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예비심사 청구 3개월 만에 승인을 받아 상장의 길이 열렸지만 시장 상황은 여의치 않다. 새내기주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데다 비교기업인 카카오뱅크 주가도 케이뱅크 서호성(사진) 행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20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지난 6월 말 심사를 청구한 지 3개월만에 유가증권 시장 입성을 위한 길이 열린 것이다. 케이뱅크는 예심 승인 6개월 이내인 내년 3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가 상장을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줄줄이 IPO 흥행에 참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2차전지 분리막 기업인 더블유씨피(WCP)는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며 공모가를 밴드 미만에서 확정했고 일반청약에서도 경쟁률 7.25대 1을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전에 상장한 대어급 기업인 쏘카 역시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흥행에 실패했고 증시 입성 후에도 공모가를 밑도는 주가를 기록 중이다.

비교기업인 카카오뱅크 주가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달 30일 종가 2만50원으로 올해 초(5만9100원) 대비 60% 넘게 빠졌다. 시가총액 역시 28조원에서 9조5500억원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KT 경영진의 케이뱅크 상장 목표 시가총액과 투자가들의 적정 시가총액 간의 괴리도 크다. 투자가들의 케이뱅크 예상 IPO 가격은 4조원 수준에 그치지만 KT 경영진 목표는 최소 7조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KT는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인 BC카드(33.72%)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특히 구현모 KT 대표가 케이뱅크 상장을 통해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높은 기업 가치를 받는 것이 이번 케이뱅크 IPO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구 대표는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성장 전략을 바탕으로 지주형 회사로 재편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KT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 시장 부진과 더불어 특히 성장주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KT 경영진 입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상장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며 "시장 여건상 2023년에나 가능할 전망으로 구현모 KT 회장 연임 이후 케이뱅크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상장을 미루기에는 케이뱅크 상황이 여의치 않다. 최대주주인 비씨카드는 지난해 7월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재무적투자자들에게 동반매각청구권을 부여했다. 케이뱅크가 합의한 조건으로 상장되지 못하는 경우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MG새마을금고 등 재무적투자자들에게 합의한 조건의 수익률을 보장해줘야 한다. 해당 파생상품의 행사 가능일은 2026년 7월이다.

케이뱅크는 여기에 발목이 잡혔다. 금융당국이 상장 조건으로 달린 투자지분에 대해서는, "자기자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IPO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이들 지분을 사줘야 하는데다,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대출 여력을 늘리려는 케이뱅크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긴다.

케이뱅크를 이끌고 있는 서호성 행장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서 행장은 삼성생명, 현대카드, HMC투자증권, 현대라이프생명보험 등 금융권 전반을 두루 거친 전문가로 지난해 2월 행장으로 선임됐다. 취임 첫 해 케이뱅크의 흑자전환을 이끌었다. 내년 말까지가 임기로 안정적인 연임을 위해서는 상장이라는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으로 케이뱅크가 자본을 확충했지만 보통주로 인정을 못 받고 있다"며 "그래서 케이뱅크에게는 빠른 상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뱅크가 일반 시중은행 대비 성장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상장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공모를 진행했다면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