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헬스케어 활로는] ②ICT 강국 불구, 원격진료·데이터활용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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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9.06 06:01
‘걸음 수 측정, 식단관리, 운동 연계 보험료 할인혜택, 포인트 제공, 운동자세 관리…’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시장 선점에 나선 국내 보험회사들이 현재까지 제공하고 있는 주요 서비스다. 원격의료를 비롯, 데이터 분석을 통한 질병위험 분석, 재택간병, 의약품 배송 등 제공하는 해외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고령화에 따라 건강, 질병 관리, 노후생활 등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각종 규제와 제도적 한계로 질적 수준은 한참 뒤처지는 게 현실이다. 업계 준비 수준도 아직까지 소비자 눈높이에 못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법 하다.

원격의료(비대면 진료)를 표현한 가상 일러스트. /아이클릭아트
원격의료 원천봉쇄…코로나로 물꼬 튼 비대면 진료 허용

IT 강국인 우리나라는 디지털 헬스케어 인프라 구축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인구 100명당 100Mbps 이상 고정 광대역 가입자 수가 40.0명으로 가장 많고 스마트폰 보급률도 세계 1위를 다툰다. 이를 발판으로 다른 산업에서는 기술적 진보를 이룬 서비스들이 많지만, 유독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우선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으로 꼽히는 원격의료가 원천적으로 막혀있다. 의료법 해석문제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 34조가 대표적인 법적 규제로 원격의료의 전면금지 근거로 인용돼 왔다.

34조 1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 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이하 "원격의료"라 한다)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격의료를 의료인과 의료인간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의료인 대 환자의 원격의료 행위는 불법이라는 해석이다. 물론 명확하게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를 금지한다고 명시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일부 원격의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격리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처방 등을 전화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 1월까지 원격의료를 경험한 국민만 350만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삼일PwC경영연구소는 "코로나19 기간 2년간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시행한 상황에서 의료계와 국민은 원격의료의 필요성에 대해 재검토를 하게 됐다"며 "비대면 의료의 본격적 도입에 대한 논의는 과거의 논의 상황과는 그 무게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국회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 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병원, 최혜영 의원은 각각 지난해 9월과 10월 비대면 진료 허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강병원 의원 법안은 원격 진료·처방은 허용하지 않지만 간접 의료행위인 '원격 모니터링'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비교해 최혜영 의원은 좀 더 포괄적으로 섬·벽지 거주자 등 의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단과 처방까지 가능토록 했다.

최혜영 의원은 "그간 원격의료 반대로 의료접근성 취약한 대상까지 진료를 받지 못했지만 코로나19 위기로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발전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의료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몸이 아파도 진료를 받을 수 없었던 국민에게 비대면 진료가 실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원격의료 기기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의료계도 전향적 자세…데이터 활용 길 열어야

의료법 개정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특히 의료계는 원격의료의 의학적 안정성 문제와 대형병원 쏠림현상에 우려를 표시하며 수십년째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헬스케어, 원격의료가 세계적인 흐름으로 대두되면서 과거보다 열린 입장으로 돌아서는 조짐도 보인다.

올해 4월 대한의사협회는 일부 재진 환자들로 한정한다는 조건으로 원격의료 수용 입장을 밝혔다. ‘대세’를 거스르기보다는 가이드라인 및 플랫폼 운영기준 수립 등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 안팎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약사회는 보다 강경한 입장이다. 7월 최광훈 약사회장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면진료 허용과 일상회복에도 불구하고 비대면진료 플랫폼 중개업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더이상 영리 플랫폼에 공적인 의료가 종속되지 않도록 즉각 비대면 의료앱 사용과 약배달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 측면 이외에 여러 곳에 흩어진 개인의 건강 관련 정보를 취합, 활용할 수 있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위해 정부는 보건복지부 주도 아래 개인의 건강정보를 한 곳에 모아 조회하고, 이를 원하는 기관에 제공 및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 '마이 헬스웨이'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2023년까지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표 세워뒀으며 내년 초 시범개통 예정이다.

이에 더해 복지부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인증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를 공식적으로 제도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을 국가핵심전략 산업으로 점찍고 대규모 투자지원을 약속한 만큼, 업계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의료데이터 활용도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공약 사안인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는 아직 논의 중이다. 헬스케어 산업 규제완화를 위해서는 복지부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경계없는 정책수립이 필요한 만큼, 조속한 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업계에선 지적한다.

규제완화를 비롯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이외에도 보험사 스스로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한 경쟁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을 가장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디지털화는 은행이나 카드, 증권 등 여타 금융사보다 가장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 보험업계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위해서는 데이터 축적 및 관리에 대한 고도화된 기술과 역량이 필요하다"며 "아직까지 국내 대부분의 보험사는 실질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공준호 기자 junok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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