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달 미성년자 자녀 명의의 계좌개설 문턱을 낮추면서 증권사들이 각종 마케팅을 쏟아내는 등 잠재 고객 잡기에 분주하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9일 법정대리권을 가진 부모가 비대면 방식으로 자녀 명의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을 개편했다. 작년 7월 발표한 금융규제혁신 추진 방향을 위한 후속조치다.

기존에는 본인 명의 계좌는 스마트폰 등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었지만 자녀 명의의 계좌는 대면 개설이 원칙이었다. 미성년 자녀 명의의 계좌 개설을 위해서는 자녀 인감, 가족관계증명서 등 필요 서류를 갖고 지점에 방문해야 했다.

가이드라인 개편으로 금융회사는 비대면으로 부모의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자녀 명의 기본증명서 확인 후 계좌를 개설해주게 됐다. 신청 후 게좌 개설까지 걸리는 시간은 1~2영업일 정도다.

증권가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늘어나는 미성년 투자자를 선점할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성년자의 상장법인 주식 보유자는 2019년 말 9만8000명에서 지난해 말 75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말 전체 주주의 7.4%(43만1642명)가 20대 미만의 미성년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 3.2%(1만8301명) 대비 4.2%포인트 증가했다.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은 가이드라인 개편 직후 미성년 자녀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들은 서비스 출시와 함께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미래 고객 잡기에 나섰다.

KB증권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중 1만원 상당의 소수점 주식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 또는 해외주식 정기구매 서비스에 가입하면 해외주식쿠폰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서비스 출시 사전 예약 이벤트로 선착순 4000명에게 애플·테슬라 등 2만원 상당의 해외주식 종목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해당 이벤트가 선착순 조기마감 되면서 계좌개설 이벤트로 연장 진행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도 미성년자 신규 고객에게 투자지원금을 지급하고 부모 계좌와 가족결합을 하면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현금 지급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토스증권, 삼성증권 등은 상반기 중 해당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고 하반기에는 하나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운동이 실시되면서 미성년 투자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금융권이 미성년자를 미래 고객으로 보고 있어 이들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서비스를 출시하고 차별화된 마케팅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