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흑자 전환을 무기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구조는 시중은행과 비슷해 온라인 금융플랫폼을 지향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자장사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으니 사실상 은행으로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진단인데, 이 경우 밸류에이션 상향에 우호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 2256억원, 순이익 457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설립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했던 케이뱅크는 지난해 224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출범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케이뱅크의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1721억원으로 전년 동기(709억원) 대비 142.7% 증가했다. 이자이익은 은행의 대표 수익원인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간 차이)에 따른 이익이다. 새로운 온라인 금융플랫폼을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손쉬운 이자 장사로 수익을 낸 것이다.

실제 같은 기간 전체 영업수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64.4%에서 76.3%로 11.9%p 확대됐다. 제휴처 확대나 신규 서비스 출시 등에 따른 비이자이익은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41억원으로 전년 동기(846억원) 대비 95.2% 감소했다.

건전성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도 우려 요소다. 케이뱅크의 상반기 BIS 비율(자기자본비율)은 14.8%로 지난해 말(17.3%) 대비 2.5%p 하락했다. BIS비율은 총 자산에서 자기자본비율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우량하다는 의미다. 케이뱅크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BIS비율로 권고하는 수준인 11.5%는 넘어섰지만 타행 대비 낮은 수준이다. 경쟁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올 상반기 BIS비율은 36.3%다.

이는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상반기 케이뱅크의 위험가중자산은 6조7687억원으로 전년 말(5조7677억원) 대비 17.4% 증가했다. 위험가중자산은 금융회사가 빌려준 돈을 위험에 따라 다시 계산한 것으로 이 자산이 많을수록 리스크가 높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를 플랫폼 관련주라기 보단 은행주라는 관점에서 평가하고 있으나 결국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기대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은행 담당 연구원은 "케이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MZ세대를 포함해 비대면에 익숙한 고객에게는 친숙한 측면이 있다"며 "올해 신용대출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건이 진정되고 대출금리가 안정화되면 시중은행보다 대출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은행주"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가 성장주에 대해 높은 멀티플(주가수익비율)을 주지 않으려는 모습"이라며 "은행주라는 관점에서 케이뱅크에게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