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거대 LCD TV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 TV용 대규모 LCD 모듈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쑤저우에 LCD 모듈 공장이 있긴 하나, 주로 노트북·모니터 등 IT용 LCD 모듈에만 집중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중국 LCD TV 수요를 잡기 위해선 라인 신·증설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LCD총괄은 올해 들어 중국 현지에 TV용 LCD 모듈 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광저우·쑤저우 등지에서 적합한 공장 용지를 물색 중이며, 설립 지역 및 시기와 방법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검토해왔던 사안으로 일단 TV용 모듈 공장을 중국 현지에 진출시킨다는 원칙은 세웠다”면서 “다만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도 있는만큼 어떤 지역을 선택할지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IT용 모듈공장이 있는 쑤저우와 더불어 광저우 지역을 유력한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광저우는 TCL·스카이워스 등 주요 TV 세트 메이커들이 몰려 있으며 홍콩을 포함한 광둥성 지역의 경제력은 중국 내에 최고로 손꼽힌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TV용 LCD 패널의 모듈 작업을 TCL에 외주를 주기로 한 것도 역시 광저우를 전략적 요충지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전략적 제휴를 맺고 광둥성 지역에 모듈 공장을 지어 연산 230만대 규모로 내년 양산에 들어가기로 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광저우가 가장 적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산업단지가 포화돼 추가 부담을 안고 들어가야 한다는 리스크가 있으며 지금으로선 중국 TV 시장을 계속 낙관할 수 없다”면서 “쑤저우의 공장 용지를 확대해 TV용 모듈 공장을 세우는 방법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광저우에 들어가면 임가공 방식이 아닌 직접 투자 형태로 진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한다.

광저우는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가 오래 전에 선점한 텃밭으로, 삼성전자가 이 지역에 LCD 모듈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하면 해외 LCD 클러스터 가운데 삼성·LG가 공동 진출한 첫 지역이 된다. 삼성전자는 현지에서 TV용 LCD 모듈을 생산함으로써 원가 절감은 물론이고 획기적인 물류비 개선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