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산 36호 신약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를 출시해 당뇨병 치료제 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는 대웅제약이 영업사원의 지나친 욕심으로 큰 비난을 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 소속 모 영업사원이 대웅제약의 혁신 신약 엔블로 처방을 독려하기 위해 몇몇 병원을 대상으로 케이스(처방)별 이벤트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웅제약 소속 모 영업사원이 병원 대상으로 진행한 케이스(처방)별 이벤트 내용. / 익명 제보
대웅제약 소속 모 영업사원이 병원 대상으로 진행한 케이스(처방)별 이벤트 내용. / 익명 제보
해당 이벤트는 엔블로 처방 케이스 건수에 따라 사은품이 증정되는 방식이다. 특히 36케이스 때 순금 열쇠로 보이는 사은품이 증정되며, 100케이스 상품은 비공개로 처리돼 있다.

엔블로는 국내 제약사 최초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지난해 12월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적응증은 ▲단독요법 ▲메트포르민 병용요법 ▲메트포르민과 제미글립틴 병용요법 등이다.

SGLT-2 저해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는 93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 제2형 당뇨병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2021년 기준 글로벌 27조원, 국내 1500억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GLT-2 저해제는 신장(콩팥)의 근위세뇨관에 존재하면서 포도당의 재흡수에 관여하는 SGLT2 수송체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포도당을 직접 소변으로 배출시킴으로써 혈당을 감소시키는 기전을 갖고 있다.

엔블로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높은 혈당강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바 있다. 대웅제약은 엔블로를 당뇨병 시장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통한 계열 내 최고 품목(Best-in-class)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엔블로의 경쟁 상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다. 특히 올해 포시가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이 복합제로 개선된 제네릭(복제약)을 대거 선보이며 당뇨병 치료제 시장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블라인드에 올라간 ‘엔블로 이벤트’ 비판글. / 익명 제보
블라인드에 올라간 ‘엔블로 이벤트’ 비판글. / 익명 제보
이에 대웅제약은 보험급여가 적용된 이달부터 엔블로 영업·마케팅을 본격 확대했다. 국내 건강보험 약제급여를 적용받아 가격경쟁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엔블로의 보험급여 상한약가는 611원이다.

문제는 영업 경쟁이 과열되면서 엔블로 담당 영업사원이 소위 ‘리베이트’에 해당하는 처방 건수 별 사은품 이벤트를 펼치면서 큰 비난에 직면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해당 문제가 거론됐다. 제약 영업직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은 "서로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다들 쉬엄쉬엄해"라는 반응부터 "같은 일을 하는데 방식이 너무 다른거 아니냐", "나름 고연차 지긋한 분들 많던데 실망이네", "(우리는) 그렇게 일한 적 없다" 등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현재 해당 페이지는 삭제된 상태다.

이번 사건을 두고 대웅제약은 개인의 과도한 일탈로 발생한 일이며, 사은품에 대한 어떠한 지시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관련 사안은 영업사원 개인이 계획했던 건으로, 해당 내용이 외부로 집행되지 않았음도 확인했다"며 "내부에서 사전 적발해 관련자를 징계했으며, 이번 일로 영업부 대상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영업에서 리베이트는 불법이 아니지만 처방에 따라 국민건강보험이 지출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사건과 같은 리베이트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며 "법이 엄격해지면서 과거와 달리 기업 차원의 리베이트 행위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영업활동에 따라 성과급이 지급되는 영업직들 사이에서는 개인 사비를 지출해가며 사은품 이벤트를 진행하는 일이 다수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