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분실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핸드폰? 가방? 지갑? 아니면 졸다가 모르고 놓고 내린 노트북? 별의별 사람들이 모이는 곳 지하철 안 어떤 물건들이 주인을 잃고 방황하고 있을까? 지하철 2호선 시청 분실센터를 찾아보았다.

 

-분실물 센터 '소중한 물건' 대신 '쓰레기'로 가득찬 까닭

▲ 지하철 2호선 시청 분실물 센터


수 만가지 각종 물건들로 가득 차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분실센터는 꽤 소박했다. 세 명의 직원들이 지키고 있는 분실물 센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각종 쇼핑백이다. 쇼핑백 안에 뭐가 들어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분실문 센터 김봉경 매니저는 “별의 별 것들이 다 있죠~ 담배까지 있다니까요”라고 말한다.

▲ 분실문을 분실 날짜에 따라 분류된다


그러고 보니 쌓여있는 담배 20갑이 눈에 띈다. 이 물건은 잃어버린 사람보다 주워다 준 사람이 더 궁금한 물건이다. 군용 가방도 있다. 찾아가지 못한 군인의 뒷얘기가 궁금하지만 1년이 지나도 깜깜무소식이란다.

 

도무지 지하철 안에 있을 것 같지 않은 허름한 오토바이 헬멧, 한문으로 도배되어 있는 이름 모를 책자, 가습기, 우산, 찢어진 쇼핑백 사이로 보이는 청바지까지 과연 옛말대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다.

 

▲분실물인지 쓰레기인지 모를 내용물들

 

분실물 센터의 정리정돈은 직원들의 깔끔한 정리 솜씨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각종 분실물들은 1년/2년/3년으로 나뉘어서 보관된다. 3년이 지나면 연계되어 있는 장애인 복지센터로 기증된다고. 하지만 그 부분도 녹녹치 않은 일이라고 이봉경씨는 전한다.

 

“주인들이 찾아가지 않는 좋은 물건을 전할 수 있으면 저희도 기쁩니다. 하지만 버려진 물건들은 대게 쓸 수 있는 물건보다 쓸 수 없는 물건들이 많습니다. 이 수천 가지 물건 중에서 쓸 수 있는 물건이 없다면 믿으시겠어요?”

 

최근 지하철 분실물센터는 본래 목적인 “잃어버린 물건”이 아닌 “쓰레기”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몇몇 양심 없는 사람들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는 것. 버리는 물건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다양하다. 심지어 덩치가 큰 버려진 자전거도 분실물 센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1년이 넘어도 찾아가지 않는 주인 없는 자전거들


하고많은 곳 중에 자전거를 왜 지하철에 버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분명 자전거의 주인들은 자전거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음에도 찾아가지 않고 있다. 비단 자전거뿐만은 아니다. 헌 옷이 잔뜩 들어있는 여행가방, 녹 슨 난로까지 이해 안 되는 물건 아니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그 중에서도 자전거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부피도 크고 녹이 쓸기 때문에 오랜 동안 보관하기도 어려워요. 왜 하필 지하철에 버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요.”

 

-현금 2천원도 고가 물품…금고에 '꽁꽁'

 

보관 수명을 다한 포대자루들도 쓸 수 없는 물건이 다반사란다. 그러고 보니 분실물센터에는 값비싼 물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명품가방이나 현금이 많이 든 지갑, 노트북 같은 것을 분실하는 경우는 없냐는 질문에 거의 없지만 있긴 있단다. 대신, 장소는 다르다.

 

“중요한 물건은 이렇게 오픈해서 놔둘 수 없습니다. 해서, 안쪽 금고에 보관하죠. 직원들만 열 수 있습니다.”

▲ 중요 분실물을 보관금고를 열고 있는 매니저 김봉경氏 


과연 분실물센터 안으로 들어가보니 회색 금고가 떡 하니 자리잡고 있다. 꽤 견고해 보이는 이 금고는 ‘고가’의 물건만 취급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단단한 금고의 문이 열리고 내용물이 시선에 잡힌다. 지갑, 구형 핸드폰, 알 수 없는 커다란 가방. 이번 역시 생각과 다르다.

 

“고가의 물건은 잘 들어오지 않아요. 지난 번에는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시민이 찾아왔는데 센터에서 취급한 것은 지갑 속 내용물만 접수됐습니다. 알고 보니 지갑이 명품이었던거죠.”

 

실제로 지갑 안 가장 많은 돈의 액수는 8만원이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은 돈도 아니다. 금고 속 전자 제품도 옛날 제품이다. 핸드폰의 경우 주인을 찾아주지만 귀찮고 멀어서 결국 오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제일 아래 있는 커다란 가방은 동전으로만 약 3-4만원이 있단다.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고 동전만 들어있는 그 가방 역시 주인을 찾지 못했다.

 

▲ 현금이 들어있는 지갑은 무조건 금고에 보관된다

 

▲ 핸드폰, 디카, 노트북 등의 분실물도 많다

 

“지하철에서 분실한지 모르고 못 찾아가시는 시민들도 많지만 그보다 귀찮아서 안 찾아가는 시민들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연락해도 깜깜무소식이예요.”

 

굉장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시민들의 온갖 소중한 물건이 가득할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가고 말았다. 소중한 물건들을 위해 마련된 그곳은 ‘안타까운’ 분실물보다 ‘의도적인’ 분실물로 가득 차 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유실물 발생건수는 3만6328건으로 이는 지난 2008냔 3민 3087건에 9.8% 늘어났다. 전체 유실물 가운데 가방이 전체의 22.4%로 가장 많았고 mp3와 핸드폰, 소형 전자제품이 등이 20.1%, 서류 9.8%, 의류 8.3% 순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 안에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버린 가전제품, ‘의도적’으로 버린 자전거, ‘의도적’으로 버린 수많은 가방들이 포함되어 있다. 버려진 분실물에는 모두 갈색 메모지에 잃어버린 곳을 비롯해 발견 시간, 내용물 등 꼼꼼히 표기되어 있다. 씁쓸할 따름이다.

 

▲ 아직도 찾아가지 않은 수많은 분실물들

 

“찾아가지 않는 물건이나 다분히 버려진 것이 분명한 분실물을 보고 있으면 안타깝지만 그래도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기쁜 마음으로 찾아가시는 시민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뿌듯합니다.”

 

쓰레기 분실물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분실물 센터 직원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그러고 보니 취재 중 분실물을 찾아가는 시민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행복하다. 흔히 볼 수 있는 표정은 분명 아니다. 이것이 바로 유실물센터가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지하철 분실물센터에는 양심을 버린 몇몇 시민들의 ‘쓰레기 분실물’도 있지만 분명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는 분실물도 있다. 당신이 잃어버린 물건이 있다면, 그리고 그 물건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면 제일 먼저 서울 메트로 분실물 센터 홈페이지를 두드리면 된다.

 

홈페이지에서 내용물을 적고 검색하면 분실물 센터의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가의 제품이나 보안이 되어있는 전자제품은 경찰로 전달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유실물 센터의 연락처는 02-464-2217~8이며 홈페이지 주소는 www.finesub.kr 이다.

IT조선 김보미 기자 poppoya4@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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