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카메라 제조기업들은 성능에 따라 등급을 명확히 구분한다. 자동차의 등급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니콘이미징코리아가 최근 선보인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Z8’은 다르다.

Z8은 기존의 등급 체계를 벗어났다. 니콘의 최상위 기종인 Z9보다 한 단계 아래지만 성능은 동등한 수준이다. 거기에 부피는 30%(Z9 대비)를 줄였다. 개발을 담당한 츠치야 사토시(Tsuchiya Satoshi) 일본 니콘 영상사업부 UX기획1과 주간은 "촬영하는 사람의 입장만 생각했다"고 말한다.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츠치야 사토시 주간과 나눈 Z8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츠치야 사토시(Tsuchiya Satoshi) 일본 니콘 영상사업부 UX기획1과 주간이 Z8을 설명하고 있다. / 조상록 기자
츠치야 사토시(Tsuchiya Satoshi) 일본 니콘 영상사업부 UX기획1과 주간이 Z8을 설명하고 있다. / 조상록 기자
동영상도 RAW 파일 촬영 가능

Z8은 동영상 촬영 부분에서 큰 차별점을 갖는다. HLG 기능으로, 10비트 1000니트 밝기의 촬영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동영상 촬영 시에도 RAW 파일로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토시 주간은 "RAW 파일은 현재까지 사진 촬영에서만 가능했던 부분이다. 이제는 동영상 포맷에서도 하이라이트에서 그림자까지 보다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 기능을 인물 촬영 때 활용하면 3 ~ 5초 동안 찍은 후 RAW 파일 사진처럼 추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Z8은 12비트 N-RAW, 프로레스(ProRes) RAW HQ, 10비트 프로레스 422HQ나 H.265의 고품질의 영상을 카메라 내에서 기록 가능하다. 또한 4K UHD 60p로 최대 125분, 8K UHD 30p로 최대 90분 장시간 촬영할 수 있다.

니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Z8’ / 니콘이미징코리아
니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Z8’ / 니콘이미징코리아
이전에 없는 제품 위한 완전히 새로운 설계

Z8의 부피는 니콘의 최상위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Z9’보다 30% 작다. 무게로 봐도 Z9이 1340g, Z8이 910g으로 30% 이상 줄었다. 부피와 무게를 줄이면서 Z9급의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설계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사토시 주간은 "배터리는 Z9이 30와트 12볼트였는데, 이를 15와트 7볼트로 줄였다. 이를 위해 전기 회로 부분을 새롭게 설계하고, VR(Vibration-Reduction) 유닛도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아마 Z9의 성능까지는 낼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할 수 있겠지만 Z8 개발팀은 Z9과 거의 동등한 결과물을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크기를 줄이는 데 큰 공을 들였던 이유에 대해서는 ‘밸런스’를 우선으로 꼽았다. 카메라에 다양한 렌즈를 장착했을 때 사용자가 안정감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밸런스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사토시 주간은 "최근 미러리스 카메라가 소형경량화되고 있지만 외부 그립을 추가로 장착해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 크기와 그립 디자인을 결정했다. 또 후면의 리얼 뷰 파인더를 제대로 제공하기 위한 최선의 크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Z8의 리얼 뷰 파인더는 동일 화상을 표시하는 다른 블랙 아웃 프리 촬영과는 달리, 실제 피사체의 움직임을 항상 그대로 표시해준다.

소재는 무조건 마그네슘?

Z8은 고성능 제품에 속하지만 바디 일부(전면)에만 마그네슘 소재를 적용했다.

사토시 주간은 "마그네슘의 특징에 대해 잘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Z8에 사용된 주 소재는 세리보P(Sereebo P)라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TP)으로, 마그네슘보다 강도가 좋고 더 가볍다. 물론 마그네슘은 방열 성능이 더 좋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전면에만 적용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에 가장 가깝게

사토시 주간이 말하는 Z8은 ‘하이브리드 미러리스의 궁극’이었다. 크기와 무게를 줄여 기동성 있는 촬영을 가능케 하고, 성능을 높여 최상의 결과물을 얻게 해준다는 것이다. 특히 촬영의 본질을 강조했다.

사토시 주간은 "동영상 RAW 촬영, 비행기 추적, 퀵 화이트 밸런스, 기계식 셔터리스 등 Z8의 여러 성능들은 ‘무엇도 대충하지 않는다’는 니콘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결국 실제에 가장 가깝게 찍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