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새해를 맞았지만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세계 증시 불안과 유동성 위기로 증권업 전망에 먹구름이 꼈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 CEO들은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들은 각기 다른 키워드를 내세우며 위기 극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왼쪽부터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각 사
왼쪽부터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각 사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1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5개사는 1조 클럽에서 대거 탈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 7557억원, NH투자증권 3844억원, 한국투자증권 5050억원, 삼성증권 5512억원, 키움증권 5197억원 등을 기록했다.

그나마 7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낸 미래에셋증권이 1조 클럽에 들 확률이 가장 높지만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2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되면서 1조원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실적 둔화가 현실화되면서 자기자본 기준 상위 3개사 CEO들은 위기 극복을 올해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한 극복 방법은 각기 다른 키워드를 제시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어려운 시장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객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의 불편과 니즈를 반영해 혁신을 이뤄나가자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항상 고객을 우선시하고 올바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의 불편과 니즈를 공감하고 적극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개인연금랩,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해외주식 토탈뷰 같은 혁신은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했다"면서 고객 의견을 반영한 혁신을 이뤄가자고 주문했다. 또, "디지털 전환과 AI 기술개발을 강화해 혁신과 성장의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며 "전략적 혁신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도 신년사에서 ‘고객’을 32번이나 언급하며 고객 중심의 증권사가 될 것을 다짐했다.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는 플랫폼 플레이어로 거듭나자는 것이 핵심이다.

정 사장은 "고객의 필요가 우리를 존재하게 하고 위기를 극복할 기회를 준 것도 위기를 극복할 힘이 되어 준 것도 고객이었다"며 "고객에게 우리는 쓸모 있는 플랫폼이었는가를 한 번 더 자문해 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의 쓸모도 꾸준히 변하기 때문에 꾸준히 되묻고 새로운 학습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라며 "항상 고객에 대한 전문성과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최신의 것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올해를 시황에 따른 흔들림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안정적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미래 성장기반을 다지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한 이래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리스크 관리를 언급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증권업은 리스크를 필연적으로 동반하고, 리스크에 대한 대가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실질적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환경에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수익원을 지속적으로 다각화해야 한다"면서 "미래를 위한 디지털 기반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