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판정을 받은지 3년 만에 건강보험권 안으로 들어온 ‘저박사’의 급여 적용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고민으로 남아있던 항생제 내성 문제가 해결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항생제 사용량이 3번째로 높을 정도로 내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상황 속에서 ‘차세대 항생체’ 등장이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지 주목된다.

차세대 항암제 ‘저박사주(세프톨로잔·타조박탐)’ / MSD
차세대 항암제 ‘저박사주(세프톨로잔·타조박탐)’ / MSD
의료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제6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은 한국MSD의 ‘저박사주(세프톨로잔·타조박탐)’가 곧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건보 급여권으로 진입할 예정이다.

저박하는 2017년 4월 국내 승인됐지만, 당시 사양 중인 항생제와 비교해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급여권에서 탈락했다. 이후 저박사는 2019년 5월에 비급여로 국내에 출시된 후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 부터 재심의를 받아 적정성을 부여받았다.

이에 저박사는 복잡성 복강내 감염, 복잡성 요로 감염, 원내 감염 폐렴 등 치료에 사용될 전망이다. 특히 저박사 도입이 기대되는 점은 최근 국내에서 ‘항생제 내성(AMR)’ 문제가 심각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늘날 세계 보건을 위협하는 큰 원인으로 항생제 내성을 지목하고 있다. 박테리아나 미생물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면 통상적인 감염병 치료에 어려움이 생긴다. 실제로 2019년에는 전세계적으로 120만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감염으로 사망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를 방어하기 위한 인류의 몸부림이 더욱 강력한 의약품 생산을 부축였고, 이로 인해 강력한 내성을 지닌 바이러스가 함께 등장했다고 학계는 보고있다.

미국 의료 전문 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에 따르면 최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 임상미생물학 및 감염질환 학회(ECCMID)에서 코로나19 유행이 미국 병원의 항생제 내성을 심화시켰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를 공개하기도 했다.

올해 발표된 ‘제2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2021~2025)’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항생제 내성균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주요 항생제(반코마이신, 카바페넴 등)의 내성률 및 감염 보고 건수가 증가했다.

카바페넴은 현재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항생제로 여겨진다. 항생제는 세균이 성장하지 못하게 하거나 죽임으로써 인체에 침입한 세균의 감염을 치료한다. 통상적인 처치 뿐 아니라 중증 감염 위험을 동반하는 복합 수술을 할 수 있게 하며, 암환자들에게는 필수적인 면역억제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 일반적인 감염마저 치료하기 어려워지고 추가 질병 확산과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 더욱이 입원 기간의 장기화, 고가 치료제 사용, 수술 빈도의 증가, 중환자실 입원 기간 증가 등 추가적인 비용 손실 문제도 발생한다.

덩달아 최근 국내에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이 증가하면서 차세대 항생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저박사의 급여권 진입은 선택지가 없었던 항생제 내성 치료에 최후의 옵션을 추가시켜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일각에서는 항생제에 대한 급여 평가 기준을 바꿔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새로운 항생제가 급여 출시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대체 약제들의 가중평균가를 받아들이거나 경제성 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항생제들이 수십년 전에 출시돼 가격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저박사와 같은 차세대 항생제들은 임상적 필요성은 인정되나 대체 약제 대비 소요 비용이 ‘고가’라는 이유로 급여권에서 수시로 탈락했기 때문이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그간 국내 항생제 내성 위기는 심각할 정도로 높아졌고 진료 현장에서도 치료 옵션이 없어 난감해 하던 상황이 많았다"면서 "차세대 항생제를 무턱대고 처방하면 안되겠지만 최후의 수단이 하나 더 생겼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