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북한산 둘레길이 생기면서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알록달록 간편한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눈에 띈다. 집 앞에 북한산이
딱 버티고 있지만 정작 북한산에 가본 건 손에 꼽을 정도. 기를 쓰고 정상에 오를
만큼 산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의지박약도 한 몫 한 탓이다. 벼르고 별러서 떠나지
않아도 바로 집 앞에 걷기 좋은 길이 있는데 그동안 너무 무심했나 싶다.
마침 지난번 월악산 오토캠핑 이후 아웃도어 업체 호상사와 인연이 이어져 이번에는 북한산 둘레길 탐방 체험에 따라 나서봤다.
호상사 (www.hocorp.co.kr) 북한산
둘레길 탐방 프로그램
북한산 둘레길 직접 걸어보니
북한산은 연간 천만 명 이상의 등산객이 찾을 만큼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좋은 산이다. 하지만 등산객들이 발길 닿는 대로 생겨난 수많은 샛길이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경기도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뜻을 모아 북한산에 둘레길을 탄생시켰다.
북한산 둘레길은 자연과 친구되어 산허리를 따라 쉬엄쉬엄 걸을 수 있는 길로 기존의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 완만하게 걸을 수 있는 등산로이다. 소나무숲길, 순례길, 명상길, 평창마을길, 마실길, 우이령길 등 현재 13개 구간으로 이 중 우이령길만 사전예약을 해야 출입이 가능하다. 둘레길을 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3시간 정도. 전문가가 아니고서 하루로 다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기 때문에 구간별로 나눠서 일주일이나 한 달 간격으로 쉬엄쉬엄 걸을만 하다.
북한산 둘레길을 걷기로 한 전날 비는 계속 내렸다. 다음날 새벽에도 그치지 않은 빗소리에 놀라 잠이 깼다. 과연 이런 날씨에 제대로 걸을 수 있을 까란 의문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비가 그칠 기미가 없어 보였는지 참가자 수는 기자 두 명을 포함해 참가자 두 명 그리고 서울등산학교 서성식 교감과 호상사 담당자 이렇게 6명의 인원으로 단출해졌다.
성인 두 명 중 한 명은 등산을 할 정도로 우리나라만큼 산 좋아하는 민족도 없을 것이다. 더불어 아웃도어 시장의 팽창으로 이제 옷장에 고어텍스 재킷 한 벌쯤은 필수품이 된 요즘이다. 분명 참가자들도 이런 기능성 재킷 하나쯤은 구비했을 터다. 그러나 정작 이렇게 비가 내릴 때 쓰라고 있는 고가의 등산의류가 제때 빛을 보지 못하는 게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 기상청 예보대로 빗줄기는 점점 약해져 본격적으로 둘레길로 걸음을 옮겼을 때 오히려 날씨는 방금 세수한 듯 깨끗하고 말개져 딱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최상의 날씨가 됐다.
둘레길 걷기에 앞서 가벼운 스트레칭과 함께 서울등산학교 서성식 교감에게 40분 가량 기본 등산 교육을 받았다. 사실 그동안 등산에 대한 이론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여겼지만 아는 것과 실제 보고 배우는 것은 확연히 달랐음을 고백한다.
등산화 제대로 신기, 스틱 사용법, 배낭 꾸리기 등 가장 기본적인 등산 장비 사용법부터 산행할 때 현명한 체력 배분 방법까지 사실 누구나 쉽게 하는 등산이라 여겨 정작 가장 기본적인 것에 소홀했음을 깨달았다.
특히, 서성식 교감은 모든 등산에 앞서 산행계획서를 작은 메모라도 작성할 것을 당부했다. 속칭 산 잘 탄다는 ‘친구 따라 강남 가기’ 식의 계획 없는 무리한 산행이 사고와 직결되고 건강을 해친다. 언제, 누구와 왜 가는지 목적을 알고 목표를 분명히 정하는 게 제대로 등산 잘하는 노하우인 것.
