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만성B형간염 치료제 시장을 두고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B형간염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의약품의 특허 우회 방법으로 제네릭(복제약)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만성B형간염 치료제 ‘베믈리디’. / 길리어드
만성B형간염 치료제 ‘베믈리디’. / 길리어드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아에스티, 제일약품, 종근당, 대웅제약이 길리어드가 개발한 만성B형간염 치료제 ‘베믈리디(성분명 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헤미푸마르산염)’에 대한 우선판매품목허가(우판권)을 획득했다.

베믈리디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B형간염 치료제인 ‘비리어드(성분명 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푸마르산염)를 개선한 의약품으로, 기존 제품보다 내약성과 독성 등 안전성을 향상해 출시한 제품이다.

베믈리디의 적응증은 대상성 간질환을 동반한 12세 이상의 만성 B형 간염이며, 환자는 치료를 위해 25㎎ 정제를 1일 1회 복용해야 한다. 베믈리디는 2016년 FDA(미국식품의약국) 허가를 획득한 테노포비르의 새로운 표적 전구약물이기도 하다.

출시 초기 베믈리디는 매출 1542억원을 기록했으나, 제네릭 경쟁이 본격화된 2018년부터 매출이 대폭 줄어들었다. 2017년 베믈리디는 비리어드와 스위칭된 이후, 지난해 원외처방액 기준 4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500억원 가까운 처방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베믈리디는 B형간염 치료제 시장에서 막대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현재 베믈리디는 미국 간질환연구협회(AASLD)와 유럽 간연구협회(EASL)의 치료지침에따라 성인 만성B형간염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선호하는 약물 및 1차 약제로 권고되고 있다.

이에 베믈리디는 특허 우회 방법만 마련되면 제네릭으로 출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의약품으로 주목받아왔다.

2018년부터 베믈리디 우판권을 획득한 국내 4개사는 베믈리디 성분의 테노포비어 알라펜아미드 헤미푸마레이트(2032년 8월 15일 만료)에 대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진행했다.

이후 우판권 확보를 위한 ‘최초심판청구’ 요건을 충족해 지난해 3월 청구성립 심결이 내려졌다. 제네릭 출시를 위해 재심사 기간이 주어졌는데, 같은해 9월 12일 재심사 기간 역시 최종 만료되면서 제네릭 생산의 길이 열린 것이다.

국내 4개사 중 가장 먼저 우판권을 활용한 기업은 동아에스티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베믈리디 제네릭인 ‘베믈리아정’을 승인받았다. 이어 이달 제일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순으로 제네릭을 허가받았다.

보험급여 심사 기간을 고려하면 동아에스티를 제외한 3개사는 대략 한 달 늦게 제품을 출시하게된다. 또한 우판권에 따른 독점기간이 발동하면서 한동안 동아에스티가 국내 제네릭 시장을 독점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종근당, 대웅제약 등 막강한 영업망을 보유한 기업들이 B형치료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대대적인 각축전이 발생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삼진제약, 한국휴텍스제약, 동국제약, 삼일제약 등도 베믈리디 특허 우회에 도전하면서 경쟁 양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베믈리디 국산 제네릭이 활성화되면 국내 환자들은 더욱 기존 약물보다 값싼 치료제로 혜택받을 수 있다"며 "다만 너무 많은 제네릭이 난립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어느 누구도 확실한 이득을 챙기지 못하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