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디지털 인재 육성 교육을 위해 컨설팅을 다녀보면 이전에 동일한 목적의 교육을 전사적으로 진행했는데 이수율도 낮고, 역량 강화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고충이 가장 많았어요."

기업을 대상으로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교육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한 교육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전문 인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여기서 전문 인력이라고 하면,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디지털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부터 디지털 시스템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까지 총괄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인재를 말한다. 이 뿐 아니라 조직 관리와 업무 방식의 전환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도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현실은 인력 확보에 힘쓰는 노력의 결과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것이 제조 공정에 데이터 기반 예측모델을 도입하거나 업무에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반면 디지털 전환에 적합한 전문 인력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인 만큼 경험 있고 능숙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설령 전문 인력을 채용했다 하더라도 또다른 문제가 생긴다. 한 제조기업 관계자는 "프로세스 자동화를 위해 빅데이터 분야 석·박사를 채용하지만 이들은 빅데이터 지식 수준이 높은 반면 실무 지식 수준이 낮고, 반대로 재직자는 빅데이터 지식 수준은 낮지만 실무 지식 수준은 높다"는 고충을 토로한다.

기업들이 대안으로 찾은 방법은 내부 인력의 디지털 교육이다. 조직 관리 전문가들도 내부 인력의 역량 강화를 통해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우고 직무 간 이해도를 넓혀 협력 기반의 비즈니스를 구현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전문 인력을 영입한다고 해도 이러한 내부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에서는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많은 기업들이 앞서 언급한대로 전사적 교육을 실시했지만 이수율도, 성과도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교육 업체 관계자는 직원 개개인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한 때 기업들이 전사적 코딩 교육의 늪에 빠진 적이 있는데, 이 경우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모두가 코딩의 구조를 알고 있어야 디지털 기반의 비즈니스를 함께 이끌어갈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 업체 관계자의 조언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직원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진단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해당 직원에게 변경된 직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변경된 직무가 기존 직무에서 확장되는 경우라면 기존 직무와 관련해 교육하는 업스킬링이 이뤄져야 한다. 이 경우는 상대적으로 교육이 잘 이뤄지지만 문제는 아예 새로운 직무로 변경되는 경우다. 이 경우는 직원의 역량과 특성을 명확히 파악하고 성취도를 얻을 수 있는 교육 방식이 필요하다.

앞서 전사적 코딩 교육의 경우도 보면, 코딩을 다루는 직원은 일부이기 때문에 코딩의 구조를 이해시키고자 하는 교육이라면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우는 정도에서 교육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한다.

어쩌면 지금은 기업들에게 디지털 전환을 강요하는 시대일 수 있다. 아직 사업 구조에서 조직 문화까지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할 준비가 안 돼 있는데,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도입하고,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의 변화를 주는 것일 수 있다. 디지털 인재 양성도 그러한 떠밀리기 식의 움직임일 수 있다.

시대가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은 눈 앞에 보이는 극명한 변화이지만 기업들에게는 아직 맞지 않는 옷일 수 있다. 기업은 디지털 인재를 확보했다는 표면적 사실보다 직원들이 디지털 전환을 얼마나 이해하고 자신의 직무 범위 확대 또는 전환을 얼마나 수용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앞서 디지털 인재 육성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기업에서 언급된 공통 단어는 ‘전사적’이었다. 모든 직원에게 같은 교육을 제공하면 아무리 값진 내용도 그 값어치를 할 수 없게 된다. 직원들 개개인이 얻어낸 만족도가 모여야 비로소 값어치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