이날 우리가 걸었던 코스는 우이동 소나무숲길을 시작으로 이준열사 묘소가 있는 순례길과 구름전망대가 있는 흰구름길 까지 총 10km 4시간 가량 소요되는 코스를 걸었다.
1구간인 소나무숲길은 북한산 둘레길 중 유일하게 우이계곡을 따라 시원한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지천에 있는 소나무가 자연 그늘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솔 향기가 그윽해 걷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길이 넓고 완만해 아이들과 노약자가 편안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소나무숲길 구간
순례길 구간은 솔밭근린공원 위쪽에서 이준열사 묘역 입구까지 이어진다. 이 구간은 독립유공자 묘소를 비롯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분들이 잠든 4.19민주묘역을 지난다. 아이들과 함께 걷는다면 좋은 교육의 장이 될듯하다.
▲순례길
구간
흰구름길 구간은 북한산 둘레길 중 유일하게 12m 높이의 구름전망대가 설치돼 있어 앞서 두 구간에 비해 오르내림이 있는 길이다. 평소 운동부족인 기자는 이 구간에서 다리 후들거림을 느꼈다. 다행이 숨이 가빠질 즈음 구름 전망대를 만났다. 흰구름길은 북한산 정상에 오르지 않고도 눈앞에 병풍처럼 펼쳐진 북한산 경관과 인수봉, 서울 도심 그리고 멀리 수락산등 마치 구름 위에서 조망하듯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흰구름길
구간
둘레길의 가장 좋은 점은 그냥 걷기만 했을 뿐인데 보물찾기 하듯 졸졸 흐르는 계곡을 만나고 호젓한 숲길과 흙길, 나무계단이 심심하지 않게 길로 이어진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이 아니여서 빠른 걸음보다는 꽃과 나무, 경치들에게 눈길 줄 정도로 천천히 숨 차지 않는 속도로 걷는 게 가장 좋다. 반나절 가량 걸었을 뿐인데 도시의 찌든 때를 다 벗은 듯 상쾌하다.
북한산 둘레길과 함께한 장비들
북한산 둘레길은 아무리 낮고 에둘러 가는 길이라고 하지만 곳곳에 난코스 구간들이 있다. 실제 완만한 트레킹이라 생각했지만 자칫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흙길에서 미끄러질 수 있는 구간들이 있어 주의를 요했다. 소나무숲길 같은 가벼운 산책길을 걷는다면 완벽하게 등산 차림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반나절 이상 여러 구간을 트레킹을 한다면 기본적인 등산화와 기능성의류, 배낭등 안전을 위해서 갖추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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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에 친절한 안내서 ‘북한산 둘레길’앱
북한산 둘레길이 초행이라면 둘레길을 걷기 전 이 앱을 필수로 깔아보자.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등 스마트폰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무료 앱이다. 다양한 둘레길 코스정보와 구간별 지도가 제공되며 현재 자신의 위치와 약도를 알 수 있다. 지도안의 음성 가이드 코스 해설이 있어 혼자 둘레길을 찾더라도 든든하다. 이밖에 갈림길 정보, 날씨, 거리와 교통 정보 등 각 구간별 상세정보를 제공한다.
북한산 둘레길 찾아가기
북한산 둘레길 크게 소나무숲길~솔샘길, 명상길~구름정원길, 마실길~우이령길 구간으로 나뉘며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소나무숲길은 우이령길 입구에서 시작되고 수유역 3번 출구로 나와 120번, 153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하차, 도보로 5분 정도 걸으면 입구에 다다른다. 명상길은 길음역 3번 출구에서 143번, 110B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하차, 5분 정도 걸어 정릉주차장에서 시작된다. 마실길 구간은 진관생태다리 앞에서 시작되는데 구파발역 3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7724번을 타고 진관외동 종점에서 하차, 3분 정도 걸으면 시작점을 만날 수 있다. 북한산 둘레길에 관한 자세한 안내는 북한산 국립공원 홈페이지(http://bukhan.knps.or.kr)를 참고.
IT조선 홍효정 기자 hong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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