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가 새해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은행주를 연초 이후 7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덕분이다. 시장에서는 배당주 매력도와 실적 상승 기대감으로 은행주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연말 3만5200원하던 신한지주는 20일 4만3200원으로 22.7% 올랐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20%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KB금융도 17.5%나 상승했다. 우리금융지주도 두 자릿수대의 상승률이다. 4대 금융지주와 카카오뱅크, 기업은행, 지방은행 3사 등을 담은 KRX은행 지수도 지난 2일 592.44에서 20일 종가 기준 715.12로 20.7%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7%를 훨씬 웃돈다.

은행주의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외국인과 기관이다. 지난 2일부터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를 총 742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신한지주를 2466억원어치 순매수하며 가장 많은 금액을 사들였고 하나금융지주(2264억원, KB금융(2137억원), 우리금융지주(557억원) 순이었다.

이 같은 은행주의 급등은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 순이자마진(NIM) 개선에 따른 이익 개선 기대감과 배당주 매력이 커지면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형 금융지주들을 중심으로 작년 초부터 적극적인 주주환원 강화를 피력해 온 가운데 금감원장의 주주환원 관련 시장 친화적 언급 등으로 은행의 주주환원 강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얼라인파트너스가 국내 상장 은행지주 저평가 해소를 목적으로 은행주 캠페인을 시작한 것 역시 주주환원 강화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은행주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 및 경기침체가 진행되더라도 은행주는 사야한다"며 "과거 경기침체 사례를 보더라도 주식시장대비 주가수익률이 좋았던 업종은 이익의 안정성이 빛을 발하는 업종이었고 그중 하나가 은행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은행주를 사야 하는 이유로 ▲든든한 실적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 ▲낮은 밸류에이션 등을 제시했다.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과 대출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 유지되고 있어 이자수익에서의 안정성이 지속될 전망이고 배당주로서의 매력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은행의 실적개선이 지속될 것을 이유로 들며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김 연구원은 "2023년에는 은행 실적은 비이자이익 중심으로 개선될 전망"이라며 "가격변수의 영향이 절대적인 유가증권 매매평가이익이나 외환환산손익 등은 전망하기 쉽지 않은 항목이나 현재 전망치는 상당히 보수적인 수치로 생각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충당금비용도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부동산 PF 등 최근 금리상승으로 이슈된 영역에 중점을 두고 충당금 적립이 있을 전망"이라며 "향후 경기 부진 시 적립 가능한 충당금을 미리 비용으로 인식해 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은행주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했다.

다만 성급한 기대를 갖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은행의 소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이 극단적인 주가 저평가를 야기하고 있는 만큼 배당 확대 당위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금융당국의 눈치주기 등 시장 여건상 급진적인 변화를 보이기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자본비율과 이익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비우호적인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지금 당장 변화를 보여주기엔 한계가 뒤따른다"며 "방향성은 분명하나 속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성급한 기대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