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이 몇 년에 한 번쯤은 큰 변화의 계기를 맞는 것처럼 PC 시장 또한 몇 년에 한 번씩 큰 변화의 시기를 마주한다. 특히, 지난 해 선보인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새로운 운영체제와 함께 프로세서와 플랫폼 모두에서 지금까지 길게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PC의 근간을 바꾸는 변화를 선보였던 바 있다.

올해 선보인 1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넓게 보면 이전 세대에서 선보인 다양한 혁신들을 좀 더 고도화하며 차세대 프로세서에서 선보일 혁신으로의 길을 잇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제품과 플랫폼 차원에서 13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선보인 변화는 단순한 ‘발전’의 수준을 넘어선다. 또한 플랫폼과 PC 전체의 변화에 있어서도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등장은 업계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보다 더욱 높아진 성능과 경쟁력으로 2023년의 PC 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위치에 설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메모리 규격인 DDR5로의 전환이나 더 높은 성능의 차세대 GPU, SSD의 등장은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함께 PC시장의 세대 교체 수요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야흐로, 이제는 오래된 2010년대의 PC를 새로운 2020년대의 PC로 세대 교체할 시기가 눈 앞에 왔다.

1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12세대의 혁신을 이어 나가는 위치에 있다. /인텔
1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12세대의 혁신을 이어 나가는 위치에 있다. /인텔
지난 해 선보인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인텔과 PC 업계 모두에 있어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시작하는 계기였다. 프로세서 차원에서는 이전까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스카이레이크(Skylake)’, ‘14nm 공정’과 작별하는 계기가 됐으며, 새로운 아키텍처, 공정과 함께 PC를 위한 x86 프로세서에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도입해 이전 세대 대비 비약적으로 향상된 성능을 선보였다. 플랫폼 차원에서도 새로운 소켓 규격과 함께 DDR5 메모리로의 전환을 본격화했으며, Xe 아키텍처 기반의 GPU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였다.

1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의 기조는 ‘혁신의 지속’으로,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 선보인 새로운 변화들이 주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 선보인 하이브리드 코어 구조의 장점을 극대화해, 시장에서 경쟁 제품은 물론 이전 세대 제품들과 차별화된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주목된다. 이러한 성능 측면에서의 강점은 DDR5 메모리와 최신 고성능 GPU, SSD와 함께 해 게이밍이나 콘텐츠 제작 등 언제나 높은 성능을 추구하는 사용자들에 각별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새로운 Z790 칩셋 등 700 시리즈 칩셋 기반 메인보드에서 사용하는 것이 최적이지만, 12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위한 600시리즈 칩셋 기반 메인보드와도 호환된다. 또한 DDR5 메모리 뿐 아니라 여전히 DDR4 메모리에 대한 지원도 남아 있어 메모리 규격의 전환기에 사용자가 느낄 수 있을 부담을 줄여 준다. 하지만 이제 DDR5 메모리와 DDR4 메모리 간의 가격 차이도 많이 줄어든 만큼, 이제는 DDR5 메모리로 전환할 때가 되었으며, 새로운 Z790 칩셋은 600시리즈 칩셋보다 더 많은 PCIe 4.0 레인, USB 3.2 20Gbps 인터페이스로 나아진 확장성을 제공한다.

새로운 퍼포먼스 코어 ‘랩터 코브’는 이전보다 동작 속도가 크게 올랐다. /인텔
새로운 퍼포먼스 코어 ‘랩터 코브’는 이전보다 동작 속도가 크게 올랐다. /인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사용된 퍼포먼스 코어 ‘랩터 코브(Raptor Cove)’는 개선된 인텔 7 공정을 기반으로 하며 이전 세대 대비 동작 속도는 최대 600MHz까지 높아졌다. L2 캐시 또한 이전 세대보다 늘어난 코어당 2MB를 탑재했다.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하이브리드 아키텍처에서, 개선된 퍼포먼스 코어는 사용자가 실제 활용하는 워크로드에 우선 배치되어 뛰어난 반응성과 싱글쓰레드 성능을 제공한다. 이는 일상적인 컴퓨팅 활용에서부터 게이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용 환경에서 언제나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

새로운 아키텍처가 적용된 13세대 코어 i9-13900K 프로세서의 싱글쓰레드 성능은 12세대 코어 i9-12900K 프로세서 대비 15% 가량 향상됐다.

여기에는 600MHz 더 높아진 동작 속도와 더 늘어난 캐시, 향상된 메모리 지원이 주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퍼포먼스 코어의 성능 향상은 게이밍 성능에도 직결된다. 13세대 코어 i9-13900K는 이미 기존에 최고 수준의 게이밍 성능을 제공하던 12세대 코어 i9-12900K보다 크게는 24%까지 높은 게이밍 성능을 제공한다.

한편, 데스크톱 PC용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제품군 전반에서 이전 세대보다 탑재된 코어 수가 늘었지만, 퍼포먼스 코어의 수는 최대 8개로 유지됐다. 이는 현재 코어당 성능이 중요한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들이 사용하는 코어 수가 최대 8개 수준이라는 현실에 최적화한 결과다.

