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 이용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희망고문’을 버티지 못한 일부 국내 이용자들이 국내 도입 시점을 기다리는 대신, 해외 금융사 가입 등 우회 경로를 통해 애플페이를 쓰는 사례가 속속 등장한다.

우회 경로를 택한 일부 이용자들은 해외카드 발급을 통한 우회 사용과 신한페이 월렛을 이용해 간편결제를 진행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애플페이를 이용 중이다. 이같은 방법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서로 공유되고 있다.

애플페이 관련 매뉴얼에 표시된 애플페이 사용 예시 모습 / 애플 홈페이지
애플페이 관련 매뉴얼에 표시된 애플페이 사용 예시 모습 / 애플 홈페이지
가장 널리 공유된 방법 중 하나는 리투아니아 금융사 Zen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해외에서 직접 발급을 받거나 모바일로 간단한 회원 등록을 완료한 후 카드를 발급받아 등록하면 우회해 사용할 수 있다.

아이폰 설정 화면에서 지역설정을 미국으로 변경한 후 애플페이에 신용카드·체크카드 번호 등 결제정보를 입력하면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단말기가 설치된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애플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매장 자체가 희소한 것이 맹점이다.

아직 금융위가 공식적으로 애플페이의 허가를 내주지 않았을 뿐더러, 현재 국내 NFC(근거리 무선통신) 단말기의 국내 보급률이 전체 오프라인 신용카드 가맹점의 5~10%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로 결제할 때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Zen카드 규정에 따르면 유럽시민권자가 아닌 경우 애플페이로 결제할 때 결제 건당 2.50%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신한카드에서 판매 중인 ‘아이폰 터치결제 플러스 월렛 2세대’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신한카드는 아이폰에 삼성페이 결제를 지원하는 디바이스를 판매하는데, 맥세이프 지원이 되는 아이폰 모델에 한해 자석으로 탈부착이 가능한 방식이다. 하지만 해당 디바이스를 구매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어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우회 방법으로 애플페이 결제는 가능하지만, 두 방안 모두 아직 교통카드 서비스 이용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페이가 공식 허용돼야 교통카드 기능도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커뮤니티에 올라온 애플페이 관련 게시글 / 인터넷커뮤니티(클리앙) 갈무리
국내 커뮤니티에 올라온 애플페이 관련 게시글 / 인터넷커뮤니티(클리앙) 갈무리
앞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애플페이의 빠른 승인을 요구하는 민원을 직접 금융당국에 넣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금융위는 최근 애플페이와 관련해 리베이트와 수수료를 중심으로 업계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NFC 결제단말기 보급률이 적어 현대카드가 보급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카드사와 가맹점 간 리베이트(불법지원금)에 해당될 여지가 있어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 된다면 오프라인 가맹점주의 경우, 국내 간편결제사의 평균 수수료인 1%의 2배쯤 되는 2%대의 수수료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