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학생은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각자 직업의 미래 예상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 이해해야만 한다. IT조선은 [이학무의 테크리딩]을 통해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와 이를 기반으로 필수적인 기술 이해 방법을 제공한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 기술은 2022년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8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의 디지털 미술 경연대회에서 인공지능 엔진 ‘미드저니(Midjourney)’로 제작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라는 작품이 1등을 차지했다.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앞서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대사건이다.

11월 30일에는 인공지능 업체 오픈AI가 새로운 챗봇 서비스인 챗GPT(ChatGPT)의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시작 일주일도 안돼 사용자가 1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후에도 서버에 부담이 가중될 만큼 활용하려는 이가 크게 늘었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알겠지만, 챗GPT는 사람과 원만한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 되었고 앞에 나눈 대화도 감안해 채팅을 한다.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챗GPT는 2022년 한 해 동안 이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것이라 할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도 놀랄 정도다.

AI의 빠른 발전 속도는 트랜스포머 모델 도입에서 찾을 수 있다. 구글의 2017년 논문에 처음 등장한 이 모델은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지능 모델에서 가장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트랜스포머 모델은 ▲병렬처리를 통해 연산량과 데이터를 넣으면 넣을수록 이에 비례해 성능이 개선된다는 점 ▲언어와 같은 순차적인 데이터 및 이미지나 비디오 데이터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 ▲라벨링 없는 대용량 데이터 기반의 학습이 가능하고 이를 활용해서 기초모델(Foundation Model)화 할 수 있다는 확장성이 있다는 점 등 세가지 강점이 있다.

특히 순차적 데이터의 상호 관계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는 세번째 특성을 눈여겨 봐야 한다. 예를 들어 ‘하늘에서 내리는 X’라는 문구에서 X에 들어갈 적당한 단어를 찾는 문제를 낼 수 있는데, AI는 ‘하늘에서’와 ‘내리는’ 이라는 두 어절의 관계성을 기반으로 ‘눈’이나 ‘비’ 라는 단어가 들어갈 수 있다고 학습할 수 있다. AI는 ‘눈이 하늘에서 내린다’ ‘비가 오는 날은 하늘에 먹구름이 많다’ ‘하늘이 흐린 것을 보니 눈이나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다’ 등 수없이 많은 문장을 통해서 각 단어 간 관계성을 스스로 학습해 결과물을 도출해 낸다.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전을 AI 스스로 만들어 가지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즉, 학습이 돼 있다는 것은 각 단어 간 다양한 기준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AI는 ‘하늘에서’와 ‘내리는’ 이라는 두 단어가 입력되었을 때 확률적으로 이 두 단어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단어들을 추려낼 수 있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계절을 의미하는 단어가 문장에 추가되면 ‘눈’ ‘비’ ‘우박’ 등 단어 중 적절한 것을 AI 스스로 판단해 선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학습된 AI는 활용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추가학습(Fine-tuning)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이런 개념을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이 2021년 8월 논문에서 ‘파운데이션 모델’이라고 명명하며 체계화해 발표 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AI에 대한 기술보다는 해당 애플리케이션이 적용될 산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다. 물론 추가적인 학습이 필요하지만 이는 이미 충분히 체계화돼 있다. 차별화되는 영역이 아니기에 해당 영역의 지식과 경험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AI 영어튜터를 예를 들어 설명해 보면, 챗GPT는 이미 전화 영어 정도의 튜터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AI라는 선입견이 그 성능을 폄하하고 잘못된 대답 하나에 무게를 둔 결과 인공지능 튜터는 불편하다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도록 한다. 따라서 인공지능 튜터는 기존 인간 튜터보다 훨씬 더 좋은 수업을 하거나 더 좋은 서비스 제공해야 사용자에게 어필 할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추가적인 학습을 통해 튜터처럼 응대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효과적인 기획이다.

AI는 ▲한번에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고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으며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맞춤형 수업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을 활용해 상품과 커리큘럼을 기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강생이 주제를 정한 후 10분짜리 짧은 대화를 나누는 상품을 기획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이런 상품이 있다면 튜터가 사전에 원하는 주제를 인지하고 관련된 자료도 좀 읽어보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사전에 생각을 해봐야 한다. 고작 10분짜리 수업을 위해 너무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아무리 튜터 풀이 크다고 해도 해당 주제를 알고 있는 튜터를 빠르게 매칭해주기도 어렵다.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10분이라는 수업 시간 역시 문제다. 너무 짧은 시간이다. 10분 때문에 앞뒤 상당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튜터는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한다. 챗GPT를 사용해 본 독자는 이미 알겠지만, 해당 서비스는 언어 학습을 위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특정한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하면 대답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수업을 하는 형식으로만 맞춰줄 경우 서비스 상용화가 가능하다.

또한 AI가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특성을 고려해 10분간 수업을 진행할 경우 고품질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수강생이 언급한 표현을 AI가 분석하고, 부족한 내용이나 잘못된 내용을 바로 잡아주는 피드백이 가능한 덕이다. 이러한 서비스가 추가될 경우 확실하게 AI 튜터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수강생의 만족도 역시 상승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품이 영어 교육 시장에서 필요한지 그리고 얼마나 효과적일지 판단하는 일이며, 학습 과정을 위한 AI의 마지막 단계 학습(Fine-tuning) 구조를 설계하는 역량이다.

이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 영어 교육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다. AI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고, 기술 자체가 거의 표준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각 산업에 알맞은 경험과 지식이 AI에 가미만 되면 된다.

게임 개발을 위해 캐릭터의 원화를 그리는 것에서도 유사한 예를 찾을 수 있다. 서두에 이야기 한 것처럼 ‘미드저니(Midjourney)’와 같이 그림 그려주는 인공지능의 그림 실력은 이미 전문가 수준에 올라서 있다. 특정한 조건을 주고 시키기만 하면 원하는 그림을 완성도 높게 거의 무제한으로 그릴 수 있다. 사용자는 필요한 그림만 고르면 된다.

이 때도 중요한 것은 게임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다. 개발 하려고 하는 게임의 성격과 특성 그리고 게임머들의 성향 등을 고려해 어떤 형태의 캐릭터가 필요하고 전체 그림이 어떤 톤이어야 하는지 AI가 알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AI 그린 다양한 그림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 역시 경험과 지식이 충분한 전문가의 역할 중 하나다. 결국은 시장에 대한 이해와 지식 그리고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2023년은 빠르게 발전한 AI와 기존의 산업 간 융합이 속도를 내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경제를 압박하는 환경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영역에서 직접 AI를 활용하거나 인공지능의 기초 모델을 활용한 다수의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인공 지능이 적용되는 시장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AI를 얼마나 빨리 발전시킬 수 있는 지에만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다시 기존 세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AI라는 신무기로 시장에서 초강자 자리에 올라 설 수 있는 역량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빨리 찾아야 한다. 그것이 2023년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 leehakm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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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다수의 성장산업 분야 애널리스트로 20년 이상 활약했다. 최근까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공학을 전공한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끄는(lead) 기술 읽기(read)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