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블록체인 이야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다. 커먼컴퓨터 또한 AI 네트워크 DAO를 통해 탈중앙화 인공지능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이렇듯 많은 DAO가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진정한 DAO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그저 ‘의사결정을 소수가 아닌 다수가 하는 조직 아니냐’는 정도의 대답이 돌아온다. 대부분 사람들이 DAO의 초점을 탈중앙화에 두고 있지만 실상 핵심은 A(Autonomous, 자주적인·자율적인)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DAO의 진정한 의미를 잘 이해하기 위해 A, Autonomous를 빼 보자. DO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왕족이 나라를 다스리던 중앙화된 세상에서 모든 사람들이 투표권을 갖는 민주주의 사회로 변했으니 말이다.

A를 뺀 DO도 우리가 흔히 이해하고 있는 DAO에 부합하는 듯 싶다. 앞서 기술했듯 DAO를 ‘의사결정의 주체가 중앙에서 탈중앙으로 변화한 조직’ 정도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앙에 있던 권력을 개개인에게 돌려주겠다는 해석에만 몰두하다 보니 커뮤니티 내에서 투표(Voting)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커뮤니티내 특정 개개인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일도 흔히 생긴다.

또 DAO 안에 또 다른 DAO가 생기거나, 한 사람이 사라지면 DAO가 무너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모두 DO의 협의적 해석이 가져온 문제들이다. 이런 해석은 DAO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

이제 DAO의 핵심인 Autonomous를 추가해 보자. A는 자율을 뜻한다. 여기서 또 오해가 생기기 쉽다. 보통 자율은 내 맘대로 하는 걸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자율은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따라서 사람이 아닌 프로그램이 필연적이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합의를 통해 해결했어야 하는 결정을 프로그램으로 바꿔 스스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의 프로그램은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기반의 빅테크에 의존하는 형태가 아니다. 제3자가 운영하는 인프라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들만의 프로그램을 통한 의사결정을 프로세스화시킨 것. 이것이 진정한 DAO다.

결국 진정한 DAO인가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DAO의 근간이 되는 최종 관리 주체가 얼마나 자동화돼 있는가를 살펴보는데 있다. 그저 커뮤니티 구성원이 많다고 해서 다 DAO가 아닌 것이다.

DAO는 로봇(Robot)과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봇청소기는 사람의 명령에 따라 청소를 한다. 사람이 결정을 하고 로봇이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청소 DAO는 프로그램이 어떤 곳을 청소할지, 임금으로 얼마를 줄지 결정한다. 스마트 컨트랙트에 정해진 대로 작업을 수행하면 정해진 규칙대로 보상을 가져가는 구조인 것이다.

DAO로 금전을 관리한다는 것은 곧 가장 상위 의사결정 주체인 CEO가 없고, CFO가 장부를 조작할 가능성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은 미리 합의된 프로세스에 의해 공개되고 지출에 관한 규칙은 코드를 통해 운영된다. 따라서, 좋은 DAO를 구성한다는 것은 얼마나 조직 중심부의 로직을 잘 프로그램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민현 커먼컴퓨터 대표 kimminhyun@comcom.ai
블록체인 기반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업 커먼컴퓨터의 대표다. 구글에서 7년간 일한 후 'The Internet for AI'를 목표로 커먼컴퓨터를 설립한 인공지능 전문가다. 블록체인 및 인공지능 관련 자문, 멘토 외 트레바리 등 각종 강연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