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윈도우 비스타는 1월 말에 일반판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이미 PC 제조사들에게는 RTM 버전이 공급됐고 기존 윈도우를 쓰던 회사들에게는 기업용 버전이 정식으로 배포되고 있다. 최근 P2P 사이트에 불법 공유되고 있는 버전은 이 RTM 버전을 해킹한 것이다.

다나와는 윈도우와 오피스를 볼륨 라이센스로 계약하고 이용해 정식으로 윈도우 비스타 기업용 버전을 쓸 수 있다. 이 윈도우 비스타를 직접 깔고 써봤다. 앞으로 수 년간 PC 시장을 이끌어 가겠다는 포부를 가진 새 운영체제를 말 그대로 쓰는 이의 입장에서 느낀대로 정리해본다. 그 첫번째는 설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CD와 DVD 골라서 깔 수 있어

윈도우 비스타는 기본적으로 DVD를 이용해서 깔게 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도 DVD를 쓰지 않는 PC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CD로 깔 수 있는 버전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역시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볼륨 라이센스 프로그램 배포 페이지에는 DVD 버전과 CD 버전이 함께 올라와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두 가지 버전이 미디어 외의 차이는 없다. 1장의 DVD나 3장의 CD를 고를 수 있다. 여기에서는 윈도우 비스타 비즈니스 K 버전을 CD로 깔았다.

 
비스타는 3장의 CD나 1장의 DVD에 담겨 있다. CD를 갈아 넣으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테스트는 노트북에서

테스트에 쓴 노트북은 하시 실크로드 Q310N이다. 현재 많은 이들이 쓰고 있는 노트북에서 비스타를 돌릴 수 있는지 가늠해보기 위해 최신의 제원보다는 지난 해 가장 일반적인 제원의 노트북을 골랐다. 코어 듀오 T2300E 프로세서에 인텔 945GM 메인보드, 그래픽은 GMA950이 맡는다. 메모리는 원래 1GB가 달려 있는 제품이지만 512MB를 쓰는 노트북이 많기 때문에 절반을 떼어내고 테스트했다. 하드디스크는 80GB다.

아직은 XP와 한 집 살림

윈도우 비스타가 아직은 불안한 면이 적지 않기 때문에 비스타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하더라도 윈도우 XP를 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럴 때 쓸모 있는 것이 부트 매니저를 이용한 듀얼 운영체제다. 테스트한 PC에는 윈도우 XP를 먼저 깔고 윈도우 비스타를 덧붙이기로 했다.

특별히 만져 주지 않아도 두 가지 운영체제를 깔기만 하면 골라 부팅할 수 있는 부트 매니저가 생긴다. 윈도우 XP를 띄워둔 상태에서 깔아도 되고 비스타 설치 디스크로 부팅해도 된다. 단 두 개의 하드디스크 또는 파티션으로 나뉘어져 있어야 한다.

까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렸고 과정은 윈도우 XP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볼륨 라이센스 버전은 RTM 버전과 달리 등록 번호나 이용자 정보 등을 묻는 화면이 나오지 않고 내버려두면 스스로 설치를 마친다. 그만큼 많은 PC에 동시에 깔 때 번거로움이 적다.

설치 용량은 약 7GB다. 이것은 RTM 얼티밋 에디션을 깔았을 때도 비슷하다. 베타 2까지는 약 15GB까지 잡아먹었지만 RC1부터 용량이 줄어들고 요구하는 제원도 낮아졌다. 느껴질 만큼 가벼워졌다는 말이다.


C 드라이브에는 윈도우 XP가 깔려있고 E 드라이브에 비스타를 깔았다.
하드디스크 용량에 따라 게이지가 그려지고 색으로 표현해 눈에 잘 띈다.

부팅 화면은 여전히 썰렁~

윈도우가 켜질 때마다 보게 되는 일명 ‘지렁이’ 화면은 검은 바탕에 게이지만 흘러가는 화면으로 바뀌었다. 베타 버전일 때는 뭔가 화려한 화면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기대했었지만 막상 뚜껑이 열렸는데도 마찬가지여서 살짝 실망스럽다. 하지만 XP보다 부팅이 빨라져서 쳐다보고 있어야 할 시간이 줄어든 것이 위안이랄까?


베타 버전부터 궁금하던 시작 화면, 뭔가 숨겨둔 게 아니라 이게 진짜였다니!

복제 금지! 볼륨라이센스도 정품 인증 받아야

대개 인증을 거치는 소프트웨어들도 발표와 함께 불법 인증 크랙이 함께 떠돌게 마련인데 윈도우 비스타는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만큼 보안에 단단히 신경을 썼나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품 인증은 시리얼 번호를 입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반판이라면 설치 중에 시리얼 번호를 입력했겠지만 볼륨 라이센스 버전은 시리얼 변경 화면에서 등록 번호를 쳐 넣으면 곧바로 인터넷을 통해 인증을 시작한다. 인증은 별다른 과정 없이 순식간에 넘어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볼륨 라이센스에 대해 인증 방법을 셋으로 나누었다. 일반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VA 1.0은 윈도우 XP에서 썼던 것이다. 인증 시스템이 윈도우 XP에서 처음 나왔지만 볼륨 라이센스 이용자에게는 정품 인증을 생략해 왔었다. 이것이 VA 1.0으로 시리얼 번호만으로 설치를 마칠 수 있게 한 것이다. 윈도우 비스타에서는 VA 2.0을 쓰는데 이것은 다시 MAK와 KMS 두 가지로 나뉜다.

VA 2.0/MAK는 multiple activation key의 약자로 인터넷 또는 전화를 통해 비스타를 인증한다. 컴퓨터를 개별적으로 인증하거나 중앙 컴퓨터를 통해 한 번에 여러 대의 컴퓨터를 인증할 수 있다.

VA 2.0/KMS는 key management service의 약자다. 등록번호를 통해 자동으로 인증하는 방식이다. 사내의 모든 컴퓨터는 매년 2회 중앙 서비스에서 다시 확인하여 인증 상태를 유지한다.

다나와가 구입한 라이센스는 KMS 방식이다. 전화로 인증하는 메뉴는 아예 없고 인터넷을 통해서만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folder.png 관련기사 : 무겁지만 화려하고 편해졌다 <비스타 맛보기 2편>

다나와 최호섭 기자 notebook@danawa.com
기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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