특히 거의 대부분의 게임들은 8코어 구성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며, 콘텐츠 제작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환경 또한 최고의 성능 효율을 제공하는 구성으로 8코어 환경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퍼포먼스 코어의 성능 향상은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 사용 환경에 직접적인 성능 향상을 제공한다.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에피션트 코어 수는 이전 세대의 두 배가 되었다. /인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에피션트 코어 수는 이전 세대의 두 배가 되었다. /인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 이후 인텔은 프로세서 내에 성능 중시의 ‘퍼포먼스 코어’와 효율 중시의 ‘에피션트 코어’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활용하고 있다.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는 주요 제품군에서 에피션트 코어의 수가 대략 두 배로 늘어났다.

▲13세대 코어 i9-13900K는 이전 세대 대비 에피션트 코어 8개가 늘어나 24코어 32쓰레드 구성을 가지며 ▲13세대 코어 i7-13700K는 이전 세대보다 에피션트 코어가 4개 늘어나 기존 12세대 코어 i9 프로세서와 동등한 16코어 24쓰레드 구성을 제공한다. ▲13세대 코어 i5-13600K도 이전 세대보다 에피션트 코어가 4개 늘어나 14코어 20쓰레드 구성을 갖췄다.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에피션트 코어 자체는 이전 세대 대비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동작 속도가 이전 세대 대비 600MHz까지 높아져 최대 4.3GHz로 동작할 수 있으며, 프리패처 알고리즘 최적화로 동작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이 에피션트 코어는 보통 4개 코어가 한 개의 클러스터로 구성되며 클러스터 한 개의 면적인 퍼포먼스 코어 한 개의 면적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를 감안해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코어 구성을 하이브리드 코어 구성 이전의 기준으로 보면 ▲13세대 코어 i9-13900K는 12코어 ▲i7-13700K는 10코어 ▲i5-13600K는 8코어 면적 정도로 가늠할 수 있다.

13세대 코어 프로세서 전반에서 두 배 늘어난 에피션트 코어는 면적 이상으로 큰 멀티쓰레드 성능 향상을 제공한다.

13세대 코어 i9-13900K 프로세서는 12세대 코어 i9-12900K와 비교할 때, 8개 더 늘어난 에피션트 코어와 높아진 동작 속도, 늘어난 L3 캐시의 효과로 41%까지 향상된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에피션트 코어의 높은 효율 덕분에 코어 i9-13900K는 65W 전력제한 설정으로도 241W 전력제한 설정의 i9-12900K와 동등한 성능을 낼 수 있다. 115W 전력제한 설정으로는 i9-12900K보다 21% 높은 성능을 낸다.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 늘어난 에피션트 코어는 멀티쓰레드 성능이 중요한 콘텐츠 제작에서의 멀티태스킹이나 렌더링 등에서 늘어난 면적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어도비 포토샵과 미디어 인코더의 멀티태스킹 환경에서는 포그라운드 작업 프로세스를 퍼포먼스 코어에, 백그라운드 프로세스를 에피션트 코어에 할당해 전체 작업을 코어 i9-12900K 대비 27% 빨리 끝낼 수 있으며, 블렌더 렌더링과 언리얼 엔진의 동시 구동에서는 34%까지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코어부 이외에서도 여러 개선을 통해 성능을 극대화했다. /인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코어부 이외에서도 여러 개선을 통해 성능을 극대화했다. /인텔
성능이 더 높아진 코어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서 내부에서 다양한 구성 요소들을 연결하는 방법 또한 개선되어야 한다.

인텔은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도 프로세서 내부의 각 구성 요소들을 연결하는 데 링버스 형태의 내부 패브릭 구조와 공유 LLC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에서 개선점이 있다. 먼저, 내부 패브릭은 이전 세대보다 동작 속도가 최대 900MHz까지 올라가, 이제 12코어 면적에 이르는 거리를 연결하면서 생길 수 있는 지연을 최소화했다. 또한 LLC도 코어 i9 기준, 기존의 30MB보다 늘어난 36MB를 탑재해 코어 수 증가와 더 높은 성능의 DDR5 메모리 사용에서의 성능을 최적화했다.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코어 구성과 인텔 쓰레드 디렉터(Intel Thread Director) 기술을 지원하는 윈도11 환경을 사용하는 것이 추천된다.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쓰레드 디렉터 기술은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쓰레드 클래스 바운더리가 업데이트되어 프로세서의 코어에 더욱 효과적으로 작업을 배분한다. 또한 윈도11 22H2에서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하이브리드 코어 구성에 대해 백그라운드 서비스나 백그라운드 작업에서 에피션트 코어를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언제나 극한의 성능을 추구하는 익스트림 급 PC 애호가들에게도 반가울 소식이 있다. 바로,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동작 속도가 제법 올라갔지만, 여전히 상당한 오버클럭킹 마진이 있다는 것이다. 더 높은 성능을 위해 오버클럭킹에 나서는 사용자들을 위해 인텔은 XTU(Extreme Tuning Utility)에 새로운 코어 별 튜닝 시각화를 적용해 좀 더 세밀한 오버클록킹 환경을 제공한다. 한 번의 클릭으로 오버클록킹 설정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스피드 옵티마이저’에서는 더 직관적인 ‘컴팩트 뷰’가 마련됐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