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2022년 4분기 PC 관련 주요 업체들의 실적이 심상치 않다. 특히 인텔의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 발표에서 윈도 라이선스 판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한 모습이다. 이 두 가지 실적이 상징하는 바가 큰 만큼 업계 전반에서 체감하는 충격은 수치 이상으로 다가온다.

사실 이런 4분기의 충격은 다들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다. 이번의 어닝 쇼크도 지난 10월 인텔이 제시한 가이드라인 범위 안에 아슬아슬하게 부합했다. 지난 4분기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될 정도다. 물론 이런 충격적 어려움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거시 경제 지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듯 하다.

PC 시장에서 바라보는 이번 어닝 쇼크는 지난 3년여간의 비상 상황을 벗어나 점차적으로 일상을 회복해 가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최근의 조정을 거친 이후 PC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이전의 평균 연간 2억7500만 대를 살짝 상회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지원이 끊긴 ‘윈도7’ 기반 구형 PC의 대체 수요를 코로나19로 인한 특수가 모두 흡수한 모습도 있다.

최근 인텔이 발표한 PC 시장 전망에 따르면, 장기적 수요는 연간 약 3억 대 규모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장 규모가 전망되는 이유로는 약 5년 정도로 추산되는 일반적인 기업용 PC의 교체 주기, 그리고 이제 2년여 앞으로 다가온 윈도10의 지원 종료가 꼽힌다. 현재 윈도10에서 11로의 전환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지만 향후 1~2년간 본격적으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윈도11로의 전환은 기대 이상의 PC 교체 수요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10여년간 차세대 윈도 환경으로의 전환은 하드웨어 교체 수요를 적극적으로 창출하지 않았다. 심지어 윈도10 발표 당시 하드웨어 지원 하한선 가이드라인은 당시 기준 3년 전에 나온 3세대 코어 프로세서 기반 PC 수준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당시 6~7년 이상 된 PC에서도 설치와 활용에 큰 제약이 없었다. 이렇게 업그레이드된 PC가 아직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윈도11은 상황이 다르다. 공식 지원되는 8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AMD 라이젠 2000 시리즈 이전의 하드웨어에서는 설치부터 제대로 되지 않는다. 물론 피해 가는 방법이 있다지만 이 경우 향후 업데이트 지원 여부가 불확실하다. 결국은 새로운 환경으로 가기 위해 8세대 코어 프로세서 이전의 모든 PC가 ‘교체 대상’에 오르게 된다. 이에 따른 수요 창출 효과는 이전의 운영체제 지원 종료에 따른 효과와는 파괴력의 수준이 다를 것이다.

일상의 회복과 함께 그동안 코로나19에 ‘미뤄 둔’ 기업용 PC의 교체 수요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윈도10과 함께 그나마 버틸 만 한 수준의 생산성을 냈던 6~10년차 ‘4~7세대 코어 프로세서’ 기반 PC가 당장의 교체 대상 기준이다. 노후화된 이들 PC들이 당장 다른 폼팩터나 플랫폼으로 옮겨 갈 만한 상황에 있지도 않다. 이러한 노후 PC들은 윈도11로의 전환 이전에 성능이나 고장 등의 문제로 교체될 가능성도 크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도 PC는 생활 ‘필수품’으로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텔 ‘이보(Evo)’ 인증 기반 초경량 노트북 디자인은 이제 고성능 태블릿과 직접 경쟁 가능한 수준의 성능과 이동성을 모두 갖췄다. 고성능 데스크톱 PC의 매력도 그 어느때보다 높다. 여러 모로 현재의 PC 시장 침체는 거시적 영향이지 PC 시장 자체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닌 모습이다. 본질적 장점이 손상되지 않았다면 부진 탈출의 계기도 곧 다가올 것이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