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부터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까지 국내사가 개발한 의약품들이 속속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며 선전하고 있다.

미국 진출만으로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없지만 미국 시장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영향력 확대로 블록버스터(연 매출 1조 기록) 의약품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까지 엿볼 수 있어, 다수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출격 채비를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 연구진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 셀트리온
셀트리온 연구진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 셀트리온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해 FDA 문턱을 넘은 국산 의약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선 최근 셀트리온의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의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마가 FDA로부터 판매허가를 획득했다.

베그젤마는 국내에서 ▲전이성 직결장암 ▲비소세포성폐암 ▲전이성 신세포 ▲자궁경부 ▲상피성 난소암 ▲난소관암(자궁관암) ▲원발성 복막암 ▲순환성 교모세포종 등에 적응증이 있다. 베그젤마는 셀트리온이 미국에 진출시킨 6번째 제품이다.

이로써 셀트리온은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FDA 승인을 받은 기업이 됐다. 셀트리온은 그간 FDA로부터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 ‘인플렉트라(국내 제품명 램시마)’, 항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허쥬마’, 항생제 제네릭 ‘리네졸리드’, 항바이러스제 개량신약 ‘테믹시스’ 등 판매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달부터 유럽, 영국, 일본 등 글로벌 주요국가 규제기관으로부터 베그젤마의 판매허가를 순차적으로 획득하면서, 베그젤마를 세계적인 의약품 반열에 올릴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한미약품은 FDA로부터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신약 ‘롤론티스(미국 제품명 롤베돈)’의 허가 승인을 획득했다. 이는 국내 신약 중 6번째로 이룩한 성과로, 2019년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 승인 이후 4년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롤론티스는 2012년 한미약품이 스펙트럼에 기술이전한 신약이다. 골수억제성 항암화학요법을 적용 받는 암환자에게 호중구감소증 치료 또는 예방 용도로 투여된다. 과립구(granulocyte)를 자극해 호중구 수를 증가시키는 ‘G-CSF(과립구집락자극인자)’ 계열로 암젠의 블록버스터 약물 뉴라스타(성분명 페그필그라스팀)와 유사한 작용기전을 나타낸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 33번째 국산 신약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해당 진출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최초의 신약으로 기록된다. 롤론틴스가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FDA 진출을 준비중인 국산 신약들도 존재한다.

유한양행이 얀센에 기술이전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내년 초에 FDA 신청에 돌입할 전망이다. 현재 얀센은 FDA 승인을 받은 이중항암항체 ‘아미반타맙’과의 병용 임상3상을 진행 중으로, 임상이 끝나는 내년 상반기에 얀센이 FDA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

렉라자는 이미 국내 허가를 받아 누적 매출 1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상업적 성공도 거두고 있다. 얀센은 렉라자가 미국 진출에 성공하게되면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으로 50억달러(7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GC녹십자도 면역글로불린 제제 신약 ‘알리글로 10%’의 FDA 허가 재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알리글로는 당초 올해 2월로 허가 승인 여부 시한이 정해졌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여파로 인해 생산시설 실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녹십자는 보완요구서(CRL)을 받아야 했다.

다만 회사 측은 "글로벌 의약품 시장이 점점 팬데믹 전 상황처럼 회복하면서 속속 FDA 실사도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글로벌 검증이 마무리 되는 데로 FDA 허가를 위한 도전을 본격화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의학계 관계자는 "획기적인 치료제 개발 논문이 출연한 후 10년 뒤에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등장하는데, 국내의 경우 내년부터 그러한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한 만큼 머지않아 전세계를 놀라게 할 K-신약이 출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