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코스피가 20% 가까이 빠지는 등 주식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IPO(기업공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SK쉴더스와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등 대어들이 잇따라 상장을 철회하면서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그 와중에 틈새를 비집고 나름 활로를 찾고 있는 시장 플레이어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의 강점은 무엇인지, 새로운 IPO 시장 트렌드는 무엇인지 점검해 봤다. [편집자주]

주식시장에 피바람이 불면서 기업공개(IPO) 시장도 올해 찬바람을 맞았다. 하지만 성장여력이 충분한 업체로는 돈이 몰리면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폐배터리 관련 주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주목받고 있는 덕분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새빗켐은 2일 종가 기준 17만1600원을 기록했다. 공모가(3만5000원)와 비교하면 390.3% 오른 수치다. 시초가(7만원)와 비교해도 145.1% 상승했다. 상장한 지 약 한 달 만에 공모가의 5배 넘게 주가가 오른 셈이다.

지난 7월 28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성일하이텍도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성일하이텍 역시 새빗켐과 같은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다. 2일 종가 13만4300원으로 시초가(9만9900원) 대비 35.7% 상승했다. 공모가(5만원)와 비교하면 2배를 넘어섰다.

두 기업 모두 상장한 지 한 달이 지나 보호예수 물량이 해제됐음에도 불구,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빗캠은 지난 19일 보호예수 물량 1만4416주가 해제됐다. 해제 당일은 전 거래일 대비 0.1% 내린 10만2700원에 장을 마감했지만, 이튿날 14.12% 상승했고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성일하이텍 역시 지난달 29일 상장한 지 한 달이 경과, 1개월 보호예수 물량이 시장에 풀렸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의무보유확약분 19만9640주와 벤처금융의 의무보유확약분 52만9475주로 총 72만9115주다. 전체 상장주식(1161만3649주)의 6.1%에 달하는 물량이다. 하지만 주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해제 당일 주가는 전일 대비 4% 오른 11만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들 기업은 공모시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새빗켐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670.9대 1,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 경쟁률 1725대 1을 기록했다. 성일하이텍은 수요예측 경쟁률 2269.7대 1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IPO 수요예측 경쟁률을 달성했다. 공모청약에서도 172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특히 올해 주가 상승이 기대되던 대형주들이 줄줄이 상장에 실패하고 겨우 증시에 입성하더라도 주가 하락을 맛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폐배터리주는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올해 상장을 준비 중이던 SK쉴더스,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등은 증시 악화를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다. 상장을 강행한 쏘카는 공모희망 밴드 하단 미만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상장 후 주가는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폐배터리 업체의 성장을 점치며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판매량 증가와 탑재용량 증가로 장기적으로 폐배터리 발생량이 급증할 전망"이라며 "2025년까지는 셀 스크랩(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및 폐기물)이, 2026년부터는 폐배터리가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배터리 소재의 높은 중국 의존도는 미중 갈등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으며 글로벌 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의 수입처 다변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전기차의 폭발적 판매 증가와 수명이 7~10년임을 고려하면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의 보장된 성장성은 장기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