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업체와 진행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인증제’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가올 국정감사에서도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비대면 진료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유력해지면서 본격적인 산업 활성화가 예상돼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비대면 진료 앱을 이용 중인 환자. / 닥터나우
비대면 진료 앱을 이용 중인 환자. / 닥터나우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을 중심으로 그간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를 위한 인증제도를 준비할 것이란 내용이 공개됐다. 인증제는 정부가 지정한 인증기관이 표준기준·기술규정 등에 적합한지를 직접 평가하고, 안전성·신뢰성 등을 공식적으로 승인하는 제도다.

국가 인증 부여는 2020년 12월부터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단계에 한해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를 정부가 보장하고 나아가 비대면 진료를 정식 산업 분야로 인정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복지부는 환자 의료서비스 금지, 호객행위 금지, 약국 선택서비스 제공, 처방약 약품명·가격·효과 안내 금지, 이용후기 관리 등이 담긴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바 있다. 이밖에 배달전문약국 금지, 모니터링체계 구축 등 보완책을 마련해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정식 합법화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에서 비대면 진료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주요하게 다뤄질 예정이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2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에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법정 정비 필요성이 제기돼 있다.

보통 해당 보고서에 기록된 사항들이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관계자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뚜렷하게 어떤 논의가 있을 것이란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바 없지만 대통령이 이전부터 추진하고자 한 다양한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비대면 진료도 올해 초부터 정부와 다양한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국정감사에서 관련 내용이 언급될 가능성은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의료계는 정부가 성급한 제도화를 준비 중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비대면진료 앱 이용자 현황 조사에서 비대면 진료의 주요 목적인 ‘의료취약계층 편의성 개선’ 등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사에는 이용자의 84%가 수도권 및 광역시에 집중돼 있고, 비대면 진료 이용자 90%가 미디어기기에 밝은 20~40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계는 기존 도서산간지역 등 의료서비스에 제약을 받던 환자들이 주로 사용해야할 비대면 진료가 정작 수도권 인구를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다 꼬집었다.

더불어 복지부 장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무리하게 법제화가 이뤄질 경우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지적했다. 의료계 대부분은 산업을 무조건적 반대가 아닌 최소한 다양한 전문가들과 충분히 상의한 후 인증제 등을 결정하는 것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비대면 진료가 처음 논의될 때 우려한 의약품 오남용 및 불법 의료광고 등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데, 정부는 대통령실이 요구하는 정책 추진만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미 복지부가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대면 진료 앱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환영하고 있다. 이들은 비대면 진료 기술이 현 의료 시스템과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고 나아가 보조적 역할을 수행해 환자에게 질 높은 의료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할 수록 비대면 진료의 올바른 방향성이 싹트기 전에 시장 자체가 사장(死藏)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정부가 나서 규제제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정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구축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기업들이 대부분 현 의료 시스템을 대체하기 보다 보조하는 수단으로 기술을 활용하자는 입장이기 때문에 의료계의 맹목적인 반대는 다소 부당하다고 본다"며 "인증제가 정식으로 만들어져 비대면 진료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