 후 괴리율이 커지고 있다.
에스티이더 1:1 고정이 깨지면 담보가치가 떨어진다. 담보로 맡긴 에스티이더 가치가 빌린 이더리움보다 가치가 낮아지면 에스티이더는 강제청산된다. 게다가 이더리움2.0 난이도 폭탄이 연기돼 에스티이더 하방 압력이 커졌다. 업데이트 일정이 미뤄질 수록 현금화가 늦어져 실망 매물이 쏟아져서다.

뱅크런(Bank Run,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을 우려한 투자자들은 앞다퉈 에스티이더 출금을 시도했다. 결국 셀시우스는 13일(현지시각) 출금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셀시우스 대출 고객은 170만명 정도로 여신 규모는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스테이킹 비율이 대형 사업자에 몰려있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탈중앙성이 약화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스테이킹 비율은 리도(32.19%), 코인베이스(13.94%), 크라켄(8.87%) 순이다. 이들을 합하면 총 55% 규모로 해킹 가능한 51%를 넘어선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루나 사태와는 달리 이더리움을 이용하는 서비스의 문제였다는 점에서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셀시우스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매도압력이 높고, 매크로 불확실성과 맞물렸다는 점에서 시장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루나에 이어 셀시우스 이슈가 발생하면서 규제에 대한 압력, 특히 디파이에 대한 규제 논의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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