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상자산 업계에 가장 큰 충격을 안겨줬던 테라·루나 사태가 이제 곧 1년을 맞이한다. 도망자 신세였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체포되면서 이제 그의 신병처리와 사기범죄 입증 등 법적처리 이슈가 관심인 상황. IT조선은 가상자산 활성 초창기에서부터 테라를 둘러싼 주변인들을 심층취재, 지난해 5월 몰락까지의 전 과정을 10여편의 시리즈로 재구성했다. 권도형은 누구와, 왜, 어떻게 테라를 만들어 냈으며, 어쩌다 파멸에 이르게 됐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2022년 ‘테라·루나’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도주 반년여 만에 이름도 생소한 유럽의 한 소국 몬테네그로에서 잡혔다. 검찰은 권씨에게 증권사기 혐의를, 미국 뉴욕 검찰은 금융사기와 시세조작 등 혐의를 적용했다. 그의 송환을 놓고 한국과 미국이 서로 그의 신병 확보에 각축을 벌이고 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좌),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우) / 뉴스1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좌),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우) / 뉴스1
권씨와 함께 2018년 테라폼랩스를 공동으로 창업, 운영해 온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또한 국내에서 몇 차례 수사를 받으며 구속 기로에 놓였다. 신 전 대표 역시 가상자산 루나 판매와 관련된 사기와 배임, 부정거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로 촉발된 가상자산 시장 붕괴는 지난해 5월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루나(LUNA)와 이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테라(UST)의 폭락으로 시작됐다. 피해자만 국내에서 20만명, 피해액은 전 세계적으로 60조원 규모로 집계된다.

테라·루나는 한 때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불리며 적지 않은 팬덤을 형성, 가상자산 결제 시장의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듯했다. 탈중앙화 금융 시스템인 디파이(Defi)의 호황과 맞물려 성장을 거듭, 한국을 대표하는 가상자산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 10위 안에 올라서는 등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실제 상황이 발생했던 그 날까지도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다. 2022년 5월 9일, 테라(UST)의 디페깅(Depegging, 가격비동조화현상)으로 시작된 폭락은 가상자산 시장을 일시적 불능 상태로 만들었고, 이날 발생한 붕괴는 아직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프로젝트가 한 순간에 몰락한 진짜 원인은 다양할터이다. 사태 발생 이후 전문가들은 사후 분석을 통해, "지급하기로 했던 이자율이 과도하게 높았던 탓에 애초부터 유지할 수 없는 구조"라는 진단을 내놨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리면서 유동성이 대거 이탈, 기반이 흔들렸던 것도 문제다.

국내외 수사당국의 말처럼 이들이 구축한 시스템 자체가 처음부터 사기였다는 진단도 힘을 얻는다. 이들의 가상자산 결제 시스템은 허구에 불과했고, 안정적인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실현 불가능한 목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불신은 이전부터 있었다. 연쇄 폭락이 시작되기 몇 달 전 부터는 징후를 감지한 몇몇 전문가들이 이를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사태가 발생하자 테라는 어떠한 대비책도 없이 일주일 만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테라는 처음부터 사기었을까. 사태의 원인이 누군가의 조작과 부도덕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지난 몇 년간 방치된 가상자산 시장의 곪은 상처가 터진 것인지, 테라의 탄생부터 몰락까지 사실관계를 분석해 그 실체에 다가가 본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