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008년 4월호 판도라TV 특집 기사 이미지 / IT조선 DB
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008년 4월호 판도라TV 특집 기사 이미지 / IT조선 DB
‘그때 그 시절 IT’는 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이하 마소)’의 기사를 살펴보고 IT 환경의 빠른 변화를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마소는 1983년 세상에 등장해 IT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IT조선은 브랜드를 인수해 2017년부터 계간지로 발행했습니다. ‘그때 그 시절 IT’ 코너는 매주 주말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1분당 500시간 업로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20억 명 이상을 자랑하는, 지금은 유튜브 시대라 불러도 이견이 없을 겁니다.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 유튜브 시대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한 때는 유튜브보다 더 인기 있는 동영상 플랫폼들도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판도라TV입니다. 오픈 시기로만 본다면 2005년 2월 14일 사이트가 처음 열린 유튜브보다 1년 먼저 시작했습니다.

시작만 앞선 것이 아니라 이용률 또한 2007년 ‘저작권 삼진아웃제’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큰 차이로 앞섰습니다. 유튜브가 2006년 4억5000만 달러를 받고 구글로 인수됐을 때도 국내에서는 판도라TV가 점유율 부분에서 압도적 1위였습니다.

이듬해에도 국내에서 유튜브는 변방에 속했고, 판도라TV는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당시 랭키닷컴 자료를 보면, 판도라TV의 월간 총 페이지뷰가 3억5100만 건이었습니다. 2위인 다음TV스팟의 1억3600만 건, 3위인 엠앤캐스트의 1억3200만 건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008년 4월호 판도라TV 특집 기사에 실린 김경익 대표와 사무실 전경 / IT조선 DB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008년 4월호 판도라TV 특집 기사에 실린 김경익 대표와 사무실 전경 / IT조선 DB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008년 4월호에서 다룬 ‘이제는 글로벌 시대, UCC 세계화 선언’의 인터뷰 기사에서도 판도라TV가 우세함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당시 인터뷰 기사에서 김경익 대표는 UCC를 명확히 이해하고, 미래 콘텐츠 문화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이런 멘트를 남겼습니다.

"네티즌이 TV를 통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한정된 상황에서 새로운 세상과 즐거움을 갈망하게 됐다. 이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UCC이다. 판도라TV는 TV와 인터넷의 요소가 결합돼 있을 뿐 아니라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 네티즌의 구미를 맞춤으로써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갈망을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이어 그는 "사용자들은 더 이상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트렌드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합니다.

현재 판도라TV 사이트 캡쳐 / 판도라TV
현재 판도라TV 사이트 캡쳐 / 판도라TV
하지만, 판도라TV는 점점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모바일로 전환되는 콘텐츠 이용 환경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광고 시간이 너무 길었다’ 등의 분석이 이어집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유는 망사용료와 저작권법 삼진아웃제입니다.

당시 국내 콘텐츠 플랫폼 제공사업자는 통신사에 망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 금액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컸습니다. 네이버가 현재도 한 해 1000억원이 넘는 망사용료를 내고 있는 것을 보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저작권 삼진아웃제로 저작권에 위배되는 영상은 차단하니 자연히 이용률이 낮아졌는데요. 그런 가운데 이용자들은 유튜브로 옮겨갑니다. 실제 저작권법 삼진아웃제가 시행된 2009년 유튜브는 점유율 2%에서 74%로 증가합니다. 반면 판도라TV는 42%에서 4%로 감소했습니다(나무위키).

당시 전세계적으로는 유튜브가 성장가도를 달렸고, 그 흐름이 한국에도 밀려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으며, 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소 매거진의 인터뷰에서 밝힌 판도라TV의 포부는 컸습니다. 2200만명의 월 방문자 수를 4000만명으로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글로벌판도라TV까지 오픈(2008년 4월)했으니까요.

당시 판도라TV의 발목을 잡았던 여러 요소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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