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 캐스린 보이드 브롤린(Kathryn Boyd Brolin)과 라이카 M11 / 라이카
사진기자 캐스린 보이드 브롤린(Kathryn Boyd Brolin)과 라이카 M11 / 라이카
어쩌면, 사진은 기술보다 감성이다. 우리는 현재 고해상력의 센서, 초경량의 마그네슘 합금 바디, 다양한 디지털 기술 등이 탑재된 카메라를 사용하지만 언제나 마음 한켠에는 필름에서 느껴지는 갬성(?) 한 웅큼 정도는 담겨 있다.

간혹 과거 필름카메라를 볼 때면 필름을 직접 넣고 레버를 감아서 필름카메라 특유의 셔터 소리를 듣고 싶기도 하다. 카메라 기업들이 필름카메라 디자인을 닮은 디지털 카메라를 내놓은 것도 그런 갬성 소비자를 위한 전략일 것이다.

클래식 디자인의 디지털 카메라가 출시된 지는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주요 카메라 기업들이 제품군 라인업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이 가운데 레트로 감성의 카메라를 찾는 소비자들이 주요 후보군으로 두는 제품 2종을 살펴봤다. 마음으로만 품을 수 있다는 워너비 카메라 1종도 소개한다.

FM2의 오마주 ‘니콘 Z fc’

니콘 Z fc 블랙 컬러 / 니콘
니콘 Z fc 블랙 컬러 / 니콘
니콘의 ‘Z fc’는 필름카메라 시절 스테디셀러이면서 명기라 불리던 ‘FM2’를 재해석한 헤리티지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이다. 2021년 출시됐으며, 지난해 블랙 에디션이 나왔다. 필름카메라 시절 한번 쯤 카메라 메고 출사 나갔던 이들이라면 Z fc 디자인에서 옛 추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니콘 Z fc는 FM2의 디자인 그대로 상단에는 셔터스피드, ISO, 노출값 조절 다이얼을 배치했다. 특히 펜타프리즘 부분을 가죽 재질로 마감한 부분은 FM2의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간 부분이다.

전면에서는 펜타프리즘에 ‘Nikon’이 새겨진 모양이나 표면 재질, 렌즈 마운트 탈착 버튼 배치 등을 그대로 이어나갔다. 후면은 디지털카메라의 필수 버튼을 구성해야 하는 불가피함이 있지만 그럼에도 디스플레이 창 후면을 가죽 느낌의 표면으로 처리하는 등 최대한 FM2화 시켰다.

크기와 무게는 줄였다. Z fc 크기는 134.5×93.5×43.5(mm)이고, 무게는 445g이다. FM2 크기는 142 × 89 x 61(mm), 무게는 540g이다. 그때 그 시절이라면 모를까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요즘에 크기와 무게까지 옛 감성 그대로였더라면 ‘FM2를 기념하는 제품’ 정도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센서는 니콘 DX 포맷(23.5 × 15.7mm)의 CMOS 센서이며, 유효화소수는 2088만 화소다. ISO는 100 ~ 51200까지 설정 가능하며, 연사는 최대 11fps다. 동영상은 4K(30프레임 기준)를 지원한다.

니콘 Z fc는 바디만 11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기본렌즈 격인 16-50mm F3.5-6.3 VR 렌즈를 포함하면 120만원 후반대에 구매 가능하다. 바디 외관은 유상 서비스(5만5000원)를 통해 초크 블루, 머스타드 옐로우, 월넛브라운, 미드나이트 그레이, 크림슨 레드, 올리브 그린 중 원하는 색으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감성으로 승부하는 ‘후지필름 X100V’

후지필름 X100V / 후지필름
후지필름 X100V / 후지필름
후지필름의 X100V은 레인지파인더(RF) 카메라 스타일을 채택했다. 보통 SLR(일안반사식) 카메라 형태가 아니라 직사각형의 네모 반듯한 모양으로, 라이카 M을 연상하면 쉽다. 디자인 측면으로만 본다면 앞서 니콘 Z fc보다 더 옛 감성이 느껴진다.

상단부에는 셔터스피드, ISO, 노출값을 조절할 수 있는 다이얼과 과거 RF카메라에 적용했던 디자인의 셔터 버튼이 배치됐다. 특히 한 다이얼로 셔터스피드와 ISO를 조절하는 아날로그 방식이 인상적이다.

X100V의 특징은 뷰파인더다. RF카메라라고 뷰파인더에서 보이는 프레임과 실제 촬영된 이미지 크기가 다르다. X100V은 이러한 특징을 살려 광학식 뷰파인더(OVF), 전자식 뷰파인더(EVF)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면에 달린 레버를 돌리면 뷰파인더 방식이 바뀐다.

센서는 APS-C 규격(23.5 × 15.6mm)의 CMOS 센서이며, 유효화소수는 2610만 화소다. ISO는 80 ~ 51200까지 설정 가능하며, 연속 촬영은 최대 11프레임까지 가능하다.

X100V는 렌즈가 교환되지 않는 하이엔드 카메라다. 장착된 렌즈는 23mm의 후지논 단초점 렌즈로, 최대 조리개값은 F2.0이다. 이 제품은 160만원 중반대에 구매 가능하다.

클래식 카메라 끝판왕 ‘라이카 M11’

라이카 M11 / 라이카
라이카 M11 / 라이카
역시 아날로그 감성의 끝판왕은 라이카다. 가격도 끝판왕이어서 문제지만 말이다. 앞서 소개한 X100V이 RF카메라 스타일을 추구한 제품이라면 ‘라이카 M11’은 RF카메라 그 자체다.

라이카 M 시리즈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랄프 깁슨 등 전세계 유명한 사진 작가들이 수십 년 동안 애용한 제품이다. 카메라 매니아들에게는 ‘감성 충만’되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M11은 그 계보를 그대로 이은 제품이다.

디자인은 라이카 M 시리즈를 최대한 계승했다. 상단부에는 셔터스피드와 ISO 조절 다이얼, 셔터 버튼이 구성됐다. 후면에는 230만 화소의 새로운 터치스크린이 마련됐다.

센서는 3중 해상도 기술이 적용된 풀프레임(36 × 24mm) BSI CMOS 센서가 탑재됐으며, 최대 6000만 화소의 촬영이 가능하다. 물론 이미지 파일 크기에 따라 3600만 화소, 1800만 화소로 구분해 저장할 수 있다.

ISO는 64 ~ 50000까지 조절 가능하며, 셔터 스피드는 최대 1/16000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별도의 필터 없이 밝은 빛에서도 낮은 값의 조리개를 사용할 수 있다.

사실 라이카를 성능 수치로만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M11은 감성에 성능까지 겸비해 본래의 가치를 충분히 이어갔음을 증명했다. 가격은 미안하지만 1352만원이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